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가 출입문을 열며 다그쳤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아 죄송해요. 책을 보고 있었어요. 영업이 끝난 줄 몰랐어요."
소년이 대답한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다.
소년은 머리카락이 눈에 닿자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하드커버 책을 쥐고 있었다.
에곤 실레에 관한 책이었다. 오, 이런! 독특한 화풍의 누드 화가잖아. 내가 얼마나 에곤 실레의 초상화를 좋아하는지 소년에게 말하고싶었다. 크리스마스 전에 수강한 파커 선생님의 미술사 수업에서 이화가를 주제로 내가 썼던 에세이에 관해 말하고 싶었다. 아주 오래전 작품이지만, 전혀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지 않는다고, 탁월한 묘사가 여전히 멋지지 않으냐고 말하고 싶었다. 난 정말로 그렇게 말하고싶었다. 그리고 대체 넌 누구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난 얼어붙어버렸고, 아무 말도 못 했다.

정말 베넷이 문을 닫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베넷이 있던 자리에 대신 들어설 장점이 과연 있을까? 사실, 서점이 있던자리가 텅 빈 채로 남겨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슬프다. 시내 중심가는 이미 영업 중인 상점보다 문을 닫은 채 그대로 방치된 데가 더 많다. 화려하게 단장한 새로운 공간에서 훨씬 더 비싼 임대료를 지급해 가며 영업을 하려는 가게들이 정말 줄 서 있기라도 한 걸까?
 베넷 그레이스워스 지점이 없어진다면, 우리는 서점에 가기 위해기차를 타고 가장 가까운 도시를 방문해야 한다. 그럼 직원 할인도,
초판본을 만져 볼 기회도 없을 거고, 카운터 뒤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척하며 나를 세련되고 지적으로 보이게 하는 책에 푹 빠져드는일도 더는 못 하겠지.

P43. 왜 그레이스워스에 베넷이필요한지 우리가 한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면, 어쩌면 그들도 우리 캠페인에 동참할지 모른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주장을 펼친다면, 분명 우리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거다. 이 점이중요하다. 얼마나 자주 이런 일이 벌어질까? 밑져야 본전이다. 젠장,
어쨌든 방학이 끝나기 전에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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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바로 그 시간에 전화를 붙잡고서, 앉아서 어음이니 선하증권이니 할인이니 하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더 위로 불꽃이 튀기는 듯한 수많은 벽들 뒤에서 덫에 걸린 채 다 죽어가는 사람을 상상해보라. 비록 현대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어떤 메마른 고장에 그처럼 죽음이 들이닥칠 때 그 불편함이 어떨 것일지는 이해가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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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책 - 왜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이는가
이동학 지음 / 오도스(odos) / 2020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학문적으로 고리타분하게 적어놓은 또는 통계자료로 현혹하는 환경책이 아니다. 적어도 3-4년 전부터 현재까지 노력해온 나라별 실상과 잘못하고 있는 부끄러운 정책도 이야기한다. 그 속에 숨은 자본주의, 도시의 두얼굴, 환경파괴 작가 이동학은 처음부터 모순에서 시작한 문제점들을 너무도 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산만하지 않게 쓰레기책 답게 쓰레기에 대해 함께 정신차려보자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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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산둥성 지난시. 이곳은 지난 시내에서도 동쪽으로 한시간을 넘게 달려야 나오는 곳입니다. 농지 사이로 시멘트와 유리가 섞인 건물이 낮게 올라가 있습니다.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바로 음식물 처리장입니다. 그런데 음식물을 처리하는 방식이 매우 획기적입니다. 음식물 처리를 위해 바퀴벌레 40억 마리에게 최고급 숙식을 제공하고 있거든요. 으아. 도대체 어떻게 음식물을 처리한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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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대인 박해와 ‘국가의 적들‘을 수용할 강제수용소 설치가 본격 시작된 시기는 1933년 히틀러가 수상으로 임명된 직후였다.
1934년에는 나치당 내의 반대파 숙청이 있었고 1935년 9월 뉘른베르크법(Nuremberg Laws)이 공포되며 유대인을 비롯한 ‘비아리안계‘ 인종의독일 시민권을 박탈했다. 1938년 11월의 이른바 수정(水晶)의 밤[크리스탈나흐트(Kristallnacht)]에는 유대인 가게들이 약탈과 방화 피해를 봤다.
그 뒤 1942년 1월에는 반세 회의(Wannsee Conference)가 열려 나치 지도부가 ‘유대인 문제의 최종적 해결책‘으로 유럽 내 모든 유대인의 말살을논의했고, 이후 강제수용소가 몰살의 중심축이 되었다.
이 극악무도한 계획은 실질적 측면뿐 아니라 윤리적 측면에서도 경악스러웠다. 나치가 점령한 폴란드에서 친위대 장교들을 모아 놓고 행한세 시간의 연설에서 힘러는 양심과 연민의 정을 억누르라고 강요했다.
규율과 비밀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부관들을 홀로코스트 범죄에 연루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비밀주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힘러는 이집회 연설을 녹음했고, 녹음기가 제대로 작동 중인지 확인하느라 중간중간 말을 끊기까지 했다. 바로 이 녹음테이프가 훗날 미군의 수중으로 들어가 나치가 저지른 전쟁 범죄의 증거로 보존되었다. 여기에는 그 사본에서 일부분만 발췌한 내용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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