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특별판)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상큼발랄 판타스틱 밤마실 로맨스라는 설명과 함께 소개글 한 마디면 이 소설을 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언가 진부하지 않고 독특한 분위기의 달달상큼한 소설 한 권쯤은 읽고 싶은 봄날이 아닌가. 

나는 가능한 한 그녀의 시야 안에 머물기 위해 3층 전차가 날아다니는 봄의 밤거리에서, 헌책의 신이 강림한 여름의 헌책시장에서, 공중부양을 하는 대학생과 괴팍왕이 휘젓는 가을의 대학축제에서, 감기로 자리보전한 겨울날 꿈속에서, 그녀와의 '우연한' 만남을 끊임없이 만들었다. "뭐, 어쩌다 지나가던 길이었어"라는 대사를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반복하는 내게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선배, 또 만났네요!" (책 뒷표지 中)

또한 일단 책을 펼쳐들고 몇 줄만 읽고 나면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이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의 이야기다. 배우들로 가득 찬 이 세상, 모두들 주역을 못 맡아서 안달하는데 그녀는 전혀 의도하지 않는 사이에 그 밤의 주역이 되었다.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몰랐고, 아직도 모를 것이다. 이 글은 그녀가 알코올에 잠긴 밤의 여로를 위풍당당 끝까지 걸어간 기록이자 주역은커녕 길가의 돌멩이로 만족해야 했던 나의 쓰디쓴 기록이기도 하다. 독자 제현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나의 얼간이 짓을 둘 다 숙독 음미하여 안닌 두부(살구 씨를 주재료로 만든 달고 쌉싸래한 맛의 두부-옮긴이)의 맛과도 비슷한 인생의 묘미를 만끽하기를. (7쪽)


 


이 책의 저자는 모리미 도미히코. 2003년『태양의 탑』으로 제15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을 수상하고 소설가로 데뷔했다. 2006년『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로 제20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하고 서점대상 2위에 올랐으며, 이듬해 발표한『유정천 가족』이 서점대상 3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 작가로 자리 잡았다. '매직 리얼리즘 '기법으로 현실과 가상을 교묘하게 배열하는 독특한 세계관과 고풍스러운 문체,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펭귄 하이웨이』로 2010년 제31회 일본 SF대상을 수상하고 서점대상 3위로 올라, 다시 한번 모리미 도미히코의 명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상큼발랄 통통 튀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처음부터 눈을 떼지 못하도록 시선을 집중시킨다. 내가 읽은 이 책은 개정판 3쇄가 2018년 3월 20일에 출간된 소설이다. 이 책을 애니메이션이 나온 후에야 읽어보게 되었는데, 읽다보니 알겠다. 충분히 영상화 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장면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그림을 그리듯이 펼쳐지는 영상을 보듯이 읽고 있으니,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영상화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이다. 또한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소재와 아이디어들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했는데, 그것은 역자 후기를 읽다보니 의문이 풀렸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소설에 나오는 여러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힘들게 고안해낸 것이 아니라 늘 머릿속에서 넘쳐나 그걸 모두 소설에 이용하려 들면 소설이 끝도 없이 길어질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자신이 살고 있는 교토라는 도시와 대학생활, 어려서부터의 독서력이 그에게 소설의 소재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판타지 소설다운 소재의 신선함과 기발함도 돋보이지만 그 이상으로 이 작품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탄탄한 구성과 독특한 작풍이라고 할 수 있다. (396쪽-역자 후기 中)


 


제목도 분위기도 두근두근, 봄날과 어울리는 소설이다. 게다가 2018년 3월 극장판 애니메이션 대개봉이라니 애니메이션으로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읽어보는 게 좋을 것이다. 일본의 차세대 천재 애니메이터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이 영화화했다고 하는데, 검색해보니 지금 상영중이긴 하지만 아쉽게도 이곳에는 상영하지 않고 있으니 좀더 시간이 지난 후 VOD로 만나보아야겠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라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작품을 앞에 두고 이것저것 단어를 늘어놓는 것이 공허해진다. 그냥 '읽어봐'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_기타무라 가오루 (야마모토슈고로상 선고위원)

이 소설을 읽다보니 예전에 먹어보았던 사탕이 떠오른다. 한 입 털어넣으면 입안에서 톡톡 튀다가 스르르 녹아내리던 것인데 마냥 달콤한 평범한 사탕이 아니어서 정신이 번쩍 나던 사탕이다. 톡톡 튀는 신선함이 매력적이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그 사탕이 오버랩되었다. 분위기가 비슷하고 독특하며 특별함이 있는 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역자가 언급한 야마모토슈고로상 선고위원인 기타무라 가오루의 한 마디 '읽어봐'라고 하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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