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나를 사랑해
다비드 사피어 지음, 이미옥 옮김 / 김영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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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느낌이 물씬한 이 제목의 소설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소설, 특히나 연애소설이 될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너무나 재미나게 읽었던 소설.

이름만 예수지, 사실은 연애소설이예요 라는 추천의 글을 듣고는 "그랬다. 가끔 나도 추천받아 책을 읽곤 한다." 아..남자친구 이름만 예수님이지, 실제 예수님과는 무관한 글이구나 했는데.. 아.. 내 상상은 착각~

 

그 남자친구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예수님 맞다.

행운의 여주인공은 마리.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날씬하며 매력적인~~.. 과는 거리가 먼..

스벤이라는 남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2kg을 감량하고 나니 69kg이 된 여성이자..

나이는 30대 중반. 그리고 다수의 남친들에게 차여본 경력이 있는 밀땅의 선구자와는 거리가 있는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자기밖에 안보인다는 콩깎지 씌인 남자친구 스벤과의 결혼식에서.. "아니오"라는 황당한 답변을 해버리고는 집에 와 이상한 기분으로 웨딩드레스만 벗고 잠이 들게 되었다가.. 천장이 새는 방안을 감당하기 힘들어하자.. 고쳐주러 온 사람이 바로 너무나 멋진 남자.. 여수아(예수) 였던 것.

 

그는 정말 매력적인 남자였다. 브리짓 존스와 김삼순이 오버랩되어 떠오르는 발랄한 우리 마리양과 얼마나 어울릴까 싶을 정도로..

음..그렇게 역으로 생각해보면 아마도 예수의 모습은 현빈과 콜린 퍼스를 혼합해 생각해내면 되는 것일까?

게다가 조지 클루니로 등장하는 사탄과 에마 톰슨으로 분한 하나님은 또 어떠한가?

 



 

"오랫동안 누구도 그러지 않았는데 그녀는 나를 감동시키는 구나"

 

가브리엘은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완전히 뒤집어놓고 싶었다.

과거로 돌아가 다시 천사가 되어 마리가 태어나지 못하게 만들어놓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이상 천사가 아니라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지요?"

 

"어린 소년이었을때부터 모두들 내안에서 신의아들만을 보았어."

 

예수가 설명했다.

 

"하지만 마리는.. 그녀는....그녀는.. 내안에서 뭔가 다른 걸 봐."

 

"살사 춤을 추는 댄서를?"

 

"완전히 평범한 사람을.."

236p



 

 

소설도 발랄하지만, '그 사이'라는 작은 활자의 중간중간의 새로운 사건과 (처음에는 전혀 연관성 없는 상상 속 이야긴 줄 알았는데.. 절대적으로 연관성 있는 아주 중요한 사건들이다. ) 마리의 친언니인 카탸가 그리는 마리와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 또한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주었다.

 

 



 

마리에게 이별 선물로 남겨주고간 카탸 언니의 선물.

 

마리를 눈물짓게 한 그 이야기는 정말 자매의 뜨거운 우애를 가늠하게 하는 만화였다. 아, 나도 내 동생과 이렇게 행복하게 아끼고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올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며 읽으면 더욱 재미있게 읽혀질 소설 예수는 나를 사랑해는..어쩌면 종교적 관점에서는 발칙하게 느껴질..그런 소재일 수도 있다.

 

감히 예수를 인간, 그것도 가브리엘 목사의 기준으로 한참 모자라게 느껴지는 (마리는 신앙심도 부족하고, 부모에 대한 공경심은 더더욱 부족하다. ) 마음에 안드는 구석 투성이인 마리의 애인으로 등장시키다니.. 게다가 엄청나게 중대한 과업인 최후의 결투를 포기할 정도로 그들의 사랑이 진척되자, 하나님조차 당황하는 그런 촌극이 벌어지고 만다.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기발하다고 느껴진다.

 

종교를 싫어하는 사람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 모르겠지만.. 굳건한 믿음을 가진 사람 눈에도 발칙하기 짝이 없게 느껴질 터라..

