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기다릴게 - 나에게 보내는 속삭임
김효정(밤삼킨별) 글.사진 / 허밍버드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밤삼킨별로 검색을 하니 정말 꽤 많은 책들이 검색이 되었다. 밤삼킨별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나에게 포토샵>이라는 어느 예쁜 책을 통해서였는데 자신만의 예쁜 카페를 운영하고 자주 출장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예전 pc 통신 시절의 닉네임을 살려 쓰고, 게다가 자신의 글씨로 캘리그라피를 만들어 이름을 알린 그녀의 존재가 블로그를 평범히 하고 있는 일개 독자인 나에게는 무척이나 부러운 일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의 저자 소개글을 보면 일상 속에서 작은 의미와 생각들이 보이는 일상 중독자.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나에게 포토샵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싣고 있어서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그리고 더 알고 싶었던 밤삼킨별이라는 저자분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느낌이 좋은 사진들도 실려있지만 사진이 주가 아니라 글이 주가 되는 이번 책. 나에게 보내는 속삭임, 미래에서 기다릴게.

 

그녀가 하고 있는 일들을 보면 나 또한 이것이 내 주업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그런 일들이라 진심으로 부러웠는데.. 본인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지만,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인 남편과 딸이 있지만 그럼에도 삶은 힘에 부치는 것이라 이야기를 한다. 어디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놀이가 아닌 일이 되다보면 즐기며 한다는데 분명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미래에서 보내는 자기 자신을 위한 편지.

이속에는 그녀의 현재의 이야기,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 그 많은 이야기들이 참 어여쁘게 담겨 있었다.

 

친하지 않은 관계에선 적당히 '살피며' 살면 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선 서로의 마음만큼 기분도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날들이다.

눈치는 살피는 것이지만, 마음은 보살피는 것이다. 32p

 

그간 돌보지 못했던 일상을 돌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일상의 사물들을 바라보니, 전부 그동안 각자의 방에 갇혀 있었던 것처럼 물기 하나 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내 것이라는 이유로, 그 자만심으로 소중치 못하게 대한 그것들이 가여워서,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소유하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던 것들이 그제야 비로소 귀한 내 것이 된다. 38p

 

책을 읽고 그녀에 대해 더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카페 인테리어도 그녀의 캘리그라피 글씨도 너무나 어여쁘게 느껴졌다.

게다가 하나하나의 글들이 정말 공감 백배라 말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들.

참으로 참으로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글들이라고 해야할지.

머릿속으로만 맴맴 도는 것을 그 누군가는 자신의 일로 업으로 어여쁘게 삼아 살아가고 있고, 그저 여기에 읽고 있는 소심한 나는 부러워만 하고 있을 따름이다.

일을 벌이기엔 지나치게 게으른 탓에.

 

읽다가 깜짝 놀랐던 부분이.

어릴적 멀미를 하려한 그녀에게 옆자리에 앉았던 남자아이가 안절부절 못하다가 갑자기 복숭아를 크게 한입 물어 향을 맡게 한 대목이었다.

아니 이건 무슨 알퐁스 도데의 별도 아니고 어쩜 이렇게 향긋한 이야기가 다 있을까?

게다가 그 소년을 25살의 풋풋한 시절에 다시 또 만나 둘이서 한눈에 알아보고 가슴 설레는 추억을 간직하게 된 부분이었다.

둘다 연인이 있기도 했지만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음은 느낄 수 있었던.

그 자리에서 한발짝 더 나가진 못했지만 서로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다시한번 만들수 있었던 그런 이야기.

아, 앞으로 복숭아를 보면 그냥 와구와구 먹어댈 과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첫사랑이 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과일로 기억이 날 것 같다. 두고두고.

 

밤삼킨별. 책도 참 예쁘지만 직접 가보고 싶은 카페와 플리마켓이 나를 땡기는 느낌이 든다. 지방에 있으니 우선은 그녀의 이야기를 책으로 먼저 만나보고.

그녀의 감성에 같이 퐁당 빠져들 동생과 언젠가 한번 그녀의 카페에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고양이가 가장 먼저 다녀갔다는 발자국 퐁퐁 남아있는 그녀의 그 예쁜 카페에 말이다.

 

읽을 수록 감수성이 퐁퐁 솟아나는 에세이라, 기분이 참 따뜻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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