내성적인 여행자
정여울 지음 / 해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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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정여울 작가의『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을 읽으며 유럽 여행을 매개로 저자의 감성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 이상, 기대 이상의 느낌으로 여행을 꺼내보는 시간이었다. 그때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떠올리며 이번에는『내성적인 여행자』를 읽어보게 되었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한장한장 넘기는 손맛을 느끼게 되고, 글을 통해 저자의 감성을 전달받으며 여행을 꿈꾸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정여울. 여행을 일상처럼 편안하게, 일상을 여행처럼 짜릿하게 만들고 싶은 글쟁이,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지금 이 책을 펼쳐든 당신이 내가 떠나고, 잃어버리고, 헤매던 그 모든 길들의 추억과 함께 하며 '길 위에서 살아야만 보이는 것들'을 상상해주었으면 좋겠다. 길을 잃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들, 더듬더듬 잃어버린 길을 찾아 낯선 골목을 내 발로 헤매야만 보이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이 책을, 수줍고 두렵지만, 마침내 떠나기로 한 당신을 위하여 띄워 보낸다. (11쪽_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낯선 공기와의 첫 만남', 2장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장 '빛나는 사람, 빛나는 세상', 4장 '위대한 문학의 고향', 5장 '세상의 모든 예술', 6장 '마음으로 가는 문'으로 나뉜다. 뉘른베르크(독일), 부다페스트(헝가리), 브뤼셀(벨기에), 에든버러(영국), 빈(오스트리아), 뷔르츠부르크(독일), 마르세유(프랑스), 베를린(독일), 피렌체(이탈리아), 스트라스부르(프랑스), 헬싱키(핀란드), 리스본(포르투갈), 뮌헨(독일), 아시시(이탈리아), 루가노(스위스) 등에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든 것이 시작된 그곳, 헤세가 선택한 중세의 도시, 영원히 시들지 않는 신화의 매혹, 미루면 후회할 매혹적인 여름밤, 딱 한 도시만 고를 수 있따면, 구텐베르크 은하계가 시작된 곳, 건물이나 작품이 아닌 '사람'이 보이는 시간, 아름답지만 쓰라린 질문을 던지는 장소들, 우리는 모두 조금씩 돈키호테의 후예, 고흐의 화폭을 품어 안은 도시, 이 세상을 치유하는 더 깊고 오랜 힘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이제 여행 중독자가 되어버린 나에게 만약 유럽 여행 초보자가 "딱 한 도시만 골라 여행할 수 있다면, 어떤 도시를 추천해주시겠어요?"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피렌체를 권하고 싶다. 걸어다니는 속도로 여행을 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가르쳐준 도시, 몇 번이나 샅샅이 구석구석을 돌았건만 '그래도 그때 놓친 것이 있구나!' 싶어 또 가고 싶어진 도시가 바로 피렌체였기 때문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않고 오직 걷기만으로도 도시 곳곳을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잇는 피렌체는 골목마다 색다른 풍경을 펼쳐놓아 지루할 틈이 없다. 피렌체는 소도시의 매력과 대도시의 매력을 동시에 갖춘 희귀한 도시다. 크기로 치면 소도시이지만, 사통팔달한 교통과 휘황찬란한 볼거리, 다양한 문화적 체험, 여행자의 지적인 욕구와 예술적인 취향을 동시에 만족시켜준다는 점에서 그 어떤 대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107쪽)

 

 

계획과 충동이 뒤섞인 여행을 좋아한다니, 책을 읽으며 내 여행과의 교집합을 찾는다.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으로 여행자를 유혹하는 장소가 있는가 하면, 귀로 듣기에 더욱 달콤한 장소가 있다… 글을 읽으며 나의 옛 여행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다음에 여행을 간다면 어떤 곳에 갈지, 오래전 가본 곳이지만 기억에서 희미해진 곳도 떠올린다.

헤르만 헤세는 뷔르츠부르크의 매력에 반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뷔르츠부르크를 선택할 것이다." 고향을 선택할 자유는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지만,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제2의 고향, 자신이 선택하고 싶은 고향이 있게 마련이다. 항상 따뜻한 남쪽 지방의 온도와 풍광을 동경했던 헤르만 헤세는 뷔르츠부르크의 매력에 푹 빠졌다. (76쪽)

 

그때 느낀 그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완벽한 언어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그 망설임과 궁리 속에서 매번 조금씩 이전과 다른 나를 향해 1밀리미터씩 아주 느리게 바뀌어가는 나를 발견한다. 남들에겐 보이지 않아도 나만이 느낄 수 잇는 미세한 진동과 균열이 어쩌면 '진정한 나에 가까운 그 무엇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떠날 때 나는 비로소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가 없는 진짜 나 자신이 된다. 나는 다리가 후들거릴 때까지 걷고, 달리는 야간열차 속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눈꺼풀이 지구만큼 무거워질 때가지 글을 쓰고, 꿈속에서도 아름다운 문장을 찾아 헤맨다. 그럴 때 나는 가장 나다워진다. 누가 통과 의례를 '성인식'이라고 했던가. 나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지독한 마음의 통과 의례를 치르고, 그때마다 조금씩 오히려 어려지고, 철없어지고, 해맑아진다. 그 새로 태어남이 좋다. 그 나다워짐이 좋다. (204쪽)

가본 곳은 그곳의 풍광을 기억하고 있지만 저자만의 감성으로 되살리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가보지 않은 곳은 글을 통해 새롭게 마음에 담아본다. 여행 책자를 읽는다는 것은 책을 쓴 사람의 감성을 들춰보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의 풍부한 표현력에 감탄하고 여행을 바라보는 눈을 보며 시야를 넓혀본다. 나는 미처 표현하지 못한 내 마음을 저자의 목소리에서 들을 때, 비로소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을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는 꼭 가고 싶은 여행지 리스트'에 몇몇 곳을 추가한다.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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