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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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두꺼운 소설을 만났다. 이 소설은 어쩌면《뉴욕타임스》58주 베스트셀러라든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추천도서라는 수식어가 없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일단 호기심에 이 책을 읽겠다고 선택을 했고, 그 다음은 자연스레 소설 속 이야기로 빠져들어가는 시간을 보냈다. 이 소설을 읽기 전과 후의 느낌은 다르다. 두꺼움때문에 장벽을 느꼈다면,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 장벽이 걷혀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소설『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으며,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주인공과 작품의 매력에 사로잡히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20세기 초 볼셰비키 혁명 이후 소비에트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 독자들에게 비교적 낯선 러시아 역사와 작품, 인명과 지명이 등장함에도 이국적 신비와 과거의 향수를 동시에 이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전작을 훨씬 뛰어넘는 대중적 성공을 이루었다. (책날개 中)

 

 

 

이 책의 저자는 에이모 토울스. 미국 보스턴 출신 작가이다. 투자전문가로 20년 동안 일하다가 40대 후반 장편소설『우아한 연인』(2011)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토울스는 20세기 전반부 상황을 주된 문학적 배경으로 삼는다. 정교한 시대 묘사를 통해 당시 사회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독자와 함께 향유하고, 친근한 인물들을 통해 허구의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이 책은 토울스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책의 차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설정된다. 1922, 1923, 1924, 1926, 1930, 1938, 1946, 1950, 1952, 1953, 1954, 그후로 구성된다. 1922년에서 1954년까지 32년 동안의 세월을 배경으로 삼은 이 작품은 1922년 6월 21일을 시작으로 장이 바뀔 때마다 시간이 2배 정도의 빠르기로 흘러간다는 것은 옮긴이의 글을 보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러니까 백작의 연금이 시작된 6월 21일, 그 하루 뒤, 그 이틀 뒤, 5일 뒤, 10일 뒤, 3주 뒤, 6주 뒤, 3개월 뒤, 6개월 뒤, 1년 뒤, 2년 뒤, 4년 뒤, 8년 뒤, 16년 뒤의 하루를 다루고 있는데, 16년 뒤인 1938년을 기점으로는 시간의 빠르기가 절반으로 줄어들며 진행된다고 한다. 설명을 읽고 나서야 큰 의미로 다가온다. 사실 시간의 흐름으로 글을 작성하는 것에 대해 별 매력없이 느꼈는데, 이렇게 성의껏 구성을 위한 계산을 했다는 점이 이 소설을 읽은 후 더욱 높이 평가되었다.

 

먼저 귀족이 평생 한 호텔에서 갇혀 지낸다는 설정이 특이해서 시선을 끌었다. 이 소설은 법정에서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 종신형에 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가 지내고 있는 메트로폴 호텔에서 지내되, 한 걸음이라도 호텔 밖으로 나가면 총살된다고 엄포를 놓는다. 시대적 현실이기도 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있나. 로스토프라는 인물이 이 두꺼운 소설을 휩쓸고 휘어잡고 있다.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허름한 하인용 다락방으로 옮겨도 상관 없다. 그의 활약상, 적응기를 지켜보며 어느덧 로스토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주인공 로스토프 백작은 경이로운 문학적 창조물이다. 품위 있고 지적인 동시에 신기할 정도로 엉뚱하고 심술궂은 데가 있다. 누추한 옷차림으로 연금 상태에 있지만 그는 품위를 잃지 않는다. 비록 자신의 마음속에서만이라도 그는 영원히 백작이다.

_시애틀위클리

 

다소 낯선 역사적 현실과 암울한 상황에서 소설가는 작품에 혼을 불어넣어 생기있게 만들었다. 직접 겪어보면 어둡고 우울한 상황이 항상 슬프기만은 하지 않고, 행복하고 기쁜 상황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 소설에서는 로스토프라는 인물을 통해 소설의 시공간을 생동감 있게 입체적으로 창조해냈다. 지나간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끌어당겨 숨결을 불어넣었다. 생생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관건이다. 특히 이렇게 두꺼운 책에 '재미'는 꼭 들어가야 하는 미덕이니 말이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띠지를 보니 '케네스 브래너 제작,주연 TV 드라마화'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잘 살려고 드라마화한다면, 매력을 잘 드러내서 표현한다면, 정말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이 될 것이다. 드라마도, 저자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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