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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나 다시 돌아갈래." 영화 <박하사탕>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굳이 영화 이야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흑역사가 되어버린 과거의 어느 순간을 지워버리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라고 솔깃한 제안을 한다. 지나버린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후회 없이 살아간 사람이 있을까. 흘러간 시간을 재단하고 편집해준다면 좀더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특히 이 책은 독일에서 입소문 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이력이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호감을 갖고 이 책『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를 읽기 시작했다.

거침없는 성격에 제멋대로 사는 쾌락주의자 찰리. 부모님 몰래 대학을 때려치운 뒤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그녀는 첫사랑의 트라우마로 인해 서른 살 가까이 되도록 제대로 된 남자 친구를 사귄 적이 없다. 게다가 과거에 저지른 창피하고 민망한 실수들 때문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미스터리한 헤드헌팅 회사로부터 '과거를 지워주겠다'는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는데…. (책 뒷표지 中)

이 책의 저자는 비프케 로렌츠. 대학에서 영문학과 독문학을 전공하고 쾰른 영화학교에서 드라마투르기를 공부했다. 언니 프라우케 쇼이네만과 함께 '안네 헤르츠'라는 필명으로 발표한『포춘 쿠키』로 크게 성공한 뒤 본인만의 이름으로『사랑, 거짓말, 사설』,『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여자들이 선호하는 남자』등의 소설을 발표하면서 평론가와 독자들에게 호평받는 인기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심리스릴러『내가 가장 사랑하는 쌍둥이 언니』,『타인은 지옥이다』,『너도 곧 쉬게 될 거야』를 발표했으며, '샤를로테 루카스'라는 필명으로『당신의 완벽한 1년』,『해피엔딩으로 만나요』를 펴냈다.

주인공의 실제 이름은 샤를로타. 상당히 공주스럽다고 고백한다. 4학년 어느 날, 선생님께서 "찰리라고 부르는 게 낫겠다. 너한테는 찰리라는 이름이 훨씬 잘 어울려"라고 하셨고, 오늘날까지 그렇게 불리고 있다고 한다. 부모님을 제외하면 샤를로타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다고.
먼저 이 소설은 주인공의 모든 것을 뒤죽박죽 만들어놓고 누구라도 지우고 싶은 과거로 여길 만큼 마음을 복잡하고 민망하게 한다. 그 상황에서 과거를 지워준다는 제안을 받으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말이다. 누구에게나 언젠가 한 번 정도는 그런 생각이 들 법 한 일이기에 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혹 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뭐가 잘못된 거지?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엉망이지? 그런 생각이 들 때 그 과거를 지워준다면 어떨까? 이 소설은 거기에서부터 흥미진진한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누구나 지워버리고 싶은 일들이 꽤 있죠. 언젠가 실패했던 일들 말이죠. 민망하고 창피했던 모든 사건들,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일로 만들 수 있다면? 만약 그런 모든 일을 우리의 인생에서 영원히 지워버릴 수 있다면? 마치 전혀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 (122쪽)
찰리는 재미 삼아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사건 목록을 머릿속으로 만들어봤다. 당장 삭제해버리고 싶은 가장 민망하고 부끄럽고 창피한 최악의 사건 10…. 손꼽아보니 그것 말고도 또 있다. 찰리는 어떻게 할 것이며,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작가 비프케 로렌츠는 종종 다른 영화나 소설에서 한 번쯤 등장했던 자칫 유치해질 수도 있는 소재를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잘 풀어나간다.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슬프기까지 하고 한없이 심각한 이야기를 찰리라는 인물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해준다. (389쪽_옮긴이의 말 中)
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과거를 지워준다는 매력적인 제안 앞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가게 하는 추진력이 있는 소설이다. 게다가 한 번쯤 접해보았을 법한 평범한 소재를 맛깔나게 풀어가나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어서 나른한 주말을 책과 함께 보내도록 만들었다.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라면 더욱 빠져들어 읽을 소설이니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