 

이 소설을 재미나게 읽은 나는.. 나이롱 신자여서 그런것인지 몰라도.. 아..그래도 종교 심판에 의한 불의지옥 이야기는 다시금 내 생활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그동안 난 참 회개하지 않고 그냥 살아왔는데 말이지...어떻게 하나..영원한 불의지옥..

 

구세주와 신앙 앞에 지극히 현실적인 평범한 여성 마리의 이야기를 펼쳐냄으로써.. 심각할 수 있는 주제를 너무나 소탈하게 풀어내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아니면 자유 의지없이 살고 싶은 거야? 마리?"

 

이런 질문을 받자, 내 머릿속에서 북한 사람들, 톰 크루즈와 같은 과학 회원들과 의지가 없는 좀비들의 그림이 차례로 지나갔다. 346p 

 



 

 (참으로 시니컬하고 재미난 그녀, 이렇게 사회적 풍자까지 되돌려 하는구나 싶었다. 아니 이건 되돌려 하는게 아니라 얼마나 직설적인가? )

 

예수와 마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또 인류 최후 종말의 대결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직접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이다.

 

물론 이렇게 희화화되는 결말은 있을 수 없겠지만..그렇지만.. 간만에 정말 너무나 재미나게 읽은 (종교???) 소설이었기에 새로운 자극으로 매력적인 예수를 대하고픈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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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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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생으로 압구정고(당시 구정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한 sbs 피디 이재익님의 소설 압구정 소년들.

 허구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강남 키드 출신인 자신의 학창 시절의 모습과 그 당시의 정황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배부른 아이들은 고민같은 건 없을 거라 생각하듯, 성장 소설에서 강남 키드들이 빠져 있는 듯 해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변까지..

 

이름이 압구정 소년들인데 칙칙한 음악을 하면 되겠냐? 우리가 무슨 대단한 반항아들도 아니고 우린 압구정 소년들이야. 딱히 분노할 것도, 걱정할 것도 없는 운 좋은 놈들이라고. 51p

 

주인공 현우주는 압구정고 명물인 전교1등 박대웅이 이끄는 압구정 소년들이라는 고교 밴드에 들어가게 되었다. 네 소년 모두 공부도 잘 하고,음악까지 잘하는 정말 운 좋은 놈들이었다. 게다가 박대웅의 능력은 아버지의 부와 재력 이상으로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과 탁월한 판단력까지 갖추어 못하는 것이 없는 요즘 말로 "엄친아"그 이상의 것이었다.

 

록은 죽었어. 마찬가지로, 우린 더이상 소년이 아니야. 끝내야 할때 못 끝내면 인생이라는 기차가 멈춰버리는 거야. 106p

 

한참 록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다가, 첫사랑 연희에 대한 마음으로 성적까지 곤두박질치던 나는 차마 음악을 그만 둘 생각을 못할때, 박대웅이 먼저 그룹을 접자는 말을 꺼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한가지에 미쳐버리면 헤어나오기 힘든 법인데 그의 정확한 판단력은 우주가 아닌 내가 바라봐도 치가 떨릴정도로 무서운 것이었다. 대웅은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로부터 18년후, 36의 나이가 되어 국민 스타, 크리스털 아이즈로 불리우던 아름다운 우주의 첫 사랑 서연희가 자살을 하고, 서연희의 남편이자 잘나가는 연예인 매니지먼트사 사장인 박대웅은 아내 죽음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다.

 

연희의 죽음때문에 예전 일을 돌아보니 알겠다. 박대웅이라는 존재가 나에게는 콤플렉스의 시작이었다. 공부도, 운동도, 심지어는 첫사랑마저도 밀렸다. 그러면서 아예 그 녀석하고는 승부조차 할 필요없는 정 반대의 삶을 택했다. 성공을 위한 인생, 쟁취를 위한 인생 반대편에 있는 삶, 서른 여섯 살의 나는 지독히도 개인적인 녀석이 되어버렸다. 도시의 불빛 속에 숨어 사는 방관자. 131p

 

 연희의 죽음을 파헤치며, 18년 전의 과거를 넘나들며 현재의 압구정, 청담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까지.. 사실은 과거의 학창 시절의 그들의 행보가 더 자세히 묘사가 되면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진행이 되었다. 연희가 죽던 날 미국에있다던 박대웅이 자택 cctv에 연희와 함께 나선 모습이 찍히고, 연희의 새로운 첫사랑 역시 5년전 의문의 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진다. 혼자서 자꾸만 위험한 수사를 진행하는, 그동안은 묻혀지냈던 나의 놀라운 변신.

