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보이 -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박형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제14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스페이스 보이』다. 그동안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들을 보며 기대 이상의 만족감이 있었기에 이 소설도 자연스레 집어들게 되었다. 이 책의 표지와 소설가 정이현의 추천사가 책을 읽기 시작하기도 전에 무중력 상태로 우주를 붕붕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듯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시작이 힘차다.

어깨에 힘을 빼고 어떤 '폼'도 잡지 않는 소설, 껑충껑충 달리다가 이윽고 밤하늘을 날아오르는 순간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_정이현(소설가) 

어떤 느낌의 소설이 될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박형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11년『20세기 소년』으로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스페이스 보이』로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백미는 화자가 지구로 귀환한 뒤의 상황이다. 국민적 영웅이 된 '우주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하는 TV의 리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우주에 만들어놓은 세트장과 무엇이 다른가. (책날개 中) 

 

 

우주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우주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인간의 갖가지 상상이 괴상하게 생긴 외계인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영화나 만화 등의 소재로 다양하게 쓰이곤 한다. 으레 외계인이라고 하면 영화에서 보던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었는데, 이 책의 상상이 독특했다. '마치 우주 미아가 된 기분이지만 여긴 우주가 아냐. 저 멀리 운동장에서 들리는 아이들 소리도, 내 앞에 펼쳐진 이 모든 풍경도 말이야. 전부 지구 그 자체라고.' 지구인과 똑같은 모습, 혹은 내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변환되어 보이는 것…. '언어의 한계란 사고의 한계다' 이 말이 화두처럼 다가오며 독자에게 무한대의 상상을 뻗어나가도록 패를 쥐어준다.

대체 난 어디로 떨어진 걸까?

이곳은 지구인가? 아니면 우주인가?

"여기는 우주 맞아."

내 앞에 은발에 포니테일을 한 남자가 나타났어.

"굳이 말하면, 나는 니들이 말하는 외계인이고."

내가 말했지.

"하지만 이곳은 마치 지구와 같은 모습인데요"

그래, 적어도 그와 내가 서 있는 곳은 말이야.

그가 내게 말했지.

"우리에겐 어쩌면 네가 익숙한 것들로 보이는 능력이 있을지도 몰라." (15쪽)

 

 

 

그냥 '주인공이 우주 여행을 신나게 했고, 거기서 외계인을 만났고 이러이러한 일들이 있었다.'로 끝났다면 어쩌면 너무 뜬금없는 공상과학소설 정도로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읽어나가며 놀라웠던 것은 어느새 주인공의 마음에 동화되어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소설의 백미는 화자가 지구로 귀환한 뒤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읽은 것이 오히려 끝까지 읽어나가고 싶은 추진력을 주었다. 점점 더 집중해서 보면서 인간사 벌어지는 일은 물론, 인간 내면의 무언가까지 끄집어 내서 생각에 잠긴다.

"우주에 왜 갔느냐고 물었지? 그곳에 다녀오면 뭔가 잊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 그때는 그게 뭔지도 몰랐지. 그저 가슴속이 먹먹한 거 말이야. 술 마시면 목구멍까지 올라와 삼키려 해도 넘어가지 않는 거 말이야. 그런데 그곳에 다녀온 뒤 모든 게 명확해졌어. 설명하자면 긴데 너와 함께 했던 시간, 너와 함께 있던 공간, 그곳의 냄새, 흐르던 노래, 전부 생생해졌다고. 네가 언제 어느 날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도 다 기억나. …" (159쪽)


소설 속 후각을 자극하는 향에 대한 이야기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바이레도 라튤립, 세르주루텐 뉘 드 셀로판의 향이 격하게 궁금해지는 봄날이다. 그 향을 맡으면 잊어버리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찾아서 맡아보고 싶은 향이다. 점점 읽어나가며 더욱 집중하게 되는 소설, 앉은 자리에서 결국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소설이다. 잘 짜여진 틀에서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보이면서 나머지 부분은 이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가 생생하게 떠올리도록 만드니, 그야말로 독자를 함께 참여하도록 만드는 소설이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은 늘 기대 이상이었고 이 소설도 그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해냈기에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