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지 부부 - 국적 초월, 나이 초월, 상식 초월,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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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받자마자 사진부터 훑어보며 우와~ 재미나겠다 했었는데..직접 읽어보니 훨씬 "센" 내용이었다.

국적초월, 나이초월, 상식 초월,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라고 되어있어서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들이지만 내가 따라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내용이겠다 싶었는데, 그 강도가 정말 세다. "어머, 젊은 부부에게 거지부부라니요." 하겠지만 정말 거지나 다를바없을 정도로 무일푼 상태로 여행하고, 여행지 가서 남들이 기피하는 일 등을 하며 한푼 두푼 벌어 또 여행을 즐기는 부부다.

 

처음에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라길래, 우리나라 여자와 외국 남성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우리나라 남자와 9살 연상의 일본 여인 미키의 이야기.

사진을 얼핏 봐도 참 예쁜, 게다가 이국적으로 생긴 외모의 미키, 그녀에게 대쉬하는 태국 남자가 참으로 많았다 하고 그녀의 지나친 털털함에 일본 남자들은 그녀의 장점을 못 봤을 거라 하는데, 이 글의 작가이자 그녀의 신랑은 그녀의 비듬에... 남자를 만나도 비듬 가득, 손톱에 때 가득 끼고 털털하게 만난 그녀의 모습에 단단히 반하고 말았다.

 

남자 역시도 무척이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부산에서 알아주는 기타리스트의 2대 독자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자유로운 행동을 하길 좋아했으나 중학교에 들어가보니, 선생님도 선도부도..그리고 일진도 그에게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상들이었다. 락에 심취했던 그는 자유로운 아나키즘을 구사하고 싶었고 학교는 그런 그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는 중학교까지는 그래도 버텨왔는데 고등학교에서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말았다. 매일 두드려 맞고 다니는데다 그 역시도 그런 상황에 굴복하기가 힘들었다. 그가 추구하는 모습은 학교에서는 반항이라고 찍혀서 결국 입학한 해에 퇴학을 당하고 말았단다. 중졸이라는 학력.

그리고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기타연주를 하며 밴드 생활을 하게 되었다. 밴드 생활 역시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한때 정말 시끌벅적했던 "인디밴드의 성기노출사건"이 이 책에 나올 줄이야. 그가 몸담았던 곳이자 퇴출당했던 곳이었는데, 티브이에 처음 나왔던 그 럭스의 공연장에서 바로 두명이 성기노출을 함으로써 탈퇴는 하였으되 공식적으로는 멤버처럼 되어있던 그의 이름마저 mbc에서는 출연금지 연예인에 등록되고 말았다는 것.

데뷔도 못해보고 출연금지 판정을 받았단 이야길 읽을 수 있었다.

 

이후로도 밴드 생활도 해보고 노래방 새우깡 한봉지와 기타 하나만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아르바이트와 여러 생활을 전전하기도 해보고.

그가 일생의 반려인 미키를 만나기까지는 정말 파란만장한 (사실 미키를 만나고 나서도 여전히 파란만장하지만) 생활을 하였다. 일본에서 그의 짝을 만난 줄 알았더니 의외로 태국에 여행을 갔다 만난 것이란다. 태국에서 보통의 일본인들, 특히 젊은 여성은 절대 없을만한 아주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의 유일한 젊은 여성으로 미키를 만나게 되었고 그녀와 함께 첫 데이트로 시체박물관에 가서 해맑게 웃으며 큰 @@이 있어 이리와봐~ 하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토록 고대하던 앙코르와트에 홀로 건너갔을 적에도 오로지 미키 모습만 떠오를 정도로 아른거렸다 한다.

 

그의 결혼 전 고생담은 앞에 잠깐 나오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미키와의 예사롭지 않은 만남서부터 그리고 아주 초고속으로 진행된 결혼 결정, 이후의 생활과 여행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행 이야기를 무척 좋아해서, 처음에는 단순 여행서인줄 알고 보기 시작했는데 꽤 색다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재미난 부분도 있고 쇼킹할 정도로 놀라운 부분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과 생각이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만남에.. 우리나라 사람 같지 않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달까. 참 우리는 틀에 갇혀 사는데, 일본만 해도 오히려 우리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시선 속에 살고, 저자는 태생은 한국일지언정 참으로 글로벌한 생각과 마인드로 생활하고 있구나 싶었다.

 

한살이라도 젊을때 뭔가 "안정된 삶"을 찾아야지. 하고 혀를 끌끌 찰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들의 인생은 이대로도 드라마틱하다. 한국에서 평범한 직장에 소위 안정된 삶을 산다는 사람들 중에 이들보다 행복하다고 떵떵거리며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가난하고 배고프고 힘들 지라고 그들은 참으로 행복하고 아기자기하게 살아간다. 게다가 우리는 못 쓸 책까지 떡하고 펼쳐내지 않았는다. 어느게 더 우선순위인지는 사람마다의 생각차이이므로 그들의 삶을 우리 잣대로 재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나는 이런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하지 못하여 책으로만 읽으며, 아, 이렇게 영화처럼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수 밖에.

 

있는 돈 펑펑 써가며 여행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은 젊음 하나를 무기로 맨몸뚱이로 머나먼 타국땅에 가서 엄청나게 더러운 화장실 청소를 해주기도 하고, 인도에서 하루 한시간 자가면서 고행의 여행가이드 생활을 하기도 한다. 정말 두 나라에서 어쩜 이런 천생연분이 나이와 국적 모든 것을 초월해 만났을까 싶을 정도로 신기한 두 사람의 만남. 책으로 꼭 읽어보라고.. 시간 가는줄 모를거라고 말해주고픈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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