 

그리고 18년전 압구정 소년들 네명과 반포의 명물이었던 세화여고 3총사의 이야기.

직장이 도곡동, 청담동이었던 지라 낯익은 지명 , 아파트 등은 많이 나왔지만, 언제나 너무 먼 거리게 있었던 강남 키드의 생애.

대학 동기들 중에서도 강남 키드가 많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지방 출신인 내 앞에서는 조심하려고 노력하였던 것 같다. 아주 가끔 실수로 흘리게 될 적에도 (예를 들어 고교 동창들 엠티를 호텔로 간다던가 하는 등의 이야기 ) 얼버무리려 넘어갔고 말이다. 카더라 통신으로만 무성했던 많은 소문들이.. 소문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런 불법과외 등이 있었음을 넌지시 암시해주는 이야기까지..

 

이 책은 빠르게 읽히는 재미와 실제 알고 있는 그룹, 지명 등이 그대로 거론되어 더 사실적으로 읽혔다는 점,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삶과 압구정고, 서울대 등에 이어지는 강남 키드의 고민과 일상 등에 대해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무척 사실적인 소설이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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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날 땐 만화를 그려 봐 ㅣ 동글이의 엽기 코믹 상상여행 8
야다마 시로 지음, 오세웅 옮김 / 노란우산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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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이는 학교 수업시간에 창피를 당하였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빨래줄에 걸린 옷을 후다닥 입고 가는 바람에 그만, 동생 팬티가 바지에 집게로 붙어있는지 모르고 등교해버린 것이었다. 선생님이 지적하고, 아이들도 모두 웃고, 집에 와서 동글이는 이 짜증나고 창피한 상황을 만화로 그렸다.

 

동글이의 취미생활은 만화그리기.

 

만화로 그리면 창피한 일도 아하하 웃을 수 있다. 만화의 주인공이 실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다. 13p

 

짜증나고 창피할때 무엇을 하면좋을까?만화를 그려 동글이처럼 유쾌하게 승화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얼굴이 붉어지는 그런 일들이 있으면 나는 몰라몰라 하면서 고개를 휘젓고, 잠을 자거나 다른일을 하곤 했다. 어렸을 적에 앞에 걸으시는 할머니가 우리 외할머닌줄 알고, "할머니" 하고 큰소리로 부르며 뛰었다가.. 앞에 가서 보니 아니길래.. 창피한 마음에 마저 가던 길을 그냥 뛰어서 갔던 일, 미술 학원에서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꼭 우리 이모 같아서, 이모 오신줄 알고, "이모!" 하고 뛰쳐나가보니 전혀 생판 모르는 남이었던 일. 등등..사람을 잘못 알아보고 무안했던 일들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걸 보면 (둘다 꼭 동글이 만할때 겪은 일이었다.) 동글이처럼 만화로 그려 하하하 웃기라도 했으면 속이 다 시원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만화를 그리고 그리다가, 나중에 소재가 떠오르지 않자 일부러 실수를 해봤는데, 그것도 여의치않고..

결국 동글이는 만화를 그리는 법이라는 책을 사서, 읽으며 이런 저런 상상의 힘을 키우기 시작한다. 좀더 황당하고, 재미난 결론을 내기 위해서 책의 힘을 빌렸던 것.

그러다보니 동글이의 만화는 정말 재미도 있지만, 황당함이 부풀어져만 갔다. 그 상상의 끝은?

 

몸은 아빠지만 원래는 개니까 땡글이를 묶어 두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마당에서 뛰놀고 있는 아빠를 묶어야 할까?

