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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나지윤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가족을 잃기에 적당한 시간이 있을까. 지금이 너무 급작스럽다면 다음은 괜찮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도 감정이 무뎌질 수 있는 그런 순간은 없다. 혹시라도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것은 단단히 착각한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슬픔에
빠져들어 헤어나올 수 없는 순간이 올 것이다. 너덜너덜 이리 저리 채이고 내가 남아있기나 한건지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고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할
것이다. 잘해준 것보다는 잘못해준 것 백 가지 쯤은 떠오르고, 그중 한 가지 정도는 너무 후회되어서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릴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슬픔의 시간에 대해 이 책《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를 읽으며 사색에
잠긴다.

슬픔에는 슬픔을 구원할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 슬픔이 누군가의
슬픔을 구하고,
누군가의 슬픔이 내 슬픔을
구합니다. (책속에서)

이 책의 저자는 와카마쓰 에이스케. 문학평론가, 수필가이다. 삶의
숙명과 같은 죽음, 슬픔, 사랑의 본질을 문학, 철학적으로 고찰하고 특유의 차분하고 유려한 문체로 풀어내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며 일본을 대표하는
문장가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은 아내를 잃은 작가의 담담한 고백과 함께 슬픔의 근원에 관한 깊은 사유가 편지라는 친근한 형식에 더해져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뜨거운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주치다', 2장 '내 글이 위로가
될 수 있다면', 3장 '슬픔이 스미는 시간', 4장 '우리에게 축복을 내려주소서'로 나뉜다. 눈물 속에 파종하는 자 기쁨 속에 수확하리니,
누군가를 마음 다해 사랑하는 일, 쌓여가는 슬픔, 어둠 속에서 홀로 베개를 적시는 밤, 슬픈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 사라지지 않는 내면의 빛,
그대여 그대가 오직 진리다, 보이지 않는 눈물, 영혼에서 피어나는 꽃, 읽고 쓰는 것이 주는 위로, 하늘에서 온 사자(使者)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편지글의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에세이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함께 생각을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도 부인과 사별한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과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부분에 있어서 갑작스럽지 않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일은 어떤 형태든, 언제나, 돌연히 온다는 것을'이라는 글 앞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소재에서 깊은 슬픔을 깔고 가는 에세이기 때문에 슬픔에 잠길 거라 예상하고 읽어나가지만, 이 책을
읽는 모든 순간이 무겁고 어둡기만한 것은 아니다. 담담하게 이어져나가다가 어느 순간 툭, 마음을 철렁, 떨어뜨린다. 아픈 사람 중에 그 정도
아픔은 아무 것도 아닐 사람은 없을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각자 슬픔의 무게에 버거워하게 마련이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삶이다. 이미 겪었을 수도 있고, 언젠가는 경험하게 되는 인생의 한 부분이다.
넘어져 보지 않으면 일어서는 의미를 알지
못하듯 슬픔도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슬픔의 의미를 알게 된다. (51쪽)
살아가는 힘을 잃을 만큼 상실의 아픔이 클 때, 어떻게 해야할까. 누군가의 위로, 정신을 차릴
만한 계기, 어쩌면 꿈에서 만난다면 달라질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이 책에 나오는 한 마디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상상하기 힘든 만큼의 슬픔에 빠져들더라도 살아갈 힘은 결국 내 안에서 되찾는다는 것. 그것은 어느 순간에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신에게는 지금도 무척이나 힘든 시간의
연속이겠지만, 점점 더 지쳐서 살아갈 힘을 잃을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잊지 마세요. 사람이 살아갈 힘은 외부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되찾는 것입니다. 당신 안에 이미 모든 것이 있습니다. (109쪽)
일찍이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사랑하던 사람의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원인을 자기에게로 돌려 돌출하는 분노에 사로잡히거나 한없는 무력감에 사로잡히는 상태를 '멜랑콜리'라
불렀습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과 스스로의 삶을 부정하게 되면 일상 또한
무의미해지므로 아무래도 잘 살아가기 어려워집니다. 와카마쓰 에이스케의《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는 그러한 멜랑콜리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어깨를 짚어주고 말을 건네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상실을 감당하는 법에 대해 조곤조곤 일러주는 공감과 위로의 책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방법은 역설적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곧 부재나 완전한 상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로 인한 슬픔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도리어 그 슬픔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함께했던 삶에 관한 더 없이 소중한 증거라고 쓰고 있습니다. 그 기억을
간직하는 한 사랑하는 사람은 부재하는 것이 아니며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204~205쪽)
책 마지막에 담긴 조형래 평론가의 단평 <다정할 책>을 읽다보면 나오는 구절이다.
편지글로 말을 건네는 듯 전해지는 에세이를 읽으며 처음에 그저 슬픔의 감정만이 있었다면 다 읽을 즈음에는 그 감정의 의미가 승화되는 듯하다.
누구나 소중한 사람을 잃는 순간이 올 것이다. 미리 알고 준비한다고 해도 슬픔에서 금세 헤어나올 수는 없는 상황일 것이니,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보내는 열한 통의 편지를 읽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기에,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