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인가 : 사랑의 과학화 - 자연주의 출산의 거장이 전하는 21세기 사랑의 의미
미셀 오당 지음, 장 재키 옮김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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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호르몬이 관여하면 비슷한 행동들이 나타난다. 성행위, 출산, 모유 분비는 대뇌신피질의 중심 중 같은 부위(대뇌신피질의 제동장치)의 작용으로 방해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현대 생리학자들은 ‘성sexuality’을 단순한 성행위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삶이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71쪽)


『중용』 제12장 본문 일부입니다.


君子之道 費而隱. 夫婦之愚 可以與知焉 及其至也 雖聖人亦有所不知焉 夫婦之不肖 可以能行

군자지도 비이은. 부부지우 가이여지언 급기지야 수성인역유소부지언 부부지불초 가이능행

焉 及其至也 雖聖人亦有所不能焉·······君子之道 造端乎夫婦·······

언 급기지야 수성인역유소불능언·······군자지도 조단호부부·······


군자의 도는 널리 쓰이면서 은밀하다. 일개 부부의 어리석은 수준에서도 알 수가 있지만 그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비록 성인이라도 또한 알지 못하는 것이 있으며, 일개 부부의 못난 수준에서도 행할 수 있지만 그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비록 성인이라도 또한 할 수 없는 것이 있다·······군자의 도는 그 실마리가 부부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저의 『중용416』이 부분 해설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주목할 것은 부부와 성인을 대비시킨 점입니다. 군자와 소인을 대비시켰다면 아무도 그 자연스러움에 토를 달지 않겠지요. 하필 왜 부부일까요?

뜬금없어 보이지만 사실 필부필부匹夫匹婦평범한 사람들의 소통이 모든 인간관계 소통의 출발점입니다. 이는 너무나 보편적 진실이라서 오히려 늘 묻히고 말지만 적어도 부부 개념에 앞선 그 어떤 인간 생명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면 여기 부부 언급은 하등 의아할 게 없습니다.

물론 부부관계의 핵심은 사랑이고 다시 그 사랑의 핵심은 성적인sexual 것입니다. 단도직입으로 말하자면 성교야말로 인간 존재 자체와 소통의 발원이자 핵심입니다. 그래서 성sex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한자어 중 이 ‘성性’ 자 만큼 위대한 쓰임새도 없을 것입니다.·······

·······아주 하찮게, 아주 조용히 말하지만 부부는, 부부의 성은 중용의 요체이자 뇌관입니다! 그래서 성인도 알 지 못하고 행하지 못하는 경지가 있다고 설파한 것입니다. 


현대 생리학자들이 성을 “전체 삶”이라 보는 것은 근본적인 지점에서 『중용』사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부부의 성을 실마리 삼아 군자의 도, 그러니까 중용이 풀려나온다고 말하는 것처럼 성행위-출산-모유 분비가 일관된 호르몬 작용으로 이어지면서 인간 생명의 존엄한 과정이 펼쳐진다고 말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전체 삶인 성의 여러 사건을 관통하는 사랑이 다름 아닌 중용이니 말입니다. 중용처럼 사랑은 평범한 주체들이 평등하게 서로 흡수·관통함으로써 올바르고 착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빚어가는 실천입니다.


미셸 오당을 따라 중용 이야기를 조금 더 심화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성행위의 중용에 주의합니다. 성행위는 단순히 좁은 의미에서의 성적 교합이 지니는 함의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각 사회의 통념, 사회윤리학적 맥락, 정치경제학적 구도, 종교적 전통이 깔려 있는 문제입니다. 특히 여성, 미성년, 장애인, 넓게는 출산·수유와 무관한 성소수자 등에 가해지는 억압 문제를 누락시키고는 당최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억압과 향락의 극단을 버린 성행위의 중용은 성 평등과 자유 전체 문제의 타락 극복 운동입니다.


