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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말랑말랑해 보이는 표지, 그리고 그런 느낌을 주는 제목. 두 소년 소녀가 마주 보고 있다. 얼굴은 귓볼까지 빨개진채로.. 둘은 어떤 사이일까?
말랑말랑한 순정연애 소설이 아닐까 했는데..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그렇다고 호러나 스릴러라는건 아니지만.. 아, 내가 상상했던 그런 내용이 아니네?) 싶은 센 내용의 이야기였다.
세계 수준의 실력을 갖춘 서퍼 소년이 등장을 한다. 고3이지만, 서핑 밖에 관심이 없어서 여자친구들과 쉽게 사귀다가도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당하곤 한다.
그리고 전교 부회장을 맡고 있고 성적 역시 전교 1등을 놓치지않은 착한 역할의 동갑내기 소녀가 등장을 한다. 두 소년 소녀가 주인공이다. 표지 속의 인물들.
둘 사이에 아름다운 사랑이 순정만화처럼 펼쳐질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육체적 관계에서 시작된 둘의 만남이 남들과 정반대로 마음을 열어가는 관계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 내 머리론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의외의 전개였다.
그리고 견딜수없어지기 1초쯤전에..도 약간의 그런 상황.
전교일등인 에리는 예쁘고 모범생인 누구나 부러워할 그런 얌전한 여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성에 눈을 뜨고 호기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위의 이목을 실망시킬까봐 남몰래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는 사실. 어느날 아무도 모르는데 가서 책에서만 읽었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나오는 길에 그만 같은 학교 남학생을 마주치고 말았다. 누가 봐도 원조 교제인것 같은 상황. 소녀는 그런 상황이 끔찍해 견딜수 없었고 소년은 그런 소녀 앞에서 가벼워보이는 입을 놀리며 자기 입이 무거우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소녀들이 서퍼소년 미쓰히데에 대해, 자신의 숨기고픈 장면을 목격한 바로 그 미쓰히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오는 여자 막지 않는 타입이고, 학교 앞 어느 집에서 산다는 이야기까지. 과감하게도 그녀는 소년을 찾아가 거래를 하자고 한다. 그리고 남자들은 아무 생각없이 여자를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놀라워하는 미쓰히데에게 오히려 더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그들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서로에 대한 정신적인 애정보다는 오히려 짜증이나 경멸 같은 것들로 응어리져서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경멸에서 시작된 서로의 육체에는 강하게 끌리기 시작하는 두 소년 소녀.
음..소년 소녀의 사랑은 육체적인 것보다는 뭔가 더 정신적이고 순수한 것이길 바랬던 나의 마음이 산산조각나게 하는 내용이긴 했지만.
다른 사람의 공감 따위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성향이라니. 굳이 친절하게 쓰여있지않아 충격을 다소 받기는 했어도 몰두해서 읽을 수는 있었다.
그리고 표현은 정말 다른 어디서도 못 볼 표현들이었다.
아름답다. 한방울씩 혀끝으로 떠내고 싶을만큼 아름답다...142p
선명한 주황빛이 파란 파도 사이에서 출렁출렁 흔들린다. 마치 별 같다. ..
나는 짙푸른 바달르 가만히 지켜봤다.
두 개의 여름 귤이 파도 틈새에서 맞붙었다 떨어지기를 거듭하며 천천히 뒤로 흘러갔다.
점점 멀어져간다. 작아져간다.
콩알만큼 작아지고 이내 금빛 점이 되더니...
이윽고 반짝이는 물거품과 구별이 되지 않았다.
433p
너무나 유명하다는 이 소설의 결말까지.
그녀는 거의 시처럼 장면을 그려내는 재주가 있는듯 하였다.
궁금해진다. 독한술을 빚어내듯 책을 쓴다는 그녀의 다른 책들이..
무라야마 유카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