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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
김지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살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가족, 연인 등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배운다고 그만큼 개선되는 것도 아니기에 막막하기만 하다. 여기 강렬한 책이 있다. 동네 언니가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현재 진행 커플의 애매모호한 문제점을 콕 짚어내며 돌직구를 날려주기도 하는 듯한 책이다. 이 책《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를 읽으며 인간관계에 대해, 특히 어려운, 연인과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김지윤. 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가족상담을 공부하며 망하고 꼬이는 관계들이 가지는 패턴을 연구했다. 그녀의 강의는 무거움과 가벼움 그 사이를 잘 다룬다는 평가를 받으며 SNS와 유튜브 누적 조회수 1,500만 뷰를 기록했으며 tvn에서는 <김지윤의 달콤한 19>를 진행하며 혼자 굴 파는 청춘들에게 위로자가 되었다. 현재 USTORY&좋은연애연구소를 운영하며 직장 안에서의 감정소통, 부부 그리고 연인 간의 소통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나로서는 꽤 아픈 시간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무언가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느끼는 당신이 모쪼록 다시 차근차근 시작하기를 바란다. 이 책은 아마도 당신이 잃어버린 관계들의 이유를 찾고 잡고 싶은 관계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타인과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리될 때 당신이 바라보는 세상도 달라져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다섯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사랑은 언어다', 챕터 2 '슬픔을 말해야 당신이 산다', 챕터 3 '사랑인 것과 사랑이 아닌 것', 챕터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챕터 5 '누가 뭐래도 소중한 당신'으로 나뉜다. 당신만이 사랑의 콘텐츠, 싸움의 기술, 이유 있는 이별, 슬픔을 말해도 괜찮아, 어서 말을 해, 사랑과 고통 사이, 집착 다루기, 부족한 재회, 봄날은 갔다, 불륜에 관한 상식, 기다린다는 것, 나를 무너뜨리는 언어, 타인의 시선, 예쁘다는 말, 침묵하지 않는 한 사람, 유부남에게 끌린다면, 가족을 떠날 시간, 혼자의 의미, 당신은 인류에 꼭 필요한 사람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느낌은 말솜씨 좋은 사람이 현실적인 정보를 들려주는 것 같다고 할까. 쑥 빨려들어가 집중해서 읽게 된다. 어느새 질문에 대답하고 있고 맞다고 공감하며 읽고 있다. 저자의 목소리를 들은 적은 없지만 강연을 펼치는 듯 음성지원이 되는 느낌이다. 연애를 하기 전에 이 책을 읽어본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연애를 하는 중이어도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어디에서도, 어떤 강의에서도, 심지어는 가정이나 친구들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강의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착하고 선하신 분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꼭 첫 만남에서 이슈를 꺼낸다는 거다. 입을 틀어막아 드리고 싶다.
"저희 집은 빚이 오억이고요. 부모님은 곧 이혼하실 것 같고…… 아, 그리고 제가 허리가 좀 안 좋아서…… 디스크 초기라 의자가 편한 게 좋더라고요."
이 말을 해석하자면 이렇다.
나랑 잘된다면 너는 연대보증을 서달라는 시아버지의 전화를 받을 수 있고 시가가 두 곳이라 명절엔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는 말이 무엇인지 삶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며, 나는 무거운 것을 잘 들지 못해 수박이랄지 우량아는 오직 너의 몫이 될 것이다.
첫 만남에 "저는 솔직하고 진실해야"라며 이슈 폭탄을 날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착하고 솔직한 것이라기보다 인간관계의 기술도 눈치도 예의도 없는 것이다. (51쪽)
이 책에서는 이슈는 정말 부담스럽고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관계가 돈독해지면 양파 껍직을 벗기듯이 조심스럽게 한 꺼풀씩 떼어 보여줘야 한다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 자식 등 가족과의 관계 등 근본적으로 생각하며 질문을 던진다. 특히 '가족 이데올로기에 꽂힌 시선으로 타인의 삶을 재단하는 것, 폭력이라고 생각한다.'라는 큰 글씨로 된 문장 앞에서 많이 공감한다. 유난히도 다른 사람에 대해 간섭이 심한 사람들 앞에서 '그건 폭력이다'라고 말하는 것조차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문제의식을 감지하게 해준다. 손쉽게 비정상이라는 낙인을 찍지 않고 가족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생각의 물꼬를 터준다.
저자가 주는 현실적인 조언에 자연스레 시선이 집중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어가며 독자는 자신의 주변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아니라면 어떤 점을 되짚어보며 개선해야할지 판단하게 된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면 더더욱 이 책이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조금은 더 나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에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