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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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겠습니다』의 저자, 아프로 헤어의 소유자…. 헤어스타일은 트레이드마크가 된 듯 이름보다 먼저 떠오르며 그녀의 삶이 가끔 궁금해진다. 그녀가 이번에는 '음식의 미니멀리즘'과 '그것이 주는 자유'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당연히 보고 싶었다. 저자의 통통 튀고 에너지 넘치는 글을 보고 싶기도 하고, 퇴사 이후의 삶이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녀의 근황이 궁금해 이 책『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나가키 에미코. 전 아사히신문 기자, 아프로헤어를 한 자유인이다. 솔직한 인품과 따뜻한 유머가 녹아 있는 글들로, 기자시절부터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난 자유다. 혼자 사는 단칸방에서 "새처럼, 고양이처럼, 자유롭다!" 하고 허공을 향해 외치고 싶다. (8쪽)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더 많이 벌지 않아도 괜찮아'를 시작으로, 1장 '매일 같은 메뉴인데도', 2장 '요리책 같은 건 보지 않기로', 3장 '여자는 묵묵히 된장을 물에 푼다', 4장 '나머지는 제철 채소만 있으면', 5장 '채소 쌀겨절임이 뭐가 어때서', 6장 '어른의 맛', 7장 '만들 수 없는 걸 만들지 않을 자유', 8장 '최고의 10분 밥상'으로 나뉜다. 에필로그 '다시, 자유'로 마무리 된다.

 

저자는 이러해야 한다, 저러해야한다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며 그녀의 삶을 들려주고 있다. 흔히 밥을 잘 먹어야한다면서 과하게 먹어서 다이어트에 돌입하기도 하고 조절이 잘 안되는데, 간단하게 먹으며 요리에서 해방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향한 발걸음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감 넘치는 에너지를 느낀다. 소박한 밥상에 진정으로 기쁨을 느끼며 마음의 평온을 느끼는 저자의 모습이 눈에 선한 듯하다.

저자의 어머니는 갖가지 요리를 하면서 솜씨 좋은 어머니가 되었는데, 치매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도 끝까지 쉬운 요리 만드는 걸 싫어하셨다고 한다. 노력하고 노력했지만, 결국 뭘 어떤 순서로 만들어야 할지 정리하지 못한 채 슬픔이 북받쳐올랐을 것이라며 출구 없는 괴로움을 바라보기만 했다고. 그러면서 이어지는 사색은 당연스레 지금의 음식 미니멀리즘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지나치게 노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나라의 오랜 역사 속에 요리책이라는 게 등장하고 사람들이 매일 다른 음식을 먹게 된 지는 백 년도 채 안 된다. 현대의 여자들은 역사상 유례없는 그런 가혹한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게다가 남자와 똑같이 사회에 진출해 일까지 잘 해내야 한다니. (41쪽)

 

 

 

생각해보니 그동안 요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맛있어보이는 요리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열등감이 있었다. 산해진미보다 속 편안하게 먹는 한 끼가 나에게는 더 맛있는 식사였음에도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멋쩍은 무언가가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당당함에 신선한 느낌이다. 이런 식사를 한다고 사진을 찍어 올리고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당당한 자신감이다.

맛이란 무엇일까. 사실 맛은 스스로 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게 맛있다, 저게 맛있다, 세상에는 온갖 맛 정보가 넘쳐난다. 그러나 어쩌면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신비의 맛이 당신의 쓰레기통 안에 들어 있을 수도 있다. 먹는 즐거움이란 실로 자유로울 수 있고 또 무한해질 수 있다. (134쪽)

 

'만들 수 없는 걸 만들지 않는 자유'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생활에서 불필요한 것을 하나씩 줄여나가며 미니멀리즘에 돌입하는 것은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삶을 꾸려나가는 방식일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책 한 권을 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기다려진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 찾아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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