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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존 그린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다른
이유는 필요 없었다.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오래 기억에 남은 그 작품을 쓴 사람이 지은 책이라면 다른 작품도 당연히 읽어보고 싶었다. 읽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서서 '읽어야만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책『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를 읽어보게 되었다.
존 그린은 내가 생각하던 것은물론, 생각지도 못한 세상을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작가이니 말이다.

읽을 만한 가치가 넘치는 책.
존 그린이 발표한 소설을 통틀어 가장 원숙미가 돋보이는 작품.
여태까지 받았고 또 앞으로도
쏟아질 수많은 찬사가 조금도 지나치지 않다.
-북리스트

이 책의 저자는 존 그린. 미국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마이클 L.
프린츠 상과 에드거 앨런 포 상 등 권위 있는 상을 여럿 수상했으며, 타임지 선정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힌 베스트셀러
작가다. 한해 가장 뛰어난 청소년 교양도서를 선정, 수여하는 프린츠 상과 가장 뛰어난 미스터리에 수여하는 에드거 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존
그린이 순수문학과 장르 소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재주꾼임을 증명한다.
소설의 첫 문장은 나를 단번에 소설 속의 세계로 끌어들이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한다. 이 책은 "내가 소설 속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을때…'라고 시작한다. 평범하지 않은 생각이다. 과연
주인공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궁금해하며 계속 읽어나간다. 열여섯 살의 고등학생 에이자는 극도의 불안감과 강박적인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져 항상
내면의 갈등을 겪으며 살아간다. 에이자라는 인물의 캐릭터가 자칫 평범할 수도 있는 스토리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피킷
엔지니어링 CEO인 러셀 피킷의 행방을 제보하는 시민에게 10만 달러의 현상금이 지급될 예정이고, 에이자가 러셀 피킷의 아들 데이비스와 아는
사이라는 사실과 그를 만나러 가면서 스토리는 급물쌀을 타며 진행된다.

스토리보다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주인공이 아픈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세부 묘사였다. 건강하고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에 감염되었다고 생각하는, 지독한 강박관념에 빠져있는 주인공의
생각이 꽤나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듯 하다.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통증의 어려운 점은
실제로 은유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는 거야. 테이블이나 몸을 보여 주듯이 보여줄 수는 없지. 어떤 면에서 통증은 언어의 반대라고 할 수
있어." 닥터 싱은 컴퓨터로 몸을 돌리더니 마우스를 흔들어 컴퓨터를 깨운 다음, 모니터 속 이미지를 클릭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쓴 글을
들려주고 싶구나. '햄릿의 고뇌와 리어 왕의 비극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지만, 오한과 두통은 묘사할 단어가 없다……. 지극히 평범한 여학생도 사랑에 빠지면 셰익스피어나 키츠를 인용해 자신의 심정을 대변할 수
있지만, 아픈 사람은 의사에게 머릿속 통증을 설명하려는 순간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는다.' 인간은 언어에 기초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명칭이 없는
것은 알 수 없어. 그래서 진짜가 아니라고 추정하면서 '미쳤다'거나 '만성 통증' 같이 두루뭉술한 용어로 지칭하지. 상대를 배척하는 동시에
증상을 축소시키는 용어들로 말이야. '만성 통증'이라는 용어에는 그 지긋지긋하고 변함없고 끝없이 계속되며 피할 길이 없는 아픔은 전혀 담겨 있지
않아. (101쪽)
과연 러셀 피킷의 행방은? 그의 아들 데이비스와 에이자의 사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에이자는
데이비스와의 키스를 자신의 입에 박테리아를 넣어서 캄필로박터균에 감염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데 데이비스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러셀 피킷의
막대한 유산은 정말 도마뱀 투아타라의 차지인가……. 궁금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결국 마지막 장까지 넘기게 만든다. 상큼하면서도 독특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 영화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