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꽁 그림책이 참 좋아 35
윤정주 글.그림 / 책읽는곰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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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퇴근 무렵에 받은 책인데, 네 살 우리 아들도 오후 6시부터 자기 전까지 다섯 번을 읽어 주었는데도 계속 읽어 달라고 할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다. 내일 더 읽어준다고 겨우 달래서 재웠다. 우리 아이는 재미없는 책은 한 번만 읽어주면 더 읽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유아들의 수준에 맞게 내용이 구성되어 있고, 전개된다. 냉장고 속에 먹을 것들이 전부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느낀다. 이야기 전개 과정도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결말도 상상력이 발휘된 신선한 끝맺음이다. 특히 우리 아이가 재미있어 한 부분 중에 하나는 냉장고 속 음식들이 속닥속닥, 소곤소곤등 동작이나 소리를 흉내내는 말이었다. 지은이가 그림을 전공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유아의 발달 단계나 수준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한 것 같아 보였다. 내용 뿐만 아니라 색깔이나 그림의 톤도 부드럽고 따뜻함이 느껴져서 아이의 정서도 크게 자극하지 않고 오히려 온화하고 따뜻하게 만들 것 같기 때문이다.

 

   이 도서의 대한 책놀이책도 있어서 좋다. 유아들 수준에 맞게 질문도 구성되어 있고, 색칠공부나 오리고 붙이기, 우리집 냉장고 속도 그려보게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있다.

 

유아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볼 수 있는 책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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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는 열두 살! 라임 어린이 문학 12
톰 맥로힌 지음, 김선희 옮김 / 라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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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형식이랄까? 구조라고 할까? 어느 것이든 정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 아이가 점점 성장해 나가는 내용의 동화이다. 정치 이야기라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냐구요? 전혀요.

 

   ‘두 사람 다 백만 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듯이 입을 꾹 다물었다.’와 같은 과장하는 비유나 장관들은 로봇마냥 뻣뻣한 자세로 조에게 인사를 건넸다.’와 같은 비유적인 표현으로 초등학생들도 쉽게 상상하거나 이해할 수 있도록 쓰였다. 한 문장의 길이도 대부분 2~3줄로 짧고 간결하다.

 

   이야기의 내용도 결말에 이르기 전에 잠시 우울해졌지만, 금방 유쾌해졌다. 마치 주인공인 조가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정치 이야기답지 않게 밝고 재미있게 흘러간다. 이것은 책을 한 번 잡으면 최소 수십 페이지 읽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능력은 없는데 대운하 건설을 위해 뒷돈을 챙기고 가족이나 부하 직원들에게 화내고 소리치는 퍼시벌 총리의 모습은 영국의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많이 닮아 있어 이 책을 읽어도 거리감을 느낄 수 없다. 우리나라도 고위직이나 재벌 회장 등 소위 높은 곳에 있다는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강하고, 강한 사람들에게는 약한 모습이나, 공익 보다는 사익을 더 우선시하지 않는가? 환경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개발을 우선시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시간 때우기를 위한 얄팍한 재미와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 등장하는 정치가나 교장 선생님 등으로 대표되는 어른들의 특징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돈을 벌기 위한 욕심으로 시민들이나 아이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짜 어른이나 리더는 경청하는 사람임을 말한다. 학교에 수영장을 건설해 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 퍼시벌 총리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였고 끝내 말 못한 한 교장 선생님과 달리, 조는 용기 있게 공원을 살려달라고 말한 것을 통해 총리가 되었지만, 비올레타 부총리의 공격으로 두려움에 빠진 조가 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일방적인 설교가 아닌 이야기의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 책을 읽는 나의 마음에 스며들게 한다. 젠킨스 비서실장님이 한 말처럼 소위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돌보는 삶, 돈이 아닌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하게 만든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직 아이인 사람들에게 마음을 조금 자라게 하는 데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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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키티 1 : 우당탕탕 글쓰기 수업 배드 키티 시리즈 1
닉 브루엘 글.그림, 김경희 옮김 / 상수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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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이 책을 말하라면 한 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실물 사진이 등장하고, 출판사가 싫어할 말(책을 복사해서 쓰라거나 자신만의 배드 키드 책을 쓰라는 등)도 거침없이 하고 있다. 특히 웃으면서 빠져들게 만드는 점은 직접 이야기(동화)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범을 보이며 이렇게 글을 쓰고 그리라고 하는 것이다.

 

   직접 배트 키티라는 등장인물의 다이어트 이야기(?)‘를 써가는 과정을 초등학생들도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쉬운 말을 쓰고, 그림을 통해 구체적이고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 이야기(동화) 형식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또 어려운 말은 뒤에 따로 그 의미를 실어놓고 있다. 더하여 척척박사 머레이 아저씨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코너도 있어서 비슷한 의미의 용어나 글을 쓸 때 꼭 알아야 할 점들을 좀더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그런데, 머레이는 누구지? 역시 유명한 작가인가?) 글이나 책을 쓸 때 형식이나 구성요소 등을 웬만큼 안다고 하는 저도 맥거핀이나 플롯 포인트같은 이야기를 쓸 때 필요한 것도 이 책을 보고 나도 알게 되었다.