동글아, 누구를 묶어야 하는 거니?

엄마는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질문을 했다. 너무나 황당한 광경을 보다보니 목이 탔다. 57p

 

아빠와 개의 몸이 바뀌고, 동생이 고양이 나비와 몸을 바꿨다. 엄마 얼굴은 마미사우르스, (동글이가 상상해낸 엄마 괴물)가 되었다가 만화 속 엉망진창이 되었다가 하고, 세상 모든 일들이 자꾸 이상하게 동글이가 그린 괴물 그림대로 바뀌어갔다. 으.. 만화도 좋지만, 너무 만화에 빠지면 안된다는 것일까? 만화 속 공간을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것일까?

 

동글이 아빠처럼, 엄마 아빠도 어려서부터 무척 만화를 좋아했고, 특히나 아빠는 아직도 만화를 좋아한다. 우리 아기가 자라면 아마 같이 만화를 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워낙 만화를 좋아했던 아빠는 옆집에 놀러가 만화로 된 역사 전집을 보고싶어서 한글도 모르면서 옆집 형에게 얼른 얼른 읽어달라 조르다가, 한글을 깨쳤다 하였다. 그렇게 깨친 한글로 역사 만화를 닳을때까지 봐서, 아빠가 기억하는 역사는 엄마가 교과서를 줄줄 외운 역사보다 더 폭넓고 세부적인 사항을 기억한다. 역시 재미로 한 공부가 오래 가는 듯 하다.

 

같은 만화라도 아이가 흥미가 있다면 충분히 재미난 만화로 유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예를 들어 말이다. 동글이는 만화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또 상상력을 키우며 잠재된 작가, 만화가로서의 역량을 키웠는지 모른다. 어쩌면 작가 야다마 시로의 어릴적 모습일 수 있는 동글이의 이야기.

아이의 실수가 만화가 되는 이야기서부터, 이야기가 점점 부풀려져 현실 세계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대 사건이 되는 것까지.. 거창하지만 충분히 재미난 상상이었다.

 

돌아오는 법도 깔끔하게 마무리!

 

아이들에게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부제가 달렸듯이, 아하하놀이공원에서 시를 쓰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가 하면, 이번 편에서는 재미난 만화를 그려보고픈 마음이들게 하였다. 아이들의 상상의 단추를 살짝 눌러주는 그런 이야기였달까? 재미나게 읽고, 즐기며 그 안의 상상력 버튼을 한번 눌러주는 감각까지.. 즐기는 순간이 곧 행복이 되게 할..재미난 시리즈. 그 다음 편의 이야기들은 어떤 이야기일지 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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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놀이공원을 구해 줘 ㅣ 동글이의 엽기 코믹 상상여행 7
야다마 시로 지음, 오세웅 옮김 / 노란우산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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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때 나의 모습은, 나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면서 어릴적 썼던 일기라도 남아있으면 정말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5~6학년때썼던 일기는 아마 친정집을 잘 찾아보면 나올것같기도 한데, 그 훨씬 전에 썼던 일기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 어릴 적의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즐거울 거란 생각에 아이들이 귀찮아 하는 일기도 사실은 어느 누구도 되돌리지 못할 멋진 타임머신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고 싶다. 아직은 너무 어려 글도 그림도 어설픈 우리 아기지만, 나중에 일기를 쓰게 되면, 그 일기의 소중함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것.
 

잘은 기억나지 않는 몇몇 일화로만 남아있는 나의 3학년 시절..

이 책은 얼굴이 동그래 별명이 오백원인 초등학생, 동글이의 이야기이다. 3학년 3반인 동글이는 어느 날 아버지가 가져오신 놀이공원 초대권을 받아 혼자서만 버스를 타고 공원에 가게 되었다. 어른은 입장이 불가능한 곳이었기에..

