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스크림 메이커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지음, 임종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열대야가 지속되고 전국이 찜통 더위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런 때에
떠올리기만 해도 시원하고 달달한 것이 바로 '아이스크림'이다. 시, 아이스크림, 사랑…. 달콤한 것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았다. 북유럽
소설『아이스크림 메이커』를 읽으며 시와 아이스크림이 그리는 강렬한 삶의 연금술에 시선을 집중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탈리아 최북단의 한 골짜기 마을, 베나스 디
카도레. 이곳 사람들은 몇 세대에 걸쳐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가업을 계승하며 살아간다. 이 책의 주인공 조반니 탈라미니의 가족도 매년 봄이면 집을
떠나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가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고 겨울에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장남 조반니는 가문의 전통과 절연하고 문학을 택한다.
형 대신 아이스크림 가게를 이끌어오던 동생 루카는 어느 날 형에게 아주 특별한 부탁을 하는데…. (책 뒷표지 中)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빨라진다.

뜨거운 여름날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아주 유쾌하고 거침없다
-「커커스 리뷰스」

이 책의 저자는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1981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네덜란드 작가이다. 2010년에 발표한 소설『마마 탄두리』가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10만 부 넘게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다양한 유력 언론으로부터 유머러스하고 감동적이며 이색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비평적으로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아이스크림 메이커』는 2015년에 출간되자마자『슈피겔』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은 오랜 문학적 숙성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장 원숙한 문학성을 갖춘 소설이라고 평가받는다.
차례는 다음과 같다. 아버지는 어떻게 83킬로그램 해머던지기 선수에게 마음을 빼앗겼을까?,
1881년 증조할아버지가 아이스크림을 발견하다, 왜 주세페 탈라미니는 새로운 세계로 도주했을까?, "하나의 대상을 창조하는 정신", 아버지는
어떻게 양파 한 자루를 머리에 인 채 국가를 불렀을까?, 사기꾼 마르코 폴로와 아이스크림콘의 발명, 지난 날의 눈, 암스테르담에서, 소피아
로렌의 엉덩이처럼, 동생의 결혼과 아버지의 명금, 자쿠지 욕조와 다리미판, 동생의 씨, 몇 초쯤 허비하는 게 어때서?, 그날 밤, 동생은 그라파
아이스크림을 만들었고 나는 조카의 아버지가 됐다, "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숨", 베네치아의 주방에서, 시작 끝.
소설은 아버지가 여든 살 생일을 코앞에 두고 텔레비전에서 83킬로그램의 해머던지기 선수를 보고는
반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어머니는 제정신을 잃었다며 알츠하이머라고 걸린 모양이라고 말한다. 사실 아버지는 텔레비전에 나온 베티 하이들러라는
해머던지기 선수에게 푹 빠져서 사랑한다고 외친 것 뿐인데 그것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증조할아버지 주세페 탈라미니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냥 읽으면 단순하지만 이들은 대대로 아이스크림 장수를 해온 사람들이라고 알고 나서는 생각이 좀 달라진다.
몇 대에 걸친 가업과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리 살아보고 싶은 인생 사이에서, 삶에 순응하지 않고 자의식을 펼치며 살아가고자 하는 그 괴리감에서,
소설은 색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너, 인생을 시에 바칠래? 아니면 아이스크림
장수가 될래?" 나의 아버지는 아이스크림 장수고 할아버지도 아이스크림 장수였다. 증조할아버지는 처음 이 일을 일군 사람이다. 그들 모두 굳은살이
박인 강한 엄지손가락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첫 아이스크림을 네 살 때 만들었다. (94쪽)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어쩌면 사회적인 잣대로는 보기 싫은, 그런 이야기가 전개된다. 흔한
막장드라마 같으면서도 이들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개성이 흘러가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한다.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생각하거나 판단하려들지 말고 그냥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시간을 보냈다.
시 창작이 일상 단어들을 조합하고 편집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일종의 언어 연금술이라면, 아이스크림 제조는 다양한 질료들을 배합해서 새로운 음식을 창조하는 요리의 연금술이다. 그 처럼
두 세계는 교감 영역이 있기 때문에……. (뒷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되어 생략,
487쪽)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네덜란드 작가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가 오랜 문학적 숙성 끝에 이
작품을 발표했다고 한다. 소설을 읽으며 스토리에 집중하기도 하고 등장하는 배경에 설레기도 하며, 소재에 자극을 받기도 한다. 이 소설은 시와
아이스크림이 있기에 더욱 풍성하게 장식되어 이목을 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무더운 여름이라는 이 시기에 더욱 어울리는 '아이스크림'과 거기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와 아이스크림이 그리는 강렬한 삶의 연금술에 시선을 집중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