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빛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5
이누이 루카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미스터리 더 시리즈는 4권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를 제외하고는 국내 출간되어 나온 책들을 모두 읽어보았다. 각각이 다른 저자의 독립된 이야기로 되어있어서 따로 읽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으나, 일본 미스터리 단편 중 품격있는 작품들을 엄선해 미스터리 더~ 라는 시리즈를 내놓은 것이기에 첫 작품부터 지금의 작품까지 꾸준히 읽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단순한 재미만 보자면 미스터리 더가 유명한 미스터리 작가들의 베스트셀러를 능가한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다만 미스터리 더로 묶인 것 만큼이나 특별한, 아주 큰 재미라거나 놀라움, 충격까지는 아니겠지만 단편이 줄 수 있는 그 독특한 매력을 풍겨내는 작품들을 골라냈다고 해야할까. 미스터리 더 시리즈를 읽을때마다 느끼는 기분이었다. 이번 작품은 다른 미스터리 더와 차별화된 호러 쪽이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오금이 저린다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스터리면서 살짝 호러 느낌을 주는 그런 정도의 이야기라 할 수 있었다.

 

이번 이야기들은 여러 신체, 감각 기관을 소재로 씌어졌다.

제목 외에 눈입귀, 이귀코라는 분류가 따로 붙은 것은 그래서이다.

 

눈에 해당하는 여름빛이라는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단편 소설의 이야기는 상괭이 고기를 먹고 저주에 걸려 태어난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표지의 그림에 해당되기도 한다. 상괭이라는 말을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한국 토종 돌고래를 상괭이라 부른다고 들었던 것 같다. 여름 빛의 주인공이 사는 어촌마을에는 상괭이 고기를 먹으면 가족들이 죽거나 저주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하였다. 그리고 임산부였던 다카시의 모친이 너무나 배가 고프던 시절 해안가에 떠밀려온 상괭이 고기를 먹고, 엄마도 아이를 낳다 죽고 가족들도 죽고, 다카시 하나만 살아남았는데 아이의 눈 (바로 모친이 먹었던 상괭이의 눈 부분)에 상괭이색과 같인 반점이 생겨서 사람들이 저주받은 아이라며 다들 다카시를 싫어하고 미워하였다한다. 도시에서 전학온 데쓰히코는 전학생이라는 이유로 구타를 당했지만 다카시가 받는 괴롭힘의 정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둘은 금새 친구가 되었고, 데쓰히코는 갈수록 시름시름 앓는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다카시의 눈 속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들이 움직이는 것들을 볼수 있었다.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어른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던 불쌍한 소년이 친구의 죽음을 예견하고 슬퍼하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입, 쏙독새의 아침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몸이 아파 요양을 가게 된 대학생이 묵게 된 집에서 어여쁜 여학생을 발견한다. 소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이상하게도 식구들과 식사를 하거나 하는 자리에 소녀가 나타나지도 않았고, 소녀에 대해 물어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 이름까지 아키코라고 존재하고 방까지 있었던 소녀. 아름다운 아키코를 그리며 그녀의 가려진 입이 궁금했던 남학생. 그녀의 가려진 입마저도 사랑할 수 있다 생각했던, 하지만 진실 앞에선 자기도 모르게 도망칠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계속 뇌리에 남던 이야기. 쏙독새의 저주.

기분나쁜 새는 죽여야한다는 사람들의 생각. 그 이기적인 생각은 새가 아닌 사람에게까지 이어진다.

 

귀, 백개의 불꽃.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가장 못생긴 언니. 언니는 늘 동생인 마치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얼굴만 예쁜게 아니라 손재주도 좋고 뭐든 언니보다 뛰어났던 여동생은 심지어 어렵게 들어온 최고의 혼사자리마저 언니의 것을 빼앗아간셈이 되었다. 동생이 의도한게 아니라, 언니와 선을 보고 간 그 남자가 바로 동생에게 청혼을 넣은 것이었다. 언니는 더이상 그런 동생을 참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귀, 자신의 귀에 뚫린 구멍이 액이라는 말을 듣고 액막이, 아니 액을 넘기기 위한 저주의 작업에 들어간다. 동생, 자신의 동생에게 액을 떠넘기고 자신은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지고 싶었던 비뚫어진 언니의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였다.

 

는 맨 끝의 내용이 제목 밑에 작게 인용되어있었는데 그 부분만 읽고도 어느 정도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겠구나.