출산의 중용 또한 지극히 어려운 화두입니다. 이미 문명사회 전반이 산업 출산에 매몰되어 있는 만큼 시스템의 변화는 결국 중대한 정치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출산 토건은 남성 지배, 전문가 지배, 성인 지배, 공학 지배, 편의 지배를 중첩시킨 지배세력의 블루오션입니다. 모든 지배력의 산실입니다. 여성의 핵심, 인간의 핵심을 훼손하면 통치가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 지점입니다. 가장 어려운 싸움터입니다. 인간이 인간이려면 이 전선에서 승리해야만 합니다. 천명입니다.


모유 수유 역시 넓고 깊은 함의를 지닙니다. 양육 전반을 아우른다고 보아야 합니다. 사실 인생은 그 자체로 기나긴 양육 과정입니다. 양육의 초동 단계를 보호하는 일은 출산 단계를 보호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모유 수유에 원천적으로 가해지는 훼손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가해지는 억압을 세밀하게 문제 삼아야 합니다. 이 때 잘못 형성된 애착관계가 사랑을 비틀고 삶 전체를 망가뜨립니다. 이후 아동기·학령기·청소년기까지 양육 이론과 실천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 중용의 양육을 꾀해야 합니다.


성을 매개로 사랑과 중용의 일치를 발견하면서 저는 작금의 우리사회를 다시 한 번 신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른바 대통령이라는 자가 잡신에 빙의된 영매에게 연설문을 사전에 넘겨 교정 받았습니다. 국가기밀이 포함된 문서까지 넘겨주었습니다. 공식복장 하나까지 지시에 따라 착용했습니다. 그 영매가 자기 떨거지와 심지어 장관급 인사, 개성공단 폐쇄를 논의했습니다. 이래놓고도 이른바 대통령이라는 자는 거짓말로 녹화 사과를 했습니다. ‘순수’한 마음이라 강변했습니다. 아, 순수! 이 순수야말로 그의 본질을 드러내는 압도적 표현입니다. 그의 순수는 강박과 무지의 결합체입니다. 강박은 자신의 음란, 음산, 음험에 순수를 방어기제로 동원하도록 합니다. 무지는 그것이 방어기제라는 사실을 모르게 합니다. 둘이 결합하면 제어 불가능한 극단까지 전진만 합니다. 그 순수는 사랑을 내칩니다. 사랑은 너와 나가 따뜻하게 섞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순수는 중용을 내칩니다. 중용은 너와 나가 평등하게 엮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순수가 우리사회를 차가운 불평등 사회로 만들었습니다. 그 순수의 장본인은 이제 어찌해야 할까요? 그 순수의 장본인을 이제 어찌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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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에서나 어느 세대나 모든 여성은 출산 시 안정감을 확보하기 위해 비슷한 방법을 쓴다.·······엄마 아니면 가족 운데 엄마 대신 있을 수 있는 사람이나 혹은 산파 등 이웃사람 중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등이 자신 가까이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 믿을만한 조산사는 엄마를 대신할 수 있다. 안정감을 주되 판단하지 않고 관찰하지 않는 사람의 원형이 엄마다.(64쪽)


엄마 혹은 엄마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산모에게 안정감을 주고 산모가 마음의 안정을 누릴 때 순산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에서 본문의 내용은 전혀 하자가 없습니다. 그런데 『티베트 의학의 지혜』라는 책에 따르면 인디아·티베트 전통 사회에서 산바라지의 제1순위는 아기의 이모, 제2순위는 아기의 외할머니입니다. 산모는 물론 신생아까지 배려한 좀 더 수준 높은 시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셸 오당의 생각이 미처 미치지 못한 지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태아는 초기에 엄마의 마음 상태를 매개로 외부 조건과 간접 접촉을 하다가 나중에는 직접 소통합니다. 무엇보다 아기는 음성 포함 여러 정보를 해석하고 종합하여 엄마 이미지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엄마 모습은 그렇게 아기에게 생애 최초의 안정감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엄마 말고 다른 사람은 일단 신생아에게 일종의 공포입니다. 불안 요인입니다. 그러므로 생애 최초시기에 아기가 엄마 말고 다른 사람을 안정적으로 만나려면 그 이미지가 엄마와 가까워야 합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자신의 엄마가 더 가까울지 모르지만 아기 입장에서는 엄마의 자매가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하여 아기 입장을 좀 더 반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엄격한 양자택일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핵심이 엄마와 아기가 모두 안정감을 누려야 한다는 사실이고 보면 그러기 위해 어머니/외할머니든 자매/이모든, 출산을 도우려는 그 누구든 평소 태아와 교감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업 출산을 혁파하고 사랑의 출산으로 복귀하려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안입니다.


