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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대학 다닐 때 철학 시간에 군가산점 주는 것이나 군가산점에 찬성하는 주장을 한 남자이다, 군대도 다녀왔다. 이 책을 읽은 지금은 애 낳고 키울래? 군대 갈래? 하면 무엇을 선택할까? 대체복무로 육아를 할래? 그냥 군대 갈래!? 하면 무엇을 택할까? 생각해보았더니 나라면 그냥 두 경우다 가산점 안 주어도 군대 간다고 할 것이다. 군대도 힘들지만, 지금은 18개월 전후만 하면 된다. 육아는 제대 없이 말뚝 박는 것과 같다. 기간만 문제가 아니라 힘듦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면 최소 육아가 군대보다 2배 이상이다. 책 내용에 실제 내 아들과 놀아주며(?) 경험한 것을 감안한 것이다.
단지 임신, 출산, 육아만 힘든 것이 아니라 여자의 일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가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차별, 편견, 폭력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남자이고, 어릴 때도 어머니만 여자였고, 남중, 남고를 나왔으며, 지금 현재도 아내만 여자이기에 잘 알거나 이해하지 못했다. 이 책에도 나온 ‘맘충’이라는 말에 동감했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종일반의 경우 전업주부가 당연히 차별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김지영씨의 어머니와 비교해서도 김지영씨의 삶이 더 나아졌다고 할 수 없었다. 2016년에 이 이야기는 끝나지만, 2017년 현재까지도 페미니즘이 많이 알려져 있고, 양성평등이 연구학교나 시범학교의 주제가 되어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자들이 더 남아선호 사상이 심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여자들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나 같은 남자들도 약 3~4시간 만에 독파가 가능할 정도로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쓰인 것은 물론이고, 실제 논문이나 통계자료, 기사 등을 적절하게 녹여내어 남자들도 부작용 없이 자연스럽게 의식이나 마음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한 마디로 당의정 같은 책이다.
어제(12월 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말미에 Metoo운동을 소개했다. 여성들은 물론이고, 유재석 같은 유명인 남자들의 참여로 인상이 깊었다. 남자지만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했다. 물론 어제 소개된 Metoo운동은 여자들이 당하는 것에 일부에 국한된 것이고, 한계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김지영 씨를 상담한 정신과의사가 자기 아내와 환자인 김지영씨는 경험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이해나 공감을 하였지만, 자신의 병원에 근무하는 상담사는 같은 경우인데도 이해하지 못하였다. 나도 어쩌면 또 벽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 아내나 딸이 아니기 때문에 ‘맘충’처럼 ‘종일반’ 차별처럼 또 이율배반적이나 이중성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성폭력이라는 일부에 국한시키지 않을 것이고, 유명인도 권력도 없지만 나도 참여할 것이다. 시행착오나 실수를 하더라도 나도 김지영씨를 대신대서 아니, 내 아내를 위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 소리를 높이겠다. 그것이 김지영씨로 대표되는 이 땅의 여성들이 치유 받거나 위로 받거나 차별이나 편견, 폭력 등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하는데, 아니 그들이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갖게 하는데 아주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