 

그곳에서는 돼지가 안내를 하고, 흐물말랑 연필이 일일 가이드로 따라다니며, 동글이가 생각해낸 표현으로 시를 완성해주고, 그 시가 놀랍게도 바로 즉석에서 연극 공연으로 되살아나는 그런 곳이었다. 아이들의 웃음이 사라져, 아하하 공원의 많은 풀과 소 등, 생명체들이 생기를 잃어갔는데 아이들의 웃음만 있으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것. 마음껏 웃고 지수가 100이 되면 놀라운 불꽃놀이쇼까지 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림만 독특한 것이 아니라, 내용까지 정말 상상 속 세상 그 자체였다. 현실에는 없는 놀라운 상상의 세계. 그런 공간을 꿈꾸기를 좋아했고, 또 그런 책을 읽기를 좋아했다. 다른 사람이 펼쳐놓은 그 상상의 공간에 들어가 바라보는 것, 그것 또한 새로운 재미난 세상이었기에 말이다. 어릴적의 나는 그렇게 재미난 이야기책들을 좋아했고, 상상 가득한 새로운 세계를 동경했다. 동글이가 다녀온 아하하 놀이공원은 공주, 요정 등이 나오는 공간은 아니었지만, 머리에서 상상해내는 그 모든 것을 즉석에서 볼 수 있는 놀라운 세상이었다.

 

발이 네개 달린 말이 다리가 뒤엉켜 쓰러지는 장면에서 백개의 다리를 지네처럼 달고 뛰어가는 다소 징그럽지만, 놀라운 말의 등장까지..

아하하 공원에서는 안되는 일이 없었다. 그래, 이렇게 어른이 되어 상상의 세계를 많이 갉아먹고, 이제 남아있는 거라곤, 안된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초라한 모습뿐이었는데 동글이와 함께 다녀온 세상 속에서는 여전히 아이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었다. 정해진 규칙과 정의에 따라 살아야 하는 세상, 어른의 눈으로 아이를 제한하지 않도록 마음먹고 싶다. 아기가 자라 이 책을 읽을 무렵에 너무나 편협한 시각으로 정해진대로만 가르치는 재미없는 엄마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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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2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구판절판


이 책 한권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가 카이스트 교수직까지 내놓고 집필에 전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일까 내심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웃분 들 중에 책을 좋아하시는 상당수의 님들이 올해 최고의 책, 읽고 또 읽은 책, 너무나 감명깊었다라는 내용들을 언급하심을 보고, 읽기 전부터 정말 대작은 대작이겠구나 생각이 되었다. 그렇게 많은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한 밀림무정. 책을 붙잡자마자 나는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새벽 다섯시까지 책을 읽어내렸다.


갑자기 날씨가 무척이나 추워졌지만, 산과 흰머리의 격전이 펼쳐지는 그 개마고원의 겨울 추위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상상할 수도 없는 그 추위와 두려움.

눈은 조용히 그들의 머리와 어깨, 온몸 구석구석을 감쌌다. 부드럽게 충분히 스며든 뒤,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걷몰고 죄어치고 볶아치고 또 되몰아쳤다. 스며들며 녹았던 눈들이 단숨에 얼며 서걱서걱 피부를 긁어댔고 죽음의 냉기를 차고 넘치게 구멍이란 구멍으로 불어넣었다. 22p

호랑이라 하면 동물원에서나 보고, 티브이, 이야기책에서나 봐왔던 나였기에 호랑이를 직접 맞닥뜨렸던 그 옛날 조상들의 느낌을 이토록 생생하게 전달받을 줄은 몰랐다. 마치 책 말미에, 이 글은 조선시대 마지막 명포수인 "@@@"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라는 말이 덧붙을 듯한 그런 생생함이었다. 작가의 허구가 이토록 치밀하게 펼쳐질 줄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읽고 또 읽었다며 추천을 해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는 일제 치하, 조선 최고의 명포수였던 웅은 개마고원의 왕대, 흰머리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상을 치른 3일 후 흰머리는 웅의 집에 내려와 둘째 아들 수의 팔을 찢어 물고 큰 아들 산을 노려보며 경고하듯 떠나갔다. 그렇게 산과 흰머리의 악연은 시작되었다. 산은 자신의 타고난 감각으로 오로지 흰머리 사냥을 위해 인생을 걸었다. 아비를 죽이고, 동생의 팔을 뜯어 앞날을 망친 그 호랑이에 대해..


