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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맨
슈테판 보너.안네 바이스 지음, 함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2월
평점 :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었다. 나른한 봄날, 무엇을 해도 시큰둥할 때 소설 속에 빠져들어 읽어나가는 시간이 활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선택한 이 책은 '미워할 수 없는 베타맨과 남자 복 없는 알파걸의 웃픈 다이어그램'이라고 한다.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베타맨》의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 책은 안네 바이스와 슈테판 보너의 공저이다. 안네 바이스는 1974년 브레멘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언어 및 인문과학을 공부한 뒤 한 대형출판사의 원고편집인으로 일하면서 실용서 및 소설과 아울러 슈테판 보너 씨도 함께 담당하고 있다. 슈테판 보너는 1975년에 태어나 여자들만 사는 집에서 자랐다. 남자의 특성과 더불어 남자들의 세계 자체가 지금도 종종 수수께끼처럼 여겨지곤 한다. 독문학과 여러 외국어를 전공했고, <비즈 앤드 임풀스>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소설을 번역했다.
이 책의 제목 '베타맨'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책장을 한두 장 넘겨보니 바로 의문이 풀렸다. 베타맨은 확고한 역할 모델의 부재로 인해 갈피를 못 잡는 현대의 남성을 일컫는 말이라고 쓰여있다. 비교 개념이 알파맨, 알파걸이라고 언급하니 확실히 무슨 뜻인지 선명해진다. 시작 페이지부터 한 차례 웃으며 읽기 시작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많은 남자들이 여자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평생 동안 애를 쓴다. 이와 달리 어떤 남자들은 그보다 좀 덜 어려운 것에 매진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상대성이론 같은."
이 책은 독일소설이다. 독일 소설은 진지하고 재미없을지도 모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면 이 책은 그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해줄 것이다. '헉, 찌질하다~!'라며 읽기 시작하는데, 어느덧 이들의 사실적인 이야기에 흥미진진하게 빠져든다. 어쩌면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찌질한 듯하여 민망한 무언가를 베타맨이 콕 짚어준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누구에게나 내면에 은밀하게 있는 찌질함 말이다. 물론 베타맨의 찌질함은 한술 더 떠서 '난 그정도는 아니야.'라며 위안 삼겠지만 말이다.
나는 일부러, 절대로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도록 복도 한가운데에 빨래 바구니를 세워두었다. 올리가 몇 번이나 그 바구니를 그냥 넘어 다니는 걸 본 후, 나는 그의 가슴에 총구를 겨누었다. 한마디로 그에게 압력을 넣은 것이다. 다음 학기에는 공부를 마치라고, 그래야만 아이며 집이며 그 외 부수적인 것들까지 우리가 함께 할 미래를 향해 스타트할 수 있다고, 그렇지 않으면 나와는 끝이라고. 나는 애원하다가, 욕을 퍼붓다가, 결국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올리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소파에 엉덩이를 들이밀 뿐이었다. (12쪽)

'소설인 척 소설이 아닌 하이퍼 리얼리즘의 끝판왕'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티격태격 아웅다웅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가게 되었다. 소설이라기보다 주변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인 듯 다가와서 현실적인 재미가 있었기에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