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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 - 15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누마타 신스케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8년 4월
평점 :
이 책은 제15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다. 거대한 재난을 겪어 낸 인간의 이면을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영리影裏, 그림자의 뒤편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어떤 의미를 던져줄지 궁금했고, 동일본대지진을 다룬 소설이라 읽어보고 싶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을 발견하는 의미가 있어서 소설 읽기를 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누마타 신스케 소설《영리》를 읽으며 인간 앞에 펼쳐진 대재앙의 그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데뷔작 한 편으로 아쿠타가와상과《분가쿠카이》신인상을 최초로 동시 수상한 누마타 신스케 작품 (띠지 中)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는 점에서였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이 있는데, 아쿠타가와상은 순수문학에 수여되고, 나오키상은 대중문학에 수여된다고 한다.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차이를 질문과 대답에서 찾는데, 순수문학은 옳고 그름을 넘어서 그 시대의 아픔과 문제를 잡아내어 독자에게 질문을 하며 고민거리를 안겨 주고, 대중문학과 대중 예술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며 마음을 풀어 준다는 것이다.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기에 좋은 작품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에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고 언급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작품이 던지는 질문에 집중해본다.

3장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단순하다. 이와테로 전근온 주인공이 히아사를 만나고 함께 낚시를 다닌다. 이후 퇴사한 히아사와 우연히 재회하고 다시 함께 낚시를 가기도 하고, 헤어진 옛 연인과 전화통화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본다. 그러다가 동일본대지진 이후 히아사는 행방불명 상태가 되고, 주인공은 그의 아버지를 방문하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히아사의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된다.

얇은 소설이어서 단숨에 읽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간이 좀 걸렸다. 행간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해서 그럴 것이다. 때로는 두꺼운 책을 금세 읽어나가며 스토리를 따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 얇은 책이지만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더디기도 하다. 속도가 느린 아날로그같은 소설이었다. 한 걸음 걷다가 한 템포 쉬어가는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특히 불교 선종의 용어, '電光影裏斬春風(전광영리참춘풍)'이라는 문장이 화두처럼 마음에 남는다. '번갯불이 봄바람을 벤다'는 뜻인데 인생은 찰나이지만 사람의 영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 문장을 곱씹으며 의미를 되새겨보아야 더 깊이 느껴지듯이 담담한 문체로 진술하고 있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의 마음과 사람의 인생에 대해 가늠해본다. 때로는 떠먹여주는 소설에 그저 끌려가듯 따라가는 것보다는 이렇게 독서를 하며 뜻을 음미하고 내 생각이 더해져 완성되는 소설이 독자에게 보람을 준다. 이 소설처럼 말이다.

마지막에 담긴 '옮긴이의 말'이 소설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해준다.《분가쿠카이》신인상 심사위원인 작가 마쓰우라 에리코가 이 작품에 대해 "대단히 우수한 마이너리티 문학이다"라는 심사평을 남겼다고 한다. 이 소설에 담긴 의미를 짚어주며 이 책을 다시 앞부분부터 읽어나가게 한다. 다시 시작이다. 스토리가 아닌 문장에 담겨있는 내면적인 질문에 다시 한 번 사색에 잠긴다. 절제된 문장으로 써 내려간 생의 자취와 존재의 그림자, 데뷔작 한 편으로 아쿠타가와상과《분가쿠카이》신인상을 최초로 동시 수상한 누마타 신스케 작품을 읽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