미셸 오당 같은 근본적 거장조차도 어른 중심 시각의 잔재를 다 씻어내지 못할 만큼 타락한 문명의 독성은 강합니다. 우리 좀 더 치밀하고 좀 더 맹렬하게 문제적이어야겠습니다. 전체 프레임을 걸고 싸우는 전쟁에도 능해야 하지만 소소하고 미미하게 스며드는 전투에도 능해야 합니다. 출산이란 말은 그 자체로 이미 엄마의 입장을 대변합니다. 아기의 입장에서는 출생입니다. 산업 출생에서 아기를 구하려면 아기의 생명감각으로 삼가 스며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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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 사랑의 과학화 - 자연주의 출산의 거장이 전하는 21세기 사랑의 의미
미셀 오당 지음, 장 재키 옮김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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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모든 다양한 문화가 출산을 방해하는 정도에 따라 인간의 잠재적 공격성을 각기 다른 정도와 다른 방향으로 발달시켜온 것이다.(51쪽)

  ·······빌헬름 라이히 같은 인간 본성회복을 주장하는 전위적 지지자·······는 “신생아 복지를 무엇보다 우선해서 고려할 때 비로소 문명이 시작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56쪽)


저자가 무슨 단어를 썼는지 모르나 “출산을 방해”한다는 번역은 전체 문맥을 고려하면 “출산을 훼손”한다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의 본성과 그 생리적 이치를 따르지 못하도록 토건 의료로 통제·왜곡·침탈하는 것이므로 방해라는 소극적 표현보다 훼손이라는 적극적 표현이 진실에 부합할 터이기 때문입니다.


임신-출산-육아의 전 과정에 의료가 권위적·공격적으로 개입하여 여성의 삶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병자의 정체성으로 살아가도록 강요합니다. 여성이 어머니가 되는 과정 전체를 병리상태로 몰아버리는 문화에 사랑이 들어설 자리는 없습니다. 사랑의 능력이 거세된 여성에게 남는 것은 오로지 “공격성”뿐입니다.


출산을 전후한 엄마 상태를 병리상태로 몰아버리면 태중, 출산, 양육 상태에 있는 아기의 상태 전반 또한 당연히 병리상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 생애의 최초이자 핵심인 시기를 병리상태로 몰아버리는 문화에 사랑이 들어설 자리는 없습니다. 사랑의 능력이 거세된 아기에게 남는 것은 오로지 “공격성”뿐입니다.


빌헬름 라이히가 무슨 단어를 썼는지 모르나 “신생아 복지”라는 표현은 전체 문맥을 고려하면 “신생아 존엄”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의 본성과 그 생리적 이치를 따르지 못하도록 토건 의료로 통제·왜곡·침탈하는 것이므로 복지라는 도구적 표현보다 존엄이라는 근원적 표현이 진실에 부합할 터이기 때문입니다.


양수가 미리 터져 감염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제 딸은 유도분만을 통해 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주치의와 병원 측이 당시 조건치고는 공격적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여주어서 그나마 나은 형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분만실 밖으로 나오면서 아내가 처음 지은 표정, 처음 한 말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아기를 처음 보았을 때 느낀 경이로움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좀 더 온전하게 훼손을 차단했더라면, 좀 더 온전하게 존엄을 지켜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죄스러움 또한 죽는 날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것입니다. 남은 날들은 저 훼손된 모성/여성을 복원하고, 새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일에 어찌 이바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저만의 각오가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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