천하만물을 용서해도 단 하나 용서할 수 없는 너와의 악연을 오늘 끝내리라.
내 탄환이 향할 곳은 폐나 심장이나 척추가 아니다.
호랑이는 뇌가 작고 두개골이 단단하여 직접 머리를 겨냥하는 법이 아니라고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단숨에 놈의 이마를 "왕"의 중심을 뚫을 때다. 마침 바람이 불어와서 산의 가슴에서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열망들을 식혔다. 흰머리의 머리가 더욱 희고 거대하게 보였다.
바로 지금이었다. 162p


호랑이와 한 사나이의 일생을 건 대 격돌. 하얀 백호가 개마고원을 호령하고, 그 당당한 위용에 일반 사냥꾼은 감히 나설 생각조차 못했다.
한번의 패배가 있었어도 산은 또다시 흰머리를 파악하고, 흰머리를 추격했다. 호랑이에 대한 모든 것. 특히 씨가 말라버린 조선 호랑이에 대한 모든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는 느낌이었다. 산신령, 산주라 불리기도 하는 그 영험한 존재, 그 중에서도 왕대라 일컬어지는 그래서 아무나 건드릴 수 없는, 건드렸다가는 천벌을 받을 그 존재와 맞닥뜨리는 한 인간의 무서운 집념.

야성이 펄떡펄떡 살아숨쉬는 듯한 글 속에는 험한 욕지기 등으로 헛꾸미지않아도 되는 충분할 멋이 있었다. 호랑이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결국 호랑이의 혼을 지니게 된 사내.

시작하지마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고 말 가련한 인생. 발버둥 칠수록 더 참혹해지지. 나랑 머무르겠다면, 시작하지 않겠다면..., 받아줄게. 84p

무당의 예언대로 산은 호랑이를 보호하려는 주홍과 이뤄지기 힘든, 그러나 너무나 활활 타오르는 운명과 같은 사랑을 피워올리고 말았다. 그러기에 더욱 해수격멸대 대장 히데오의 적수로 낙인찍히게 되었지만, 그는 결국 두 연인의 뒤에 선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고 말뿐이었다.

2권은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되었지만, 1권에서의 산과 흰머리의 추격과 대결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들이 많았다. 강한 호랑이가 약해졌을때 그 틈을 치고 들어가 공격하는 비열한 짓은 결코 하지 않는 산의 당당함, 현대시대에도 그렇게 고지식한 사람을, 그러면서도 용맹한 사람은 볼 수 없다 할 그런 인물이었다.
과거, 그리고 맹수와 사냥꾼의 이야기였지만, 그 속에는 현대 사회를 꼬집는 이야기들도 엿보이는 듯 했다. 작가가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느껴지는..

산의 동생 수의 망가져버린 인생과 맹수의 약한 틈을 골라서라도 사살해야 한다는 히데오의 모습처럼..
조선시대의 명장과도 같았던 위풍당당한 산과 흰머리의 대결은 이제 이 시대에서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일인지.. 아쉽기만 할 따름이었다.
김탁환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었지만, 정말 읽는 맛이 남다른 책이었다. 그래서 술술 훑어 읽을 수 없고, 그의 정성을 생각하며 한줄 한줄 음미하며 맛을 보며 읽어내려가 읽는데 시간은 좀 오래 걸렸다. 그가 이 글을 준비하며 호랑이를 연구한 그 몇년의 시간이 정말 남달리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로 인해 멸종되어 버린 백두산 호랑이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었기에 말이다. 그리고 그가 생각이 막힐때면 몇번이고 산에 올라가 돌멩이라도 차가며 생각했다던 구상 그대로 생생하게 들어있는 산의 표현들은 정말 소설을 더욱 빛내주는 감칠맛나는 요소로 자리하였던 듯 하다. 역시 무엇이든 정성이 가득해야 그 맛이 살아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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