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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명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5월
평점 :
사는 게 뭔지, 요즘은 정말 답답하기만 하다.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어떤 게 잘 사는 건지 알고 싶다. 정말로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묻고 싶다. 정답 비슷한 것을 알려주면 좋겠지만, 인생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냥 답답하니까 하는 생각이다. 이럴 때에는 책에서 건네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책《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를 읽으며 스님이 건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는 명진 스님. 운동권 스님, 좌파, 독설왕, 청개구리 스님 등 그간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히다 보니 별명도 많이 생겼다. 열아홉 살에 출가하여 오십 년이 되었다.
나는 수행을 돋보기에 비유하곤 한다. 돋보기로 종이에 불을 붙이려면 먼저 빛을 한 곳으로 모아 초점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 집중이다. 이 집중은 너무 가까워서도 너무 멀어서도 안 된다. 종이에 빛이 가장 알맞게 맺히는 단 하나의 집중점을 찾아야 한다. 집중점이 없으면 아무리 오래 들고 있어도 허사다. 한점으로 집중되었다면 그다음은 종이에 불이 붙을 때까지 그 초점을 유지해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불붙을 때까지 그대로 있어야 한다. 지속이다. 집중과 지속이 함께 할 때 종이에 불이 붙는다. (193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나는 뭐하는 사람일까', 2장 '사는 건 왜 힘들까', 3장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4장 '행복이란 무엇일까'로 나뉜다. 흔들려도 괜찮다, 일흔 살 나 잘하고 있는 걸까, 대충 밴드 붙인다고 아픈 데가 낫냐, 사는 게 뭐 있나?, 어떤 게 복이고 어떤 게 화인지, 죽음이 와도 또 미루시렵니까, 걱정 말고 살걸 그랬다, 죽고 나면 염불이 무슨 소용이냐, 곪은 상처는 터져야 낫는다, 대체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미운 마음을 어떻게 하겠냐만, 제 갈 길 안 가고 뭐하러 남을 따라다녀, 윗사람 말 잘 들어야 한다고?, 저것들 얼마나 해먹으려고?, 역사가 전당포냐 자꾸 맡기게, 천국 가본 사람 없다 등의 내용을 볼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짙을까 우려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종교이든 반발심이 생기고 거리감이 느껴져서 책의 내용이 와닿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쉽게 다가와서 부담없이 읽으며 툭 던지는 질문에 어느새 생각에 잠긴다. 종교와 삶은 분리되어 있을까, 하나일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그동안 삶과 따로 생각해왔다면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시사적인 문제라든가 치열한 삶 속에서 불교를 본다.
잘 사는 법은 잘 묻는 것이다. 수행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그 질문을 계속 유지하는 상태다. 화두는 답이 나오지 않는 막막한 물음인 셈이다. 우리를 미궁 속으로 끌고 가는 질문은 좋은 질문이다. (149쪽)

나는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때마다 나 자신에게 묻곤 한다. 만일 사흘 뒤 내가 죽는다면 과연 이 일을 할까? 이 질문은 스스로에게 후회 없는 결정을 할 수 있게 한다. 죽음은 우리에게 유한한 생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동시에 잡다한 것에 끄달리지 않고 곧장 삶의 핵심 문제에 이르도록 만든다. (156쪽)
살다보니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아야하는 순간이 있다. 그러면 지난 시간 속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낭비한 경우가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이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해야할 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판단하는 데에는 어쩌면 이 기준이 앞으로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스님에게 어떤 게 잘 사는 거냐고 묻던 한 기업인도 감옥에 갔다는 언급이 인상적이었다. 과연 사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그 답은 여전히, 그리고 살아가면서 계속 찾아야 할 것이지만, 그 질문조차 잊고 살지는 말아야겠다. 살다가 잊고 있던 질문들을 떠올리며,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책이다.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툭 던지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