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카모메 식당>은 읽어보지도 드라마도 못 본 상태에서 그 비슷한 후속작들을 소설들로 무척 다양하게 읽어보고 있는 중인데, 나와 참 잘 맞는 힐링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카모메 식당의 저자인 무레 요코의 또다른 힐링 소설이다. 이 책 역시도 일본 wowow tv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이 되었다하니 드라마 속에서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책을 다 읽고 나서 기대가 되는 바였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아침에 일어나 신랑이 출근하고 나서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직전에 일어나기까지 그 짧은 한두시간 동안에 다 읽어내려간 책. 다 읽고 나서 가슴이 먹먹해서 잠시 여운을 주고 싶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고양이를 아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들이 떠오른다. 사실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보다 사랑하는 고양이가 죽고 나서 더 허전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반발감을 느낄 사람들도 아주 많겠지만. 이 책의 고양이와 사람의 관계는 그 이상의 끈끈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고양이보다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게 당연하다는 나조차도 책속 아키코씨의 이야기에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족도 없고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아키코씨에게 고양이 타로는 그 자체로 큰 위안이자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다. 식당을 하느라 바쁜 일상 탓에 사랑하지만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방안에 가둬두어야해서 미안했고. 그럼에도 휴일에는 고양이와 함께 하는 그 시간들이 사랑스럽고 행복하였던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평생을 함께 해줄것같던 그 고양이와의 짧고도 행복했던 동거가 아주 갑작스레 끝이 나고 말았다.

그 빈자리가 당연히 미안하고 허전하고 자꾸만 생각이 난다는 그 이야기에 저절로 공감이 되고 말았다. 자식같은 고양이였다면 정말 그 고양이에게서 얻는 만족감이 너무나 컸을텐데 싶은 마음.

 

아키코는 사생아로 태어났고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당을 하는 엄마와 함께 살았지만, 늘상 술과 담배에 절어 아저씨들과 어울려있는 엄마의 모습은 낯설고 혐오스럽게 느껴지곤 하였다. 엄마와 외모도 성격도 아주 많이 달랐던 아키코. 하지만 엄마는 그런 아키코를 너무나 사랑하였고, 다만 그 표현방식이 서로 어긋났을 뿐이었다.

나중에 아키코가 부모의 면접이 필요한 중학교에도 당당히 합격해 들어가자 엄마는 뿌듯한 마음에 그동안 말해주지 않은 아키코의 아버지, 죽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스님이고 부인까지 있고, 아키코의 엄마보다 30살이나 더 많았던 그 아버지에 대해 말이다. 존경스러운 분이었지만 여성편력은 심한 편이어서 엄마 외에도 숨겨진 애인들이 더 많았다는 이야기까지도. 아빠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지만 실망스러운 과거였기에 아키코는 더이상 알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릴 수 있던 상황들 앞에서도 보수적인 삶보다는 자신의 일이 더 중요했던 아키코에게 남자는 아키코 집안을 들먹이며 상처가 되는 말을 하고 떠나기도 한다. 헤어지잔 말을 먼저 한 아키코를 용서할 수 없음이었는지 치사하게도 아키코의 아픈 부분을 건드려 자신을 포장하려 한 남자에게도 화가 났다.

그냥 그렇게 자기 일을 해내는데 최선을 다하던 아키코는 출판사에서 나름 커리어를 쌓아가며 승승장구하지만 직장도 가깝고 해서 엄마에게서 독립을 못하고 같이 계속 살기는 하였다. 그렇게 그렇게 아키코는 나이를 먹어갔다.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살다 엄마도 돌아가시고 엄마의 가게를 문을 닫아두고 출퇴근을 하는데..동네 사람들과 단골 손님들의 가게는 어떻게 할거냐는 추궁에 아키코도 고민이 생겼다.

 

사실 출판사를 다니며 요리선생님께 배운 요리를 직접 따라해가며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였던 아키코였던 지라 조금씩 요리 솜씨가 늘어나고 있던 터였고 미각이 발달했다는 선생님의 말씀과,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리를 직접 아키코가 맡아 가게를 내어보면 어떻겠냐는 선생님의 추천에 전혀 요리와 식당 쪽에 관심이 없었던 아키코가 덥썩 가게는 내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아키코가 낸 가게를 들여다보니 일본에서 꽤 인기를 끌 그런 스타일의 식당 같았다. 밥도 아닌, 빵으로. 그것도 다양한 메뉴가 아닌 수프와 빵, 샐러드 등의 아주 단촐한 메뉴 하루 한두가지 정도의 메뉴만 정해져있는 식당. 간도 강하지 않고 좋은 재료를 쓰다보니 가격대도 어느 정도 있고, 심지어 가게안 인테리어도 수도원같은 느낌이 나는 깔끔한 인테리어. 뭐랄까. 눈에 보이는 듯한 그림이 그려졌다. 성공하기까진 힘들수 있지만 자리잡으면 맛집으로 소문날 그런 가게.

정말 다행히도 입소문, 블로그 소문을 타고 아키코의 가게는 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출판사를 다니며 사람 보는 안목을 키운 덕에 같이 일하는 직원도 무던하지만 너무나 성실하고 괜찮은 직원을 뽑아 둘이서 야무지게 꾸려나가는 식당.

 

카모메 식당도 실제 있었으면 하는 그런 정감가는 음식과 힐링이 있는 곳이라 들었는데 아키코의 식당도 그런 곳이 될 성 싶었다.

취향과 메뉴가 아무래도 젊은 여성들에게 맞춰진 탓에 엄마의 단골손님들은 떨어져 나갔지만, 먹어본 사람들이 다시 찾는 가게가 되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사실 이런 가게는 누구나 꿈꾸는, 누군가 열고 싶어하고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아닐까 싶은데..

아키코가 분주하게 일을 하고 마음으로 차려낸 음식들을 사람들이 먹는걸 보며 기뻐하지만 속내를 다 드러내가며 행복해하지 못한다.

그 허전함을 채워주는것은 바로 고양이 타로의 몫이었다.

 

그런 타로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니 아키코가, 홀홀단신 아이도 남편도 없고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신 아키코가 의지했던 그 작은 생명이었던 타로의 죽음이라니.

무어라 말을 더 이어야 할지 그저 막막해졌다.전혀 의외의 전개였기에 나 역시 갑작스러운 타로의 죽음 앞에서 그저 입을 쩍 벌리고 아키코의 찢어진 마음 앞에 아련한 마음 앞에 그저 아무 말 할 수 없이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동물이건 사람이건 소중했던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너무너무 힘들고 버거운 일일텐데.

아키코가 잘 헤쳐나가게되는 결말이 행복해보이긴 했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애잔하게 느껴져서 같이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죽은 이후에도 아키코를 행복하게 해줄수있는 타로의 존재.

 

이유야 다를지라도 지금 힘든 그 누군가에게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건, 같이 슬퍼하고 같이 헤쳐나가고 그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글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런 글, 무레 요코의 글로 아침부터 나는 힐링을 선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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