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 게임 - 인문학적 배경지식을 채워줄 재치 있는 풍자의 향연
존 켄드릭 뱅스 지음, 윤경미 옮김 / 책읽는귀족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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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었다. 이왕이면 인문학 관련 서적이어서, 읽고 나서 별로 남는 게 없어서 허무하지는 않게, 즐겁게 읽으면서 교양도 쌓을 수 있는 책을 만나고 싶었다. 이 책은 그런 기대 때문에 선택한 책이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책이다. 이 책《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 게임》을 읽으며 고품격 인문학적 유머와 풍자에 빠져드는 시간을 보낸다.


 


인문학적 지식이라고 하면 자칫 어려운 것으로 오해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이라는 말에 주눅 들 필요는 없다. 파도를 타듯이, 게임을 하듯이, 잡담을 즐기듯이 이 책을 그냥 읽어나가면 된다. 우리가 근엄하게만 여겼던 역사 속 철학자들이나 인물들이 친근한 이웃처럼 나타나 말의 향연을 펼친다. (9쪽)

 


이 책의 저자는 존 켄드릭 뱅스(1862-1922).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유머 작가이자 편집자이자 평론가, 시인이자 연설가였으며, 시, 소설, 희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뱅스는 특히 유명한 역사적, 문학적 인물들을 한데 모아 사후세계를 무대로 사건이 펼쳐지는 일련의 작품들을 썼는데, 이러한 작품들은 뱅스 판타지라는 새로운 장르를 낳기도 했다.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된다. 1장 '하우스보트의 정체를 밝혀라!', 2장 '<햄릿>의 저작권 주인을 찾아라!', 3장 '워싱턴의 저녁 만찬을 사수하라!', 4장 '새로운 극을 제안하라!', 5장 '시인을 위한 공간을 지켜라!', 6장 '원숭이와 인간, 그리고 꼬리에 얽힌 이야기를 지어내라!', 7장 '여성을 초대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8장 '셰익스피어의 고민을 해결하라!', 9장 '불멸의 요리사를 위하여 그리고 버터를 위해 변명하라!', 10장 '이야기꿈들의 밤을 훔쳐보라!', 11장 '최고의 동물원을 꿈꾼 흥행술사 바넘과 노아의 속사정을 알아내라!', 12장 '사라진 하우스보트를 찾아라!'로 나뉜다. 각 장은 하나의 게임으로 구성된다.


먼저 이 시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 중에 몇몇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항상 진지하고 심각한 대화만 펼쳐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한술 더 떠서 역사적 인물들과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이 부담없는 대화를 펼친다. 저자가 이미 오래 전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제야 한글로 번역되어 우리가 읽는다는 것은 대단한 시차인데, 이미 그 시대의 사람이 그런 상상력을 펼쳤다는 데에 먼저 감탄한다.

이 책의 저자인 뱅스는 이 유명한 인물들을 다소 '도발적'이다 싶을 정도로 풍자하고 희화화시킨다. 덕분에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치 싸움닭마냥 거침없이 서로에게 인신공격을 퍼부어대기도 하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온갖 잡다하고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282쪽_옮긴이의 말 中)


 

 


이 책에는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이해의 폭이 좁아지지 않도록 역주를 풍성하게 넣었다. 그 점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가 실제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원작자가 아닐 수 있다는 논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그 이유로 각기 다른 필체로 된 셰익스피어의 서명이 네 가지나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그의 작품이 셰익스피어의 교육수준이나 생활 수준을 훨씬 웃돈다는 점, 셰익스피어의 생애에 공백이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고 언급한다. 여전히 진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배경지식이 없다면 왜 셰익스피어를 이렇게 묘사했는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이런 것은 알려주기 때문에 더욱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지만, 사람 이름 옆에 일일이 주를 다는 것은 쓱쓱 읽어나가는 데에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역주를 넣은 것은 잘한 일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같은 책을 읽어도 이해의 폭이 좁아졌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상상력에 흥미롭게 따라가며 읽어나가게 된다. 생각의 폭을 넓히며, 인문학을 조금은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읽어나가는 책이기에 색다른 인문학 서적을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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