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하모니카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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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나에게 극과 극의 느낌을 주었다. 훅 치고 들어와서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작품도 있고, 그저 스쳐지나간 작품도 있다. 그야말로 복불복이다.『냉정과 열정 사이』는 여행지 바닷가에서 읽었고 결국 피렌체 여행도 하게 되었으니 기억에 오래 남는다. 에쿠니 가오리의 이번 작품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잔잔하고 감성적인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개와 하모니카』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에쿠니 가오리,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1989년『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서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린다. 이 책에는 「개와 하모니카」,「침실」,「늦여름 해 질 녘」,「피크닉」,「유가오」,「알렌테주」등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외국인 청년, 소녀, 노부인, 대가족……. 공항의 도착 로비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인생이 조유하는 순간들을 선명하게 그려낸,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표제작. 애인에게 이별 통고를 받고 아내가 잠들어 있는 집으로 돌아온 남성의 심경 변화를 담담하게 그리는「침실」. "우리는 행복하다","됐어" - 부부 사이의 작은 거스러미를 살며시 들여다보는「피크닉」등 우리가 살아가는 한 계속 안고 가야 할, 따스한 고독으로 충만한 여섯 개의 여로. (책 뒷표지 中)

 

 

여섯 가지 소설은 각각 다른 색깔로 다가왔다. 특히「늦여름 해 질 녘」은 원래 모 제과업체의 초콜릿을 구입하고 응모하면 받을 수 있는 책자에 싣기 위해 쓴 소설이었다고 덧붙이는 말에서 알려주고 있는데, 말하자면 초콜릿의 '덤'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초콜릿을 보며 그동안과는 다른 싸르르한 느낌을 갖게 하며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을 소설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별 것 아닌 것 같이 잔잔하고 담담한 언어로 표현하는데, 어떤 것은 오래 흔적으로 남는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면서……. 옮긴이도 '앞으로는 초콜릿이란 단어를 대할 때마다 어린 날의 시나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혼자만의 느낌은 아니구나, 생각해본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읽다보면, 인생이라는 것이 어찌보면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너무 아무 것도 아니라 서글프기까지 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랬다. 사소한 일상에서, 어찌보면 할 말 없을 것 같은 소소함 속에서 길게 문장을 뽑아내고 이야기를 뿜어내는 데에서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런 걸로 이야기가 될까 의심스럽더라도 에쿠니 가오리는 소설로 엮어낸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여행과도 같은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물론 번역서를 읽은 것이지만 다른 언어로 쓰인 소설은 언어의 차이만큼이나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생각의 틀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잔잔하지만 늘어지지 않으며,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에쿠니 가오리만의 독특한 감성을 담은 것을 이번 작품들에서도 본다.

 

단편 소설 여섯 편으로 만나는 이번 작품은 여섯 가지 이야기는 각기 다른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단편 소설과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고르기를 하면서 또다시 새로운 세계에 빠져드는 맛을 느끼며 소설을 읽어나갈 수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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