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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사토 신 지음, 돌리 그림, 오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라고 하고, 나도 대담하게 “뭐 어때?”하고 싶은 마음도 있기에 이 책을 골랐다. 그런데, 끝까지 보았어도 마음이 편치 않다. 왜 그럴까?
일본의 상황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기에 상황이 이해는 되었다. 올해 신문 기사에 일본에서는 초과근무를 많이 시키면 규제를 하려고 한다고 기사가 났다. 우리나라도 조정래 작가의 ‘풀꽃도 꽃이다’에 보면 아버지는 돈 벌어오는 기계요, 투명인간이고, 찌질이일 뿐이다. 소설 뿐만 아니라 현실도 그렇다. 그만큼 직장인들은 일에 치여 여유 없이 사는 인생들이다. 또한, 반전이 있을 것 같은 예상도 했었고, 그 반전이 무엇일지도 비슷하게 맞추었다.
그림(삽화)에서도 신체크기 중에서 얼굴 크기가 신체 크기의 절반 이상이었고, 그 얼굴 크기의 절반 이상이 입의 크기였다. 대담하고 자신감 있고, 여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인가? “뭐 어때?”를 외치며 여유를 갖고, 해변으로도 가고, 팬티만 입고 회사로 걸어서 가기도 한다. 이런 모든 부정적이고 긴급한 상황(?)을 유쾌하고 여유롭게 표현해 놓았다.
적당씨가 근무하는 회사의 이름도 의미심장하다. ALRIGHT.Inc이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니 ‘괜찮은, 받아들일만한, 알겠니?’외에 Hello, Hi처럼 인사말로도 쓰인다고 한다. 이런 회사이니 ‘뭐 어때?’가 가능하지 않을까? 다른 궁금한 점은 글이나 그림 모두 일본작가인데, 등장인물 이름이 ‘적당씨’이다. 번역자가 우리나라에 맞게 바꾼 것인가? 아니면 일본이름도 ‘적당’인가? 이렇게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 책에 빨려 들어가게 하는 장면이 많다.
그러나, 9월 10일에 한 무한도전에서 회사원인 우리가 ‘소모품’이라는 대사가 있었다. 인터넷에 실린 관련 신문 기사에 이 말에 공감하는 댓글이 참 많았고, 조회수나 추천수도 높았다. 사람으로 대접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비참한 현실에서 대담하게 ‘뭐 어때?’가 가능할까? 작년 말인가? 올해 초인가에 두산에서 한참 문제가 되었던 신입사원도 권고사직을 당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외칠 수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12일 어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대 규모의 지진도 났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뭐 어때?’가 가능할까? 지진이 나서 위험한 상황인데도 교실에 머물러서 공부하라는 학교, 일본과 달리 국가나 정부는 손 놓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가? 국민안전처의 문자도 재난주관방송사의 방송도 재난방송이 없다고 볼 정도로 아주 늦었다. 1분 1초가 급한 때에 내가 핸드폰을 검색해서 지진대피요령을 찾아야 할 정도였다.
난 언제쯤에나 ‘뭐 어때?’를 입을 크게 벌리고 외칠 수 있을까? 한편으로 생각하면 소심하거나 부정적인 나에게 이런 것을 생각해보도록 바쁘게 달려가는 길을 멈주고, 그 자리에 잠시 머물게 해주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