짐작을 하면서도 어찌나 소름이 끼치던지. 너무나 맛있는 일본 요리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먹고 싶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이라 하였으나 읽는 내내 나는 비위가 상해 토할 것 같은 심정이 되었다. 그리고, 오래 냉동했다는 그 흰살생선, 너무나 먹음직해보이는 흰살생선에 대한 이야기는 친구가 물어봐도 끝없이 대답을 회피한채,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요리한 친구의 이야기가 참으로 기괴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요리, 정말 좋아하는데 이 소설을 읽고는 입맛이 뚝 떨어질 정도였다. 미스터리 평론가 가야마 후기의 해설에도 "천연덕스러운 문장으로 기괴한 연출이 교차하는 괴이=회심작이다."라는 표현이 있었다.

 

또다시 귀, Out of this world은 실패한 마법사와 그의 아들이 시골로 이사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아들을 쇠사슬로 묶어 탈출시키는 마법에서 실패한 마법사는 그야말로 그 세계에서 추방되다시피 했고, 아내는 야반도주를 했고,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구타는 아주 심할 정도가 되었다.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의 부모가 걱정할 정도로 다쿠는 아빠에게 학대당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친구들과는 아주 즐겁게 잘 지냈다.

그리고 어느방학, 친구인 마코토와 아키히코는 다쿠의 점프 실력이 갈수록 향상되어 시내를 건너갈 수 있을 정도로 날아오르는 능력까지 갖게 된 것을 발견하고, 이것도 트릭일거야 무슨 트릭일까? 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다쿠를 따라 날아보려해했지만 마코토는 날 수 없었고 그런 마코토에게 자신의 귀를 찢어 꺼낸 무당벌레를 보여주며 이것만 있으면 날수있다고 말하는 다쿠, 마코토를 데리고 아주 높은 송신탑까지 날아간다. 마코토는 꿈이 비행사였기에 다쿠와 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자신을 학대하고 때리는 아버지였을지언정 아버지를 깊이 사랑하고 따랐던 다쿠의 슬픈 운명.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밝기보다 슬프고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코, 바람, 레몬 겨울의 끝.

시적인 제목과 향기로운 이야기만으로 이런 내용이 전개되리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인간의 가격은?"

"그 가격을 높이는 방법은?"

"해체해서 장기로 만들면 돼. 아이라면 더욱 그렇고"

"어린애 장기는 수요가 있거든. 수요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걸 공급하는 쪽이 더 많은 이득을 얻는건 알지? 이거야말로 이윤의 발생이며 경제의 기본 개념이지." 280p

 

중국에 관광객들이 납치당한후 장기매매, 신체 매매 등의 인신매매조직의 희생양이 된다는 무서운 괴담을 들어봤지만, 일본의 조직폭력배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란 이야기, 건네들은 것 같지만 소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만날 줄은 정말 몰랐다. 동남아의 아주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의 어린아이들을 사다가, 예쁘고 반반하면 성매매를 위해 팔고, 그도 안되면 번호만 매겨서, 해체를 한후 장기매매시장으로 넘긴다는 것이었다. 이런 끔찍한 스토리일줄이야.

주인공 아야코는 남다른 후각을 갖고 있었다. 평범한 능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냄새로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자신을 장기매매조직에 팔아넘긴 파렴치한 아버지와 함께 장기매매조직에서 아이들 관리를 하는 밑바닥 직원이 되어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후각은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동남아 아이들과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그들의 감정을 후각으로 맡아낼수있었고 가솔린냄새로 느껴지는 절망의 냄새를 맡으면 아이들이 더이상 자살을 할 염려도 신경쓸 염려도 없이 그저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무도 갖고 있지 않던, 신선한 녹차의 향기를 풍기는 아이가 들어왔다. 게다가 번호 3를 달고 있는 장기매매로 해체가 될 끔찍한 운명의 아이가 놀랍게도 희망을 안고 있었다. 아이에게서는 너무나 산뜻하고 신선한 기분 좋은 향이 났다. 그럴 수가 없는데 말이다. 아이는 그 안에서 소녀가 되는 과정을 치루고, 아야코는 갈수록 그 아이 3번, 자신이 츠마라 이름붙인 소녀에게 관심이 간다. 그리고 소녀는 아야코가 평생을 잊을 수 없을 그런 멋진 향을 선사해주었다.

 

남다른 필체라고 해야할까.

이 책은 이전의 미스터리 더 시리즈보다 좀더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기억에 남을 그런 이야기들로 말이다.

 

그 다음은 누가 될지, 어떤 이야기로 단편의 재미를 선사해줄지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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