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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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생으로 압구정고(당시 구정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한 sbs 피디 이재익님의 소설 압구정 소년들.

 허구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강남 키드 출신인 자신의 학창 시절의 모습과 그 당시의 정황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배부른 아이들은 고민같은 건 없을 거라 생각하듯, 성장 소설에서 강남 키드들이 빠져 있는 듯 해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변까지..

 

이름이 압구정 소년들인데 칙칙한 음악을 하면 되겠냐? 우리가 무슨 대단한 반항아들도 아니고 우린 압구정 소년들이야. 딱히 분노할 것도, 걱정할 것도 없는 운 좋은 놈들이라고. 51p

 

주인공 현우주는 압구정고 명물인 전교1등 박대웅이 이끄는 압구정 소년들이라는 고교 밴드에 들어가게 되었다. 네 소년 모두 공부도 잘 하고,음악까지 잘하는 정말 운 좋은 놈들이었다. 게다가 박대웅의 능력은 아버지의 부와 재력 이상으로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과 탁월한 판단력까지 갖추어 못하는 것이 없는 요즘 말로 "엄친아"그 이상의 것이었다.

 

록은 죽었어. 마찬가지로, 우린 더이상 소년이 아니야. 끝내야 할때 못 끝내면 인생이라는 기차가 멈춰버리는 거야. 106p

 

한참 록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다가, 첫사랑 연희에 대한 마음으로 성적까지 곤두박질치던 나는 차마 음악을 그만 둘 생각을 못할때, 박대웅이 먼저 그룹을 접자는 말을 꺼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한가지에 미쳐버리면 헤어나오기 힘든 법인데 그의 정확한 판단력은 우주가 아닌 내가 바라봐도 치가 떨릴정도로 무서운 것이었다. 대웅은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로부터 18년후, 36의 나이가 되어 국민 스타, 크리스털 아이즈로 불리우던 아름다운 우주의 첫 사랑 서연희가 자살을 하고, 서연희의 남편이자 잘나가는 연예인 매니지먼트사 사장인 박대웅은 아내 죽음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다.

 

연희의 죽음때문에 예전 일을 돌아보니 알겠다. 박대웅이라는 존재가 나에게는 콤플렉스의 시작이었다. 공부도, 운동도, 심지어는 첫사랑마저도 밀렸다. 그러면서 아예 그 녀석하고는 승부조차 할 필요없는 정 반대의 삶을 택했다. 성공을 위한 인생, 쟁취를 위한 인생 반대편에 있는 삶, 서른 여섯 살의 나는 지독히도 개인적인 녀석이 되어버렸다. 도시의 불빛 속에 숨어 사는 방관자. 131p

 

 연희의 죽음을 파헤치며, 18년 전의 과거를 넘나들며 현재의 압구정, 청담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까지.. 사실은 과거의 학창 시절의 그들의 행보가 더 자세히 묘사가 되면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진행이 되었다. 연희가 죽던 날 미국에있다던 박대웅이 자택 cctv에 연희와 함께 나선 모습이 찍히고, 연희의 새로운 첫사랑 역시 5년전 의문의 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진다. 혼자서 자꾸만 위험한 수사를 진행하는, 그동안은 묻혀지냈던 나의 놀라운 변신.

 

그리고 18년전 압구정 소년들 네명과 반포의 명물이었던 세화여고 3총사의 이야기.

직장이 도곡동, 청담동이었던 지라 낯익은 지명 , 아파트 등은 많이 나왔지만, 언제나 너무 먼 거리게 있었던 강남 키드의 생애.

대학 동기들 중에서도 강남 키드가 많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지방 출신인 내 앞에서는 조심하려고 노력하였던 것 같다. 아주 가끔 실수로 흘리게 될 적에도 (예를 들어 고교 동창들 엠티를 호텔로 간다던가 하는 등의 이야기 ) 얼버무리려 넘어갔고 말이다. 카더라 통신으로만 무성했던 많은 소문들이.. 소문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런 불법과외 등이 있었음을 넌지시 암시해주는 이야기까지..

 

이 책은 빠르게 읽히는 재미와 실제 알고 있는 그룹, 지명 등이 그대로 거론되어 더 사실적으로 읽혔다는 점,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삶과 압구정고, 서울대 등에 이어지는 강남 키드의 고민과 일상 등에 대해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무척 사실적인 소설이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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