 

   처음에 몇 쪽을 읽고, 바쁜 일이 있어 며칠을 못 보았지만 계속 다음 내용이 무엇일까 생각나는 책이었고, 일을 다 끝내고 조금 잠이 왔지만, 밤늦게까지 잠도 자지 않고 다 읽고 나서야,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미소 짓거나 큰 소리로 웃게 만드는 책이다. 상수리 출판사는 싫어하겠지만, 머지않아 아이들도 나도 나만의 배드 키티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아니 아이들과 같이 책을 보며 같이 써봐야겠다. 작가 말대로 복사도 몇 장 해볼까?^^(출판사 관계자 분들, 복사한다는 말은 농담인 것 아시지요?^^ 아이들이나 제가 쓴 이야기를 상수리 출판사에서 발간하면 화나지 않겠지요?) 이야기(동화)가 아닌 다른 장르의 글쓰기 책도 나왔으면 좋겠다. 나와 아이들이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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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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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년이 지났지만, 국가폭력(518광주항쟁)에 의한 피해자들의 그 당시의 현실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처참한 현실을 묘사한 책이다. 여전히 폭력의 상흔은 많은 사람들을 포로나 노예로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 살아남은 피해자들 중에는 죽음으로써 해방을 맞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강력하다.

 

   또한,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들의 잔인성도 나온다.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도 광주항쟁을 왜곡하는 무리들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을 불허하는 이유도 자신들이 약간 (국가 폭력의) 가해자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다라고 유시민은 말한다. 놀라우리만치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읽기만 하는 나조차도 절망, 분노, 슬픔, 수치가 느껴진다. 읽는 동안이나 읽은 후 한동안 비위가 약한 사람은 밥을 못 먹을 수도 있을지도 모론다. 가해자들이 느껴야 할 감정들도 가해자들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피해자들이 느낀다. 한 연구자가 논문을 쓰기 위해 하는 심리부검을 도와달라는 것도 십 몇 년이 지났지만, 그 당시의 일을 떠올려야하기에 힘들어 한다. 잡혀간 사람들이 밥 때문에 나중에는 싸우는 것을 통해 피해자들도 원초적인 본능이나 욕구 앞에서는 무너지는 모습도 묘사한다.

 

   어제는 5.18 광주항쟁이 있었던 날이다. 그제는 한 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날이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는 한 세트의 책이다. 인간에 폭력성에 대한 탐구를 하니까. 광주항쟁을 듣기만 한 어린 딸(작가 한 강)의 마음에 아로새겨진 그 상흔이 이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원동력이다. 채식주의자가 개인(가족)의 폭력이나 학대에 대한 묘사와 저항이다. 소년이 온다는 국가폭력의 잔인성과 피해자들의 처참함을 말한다.

 

   이런 처참함을 잊지 말아야 다시 이런 폭력들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수상 소감으로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 했다고 한다. 상을 받은 것이 새벽이라서이기도 하지만, 손석희 앵커는 찬란한 녹색의 봄 5월을 늘 또 다른 색깔로 떠올려야만 하는 우리의 슬픈 습관에서 연유했을지 모른다고 해석했다. 피해자에게는 아프지만, 기억하고 가해자에게 계속 그 폭력을 떠올리게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폭력을 하려는 생각을 멈추게 하지 않을까? 혹시 내가 아이들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무심코 행하는 폭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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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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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혜도 어릴 때 가정폭력을 당했고,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가 꿈을 꾼 것 때문에 폭발한다. 영혜의 형부는 물리적인 폭력을 당한 것 같지 않지만, 교육자 집안이라는 배경에서 풍겨 나오는 억압적 분위기라는 폭력에 의해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눌러 놓아야 했던 것은 아닐까? 영혜의 언니 인혜는 어떤가? 영혜와 마찬가지로 가정폭력을 당했지만, 역시 억눌러 놓았다가, 영혜의 사건으로 인해 살짝 삐져나왔지만, 아이 때문에 영혜처럼 폭발하지는 못한 것 같다. 영혜의 아버지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는 전쟁이라는 아주 극한 폭력 상황에 놓여 있다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영혜는 결혼하고도 남편에 의한 폭력을 당했다고 보여진다. 물리적인 폭력은 아니지만, 존재 자체에 대한 무시를 당하는 학대를 받았다고 보여진다. 육식을 안 하고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가 꿈을 꾼 것 때문이라는 말에 황당해하고, 자신의 직장 생활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된다고 할 뿐 대화가 없다. 처음에 영혜와 결혼할 때도 영혜라는 존재 자체를 어느 정도 알아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 병풍처럼 세워 놓기에 평범하고 무난하기 때문이었다. 인혜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가정일에 무관심했다. 남편은 자기 동생과 엄청난 일을 저질러 인혜에게 정신적인 상처를 입힌다. 남편 자신의 욕망 충족을 위한 자기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폭력을 인혜에게 행사한 것이다. 영혜의 아버지도 다 큰 결혼한 딸에게도 자기의 말을 따르게 하기 위해서 여전히 폭력을 행사한다.

 

   폭력에 의한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방식도 달랐다. 인혜는 아이 때문에 다시 누른다. 인혜의 남편은 억눌린 욕망을 폭발시킨다. 영혜는 비폭력적 저항으로 육식을 거부하다가 누구에게도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나무가 되고 싶어한다. 영혜는 아주 오래전에 입은 트라우마지만 지금 현재의 삶까지 영향을 미치기에 그것을 끊어버리고 싶어하는 무의식의 발동인 것 같다. 브레지어를 하지 않는 이유가 답답해서라고 하는데,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것 같다. 흔히 화병을 가진 사람들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이 자신이 유일하게 살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의식적으로 채식주의자가 되었지만, 동박새를 헤치는 본능을 제어하지 못한 것과 자신의 젖가슴을 이햐기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2007년에 쓰여진 이야기이지만, 이 시대에도 여전히 아동 학대라든가, 묻지마 폭력이 심심치 않게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이 때, 또 폭력을 행사한 이들이 변명이나 핑계처럼 어릴 때 자신이 받은 학대와 폭력 때문이라고 하는 이때에 영혜의 폭력에 대한 저항이 계속 생각이 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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