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달다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평점 :
별 생각없이 집어들었다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한 적이 언제였던가. 처음에는 그냥 그림과 글이
담긴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겠다고 집어들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푹 빠져서 읽게 되었고, 옛 기억을 떠올리며 격한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
책《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을 읽으면서 말이다.

시리도록 가시 돋친 세상에서 나조차도 나를 편
들어주지 못했다. 못해도 노력하는 나를 안아주면 되었다. 깨진 인연은 보기 싫은 이유를 잔뜩 만들어 힘껏 미워하고 한숨 자버리면 그만이었다
.견디기 힘든 외줄 위에서는 서지 않아도 되었다. 지켜내야 하는 것 중 가장 우선은 나 자신이었다. (11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행복을 묻다'를 시작으로 1부 '나는 나에게 서툴다',
2부 '민감함은 사랑의 그림자였다', 3부 '내 눈에 예쁜 꽃이면 되었다', 4부 '누구나 꽃을 품고 산다', 5부 '오늘은 달다'로 나뉜다.
'쓰다'를 숨기며 산다, 나는 어떤 사람이다, 나란 여자, 칭찬을 대하는 길, 우산이 있어야 낭만이 시작된다, 좀 얇은 옷, 나는 나에게
서툴다, 여행 후 떠오른 것들, 나 건들지 말라는, 깃털처럼 가벼운 고백, 소라를 찾는 소라게, 서툰 위로, 푸른 별 꿈, 오래도록 곱게 물든,
너의 언어를 몰랐다, 세상에 이해 못할 일이란 없다, 민감함은 사랑의 그림자였다, 한없이 약한 당신, 엄마의 그런 딸, 부장님의 아재 개그,
나조차도 내 편일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당신도 그런 적 있나요, 부모라는 우주, 부정적 상상, 헬로 먼데이, 영혼을 기다리는 시간, 그런
것일지 모른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에필로그 '행복해질 나를 믿는다'로 마무리 된다.
읽다보면 갑작스레 쿵 하며 내 마음을 후려치는 문장을 만난다. 누구에게든 삶에서 견디기 버거운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시간들이 지나가고 약간은 무뎌지고 단단해지더라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 이 책에서는 그 시절 버겁던
고뇌를 건드려주는 감성을 본다. '부디, 왜 그리 소심하게 웅크리고 사느냐 핀잔하지 마라. 당신이 함부로 강요한 낭만은 누군가에게는 무모함일지
모르는 일이다.(33쪽)' 같은 말을 만났을 때, 나는 그 시절의 내가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언어를 발견한다. '그때는 몰랐다. 가혹한
자책도 아픔이 될 줄은……(49쪽)' 같은 말은 지금의 내가 깨달은 언어이기도 하다. <깃털처럼 가벼운 고백>은 제목과는 달리 그
무게가 나를 짓누른 글이었다. 무방비상태에서 책을 읽겠다고 달려들었다가 무거운 짐을 짊어진 느낌이다. 사는 게 참 무겁다. 인생이 참 버겁다.


세상을 좀더 자세히 보면서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생각이 많은 사람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에 손가락 자국들이 묻어있다는 데에서 오늘도 따뜻했다는 증거를 찾거나 종이컵 두 개에서 다정하게 토닥였을 두 사람의
시간을 떠올리며 충전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고양이를 가족으로 들이고 찍었던 사진을 보며 서투른 사랑은 이기적이라고 생각을 이어가는
글 <너의 언어를 몰랐다>도 지난 시절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는 글이다.
몹쓸 놈이라며 정리해 버린 사람들. 몹쓸 놈이
나라서 떠나 버린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에 남은 사람들. 그리고 이해라 착각했던 무수한 오해들로 다쳤을 서로가 어렴풋이 스친다. 서툴러서
그랬다.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 사랑하며 살길 바랐음은 진심이다. (100쪽)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한 번 집어든 이 책을 쉬지 않고 끝까지 읽어나간 것을 발견한다. 이
안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을 보기도 했다. 생각보다 나를 깊은 내면까지 들어가서 생각에 잠기도록 이끌어준
책이어서 의외의 수확을 얻은 듯한 느낌이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커피 한 잔 마시듯 가볍게 시작해도 좋다. 일단 펼쳐들면 우리 시대에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생각을 들춰보는 느낌으로 집중해서 읽어나가게 되기에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