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국 총리는 열두 살! ㅣ 라임 어린이 문학 12
톰 맥로힌 지음, 김선희 옮김 / 라임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이야기의 형식이랄까? 구조라고 할까? 어느 것이든 정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 아이가 점점 성장해 나가는 내용의 동화이다. 정치 이야기라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냐구요? 전혀요.
‘두 사람 다 백만 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듯이 입을 꾹 다물었다.’와 같은 과장하는 비유나 ‘장관들은 로봇마냥 뻣뻣한 자세로 조에게 인사를 건넸다.’와 같은 비유적인 표현으로 초등학생들도 쉽게 상상하거나 이해할 수 있도록 쓰였다. 한 문장의 길이도 대부분 2~3줄로 짧고 간결하다.
이야기의 내용도 결말에 이르기 전에 잠시 우울해졌지만, 금방 유쾌해졌다. 마치 주인공인 조가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정치 이야기답지 않게 밝고 재미있게 흘러간다. 이것은 책을 한 번 잡으면 최소 수십 페이지 읽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능력은 없는데 대운하 건설을 위해 뒷돈을 챙기고 가족이나 부하 직원들에게 화내고 소리치는 퍼시벌 총리의 모습은 영국의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많이 닮아 있어 이 책을 읽어도 거리감을 느낄 수 없다. 우리나라도 고위직이나 재벌 회장 등 소위 높은 곳에 있다는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강하고, 강한 사람들에게는 약한 모습이나, 공익 보다는 사익을 더 우선시하지 않는가? 환경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개발을 우선시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시간 때우기를 위한 얄팍한 재미와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 등장하는 정치가나 교장 선생님 등으로 대표되는 어른들의 특징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돈을 벌기 위한 욕심으로 시민들이나 아이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짜 어른이나 리더는 경청하는 사람임을 말한다. 학교에 수영장을 건설해 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 퍼시벌 총리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였고 끝내 말 못한 한 교장 선생님과 달리, 조는 용기 있게 공원을 살려달라고 말한 것을 통해 총리가 되었지만, 비올레타 부총리의 공격으로 두려움에 빠진 조가 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일방적인 설교가 아닌 이야기의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 책을 읽는 나의 마음에 스며들게 한다. 젠킨스 비서실장님이 한 말처럼 소위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돌보는 삶, 돈이 아닌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하게 만든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직 아이인 사람들에게 마음을 조금 자라게 하는 데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