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망량애정사 1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5
김나영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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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말랑말랑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수많은 책과 드라마들. 이런 장르를 무척이나 좋아함에도 요즘은 책도 드라마도 제대로 못 보고 지나칠 때가 많았다. 책이건 드라마건 아마 한두번 보면 바로 빠져들었을텐데.. 책으로는 모아만 두고, 내 언제 시간이 나면 꼭 읽고 말테야만 체스터처럼 외쳐대면서 그렇게 시간들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읽은 이매망량애정사. 도깨비와 남장 여인(?)의 사랑 이야기라는데 어떤 이야길지 궁금하기도 했고, 성균관 스캔들에 버금가는 스토리라는 이야기에 혹~ 하기도 하였다. 아, 꽃비 날리는 샤방샤방한 이런 계절에는 정말 이런 달콤한 이야기가 치유가 되는 구나.

 

책과 영화, 드라마 등이 그냥 가상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에서 꼭 그렇게 신혼이나 연애 초기의 달달함만을 유지하고 살아갈수는 없는 터이기에 이런 말랑말랑한 애정 이야기에 많은 여성(주로 남성보다는 여성들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읽을 수밖에 없게 되는 듯 하다. 어느 정도 대리만족도 하고, 사실 뭐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않고 읽어도 재미있을만큼 푹 빠져들게 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매망량애정사.

귀신들의 왕, 귀왕이 애지중지하는 피리의 혼령으로 남다른 도력을 과시하고 살아온 도깨비 망량.

꼭 나쁜 짓만 벌였던 것은 아니지만 인간사에 지나치게 개입을 하다가 그만 혼쭐이 나고 말았다. 피리에 다시 봉인이 되면서,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적에 봉인이 풀릴 수 있는 그런 운명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뛰어난 의원으로 가업을 잇고 있는 이교수의 정실 부인인 최씨부인은 여종과 내통하여 정실에게는 눈길도 제대로 주지 않는 남편 덕분에 혹독한 마음 고생을 하고 있었다. 차마 정실이 되지는 못했지만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은 강씨부인이 이미 두 아들이 있는 것과 달리 최씨부인은 자식 하나 없었다가, 남편이 급사를 한 때에 자신이 유복자를 임신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아이가 사내아이면 가업을 잇고 정실며느리로 계속 살수 있었지만 딸아이면, 그대로 후처 소생에게 밀릴 수밖에 없던 처지. 하는 수 없었던 최씨부인은 자신의 딸 이연을 남자로 속여 키우게 되었다. 최씨부인을 음해하려했던 강씨부인은 그 음모가 들통이나 시댁에서 쫓겨났지만 자신의 오빠의 계략으로 재산의 절반을 들고 도망을 가 목숨을 부지하였다.

 

연과 도깨비 망량은 연이 어릴적에 아주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흘러 연이 어느새 어른이 되고, 막강한 권세를 자랑하는 호조참판 윤대감의 딸 설희, 미모가 출중하여 뭇 양반 자제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그 딸 설희가 연을 흠모하기에 이르른다. 연도 아주 아름답게 자라났으나 성별을 속여야했기에 겉으론 유약한 미소년과 같은 행색을 하고 다닐 수 밖에 없었다.

 

뭐랄까. 이렇게 꼬여도 될까 싶을 정도로 참 구슬프게도 꼬이는 인연이었다.

신분을 속이고 사채로 돈을 번 강씨부인과 그의 아들 김무원은 다시 이대감의 장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연을 없애려 안달하고, 게다가 김무원이 사랑하는 설희가 이연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김무원의 눈에는 증오와 복수심이 더욱 불타오르기에 이르렀다.

 

여인이 되고 싶지만, 여인이 될 수 없는 이연.

그러고보니 최근에 하는 드라마 중에 "잘 키운 딸 하나"라는 드라마에서 간장 대기업을 잇기 위해 넷째딸이 남장을 하고 아들 노릇을 하는 그런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났다.

가업을 잇기 위해 아들이 필요한 세상. 남녀평등을 부르짖기엔 지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던 조선시대와 지금의 모습도 크게 달라진게 없어보였다. 자식이라도 성별이 딸이라면 가업을 이을수 없다는게 서글픈 한계로 느껴지긴 했지만..

 

아뭏든 이연은 본의아니게 설희와 결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다다르고 말았다. 여자와 여자의 결혼이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사실을 모르는 이연의 할아버지와 설희가 이연과 함께 잠들었다는 (잠깐 이불만 같이 덮었을뿐인데도) 오해로 딸의 정절회복을 위해서라도 둘의 결혼을 밀어부칠수밖에 없었던 설희의 아버지.

결국 이연은 오백년만에 한번 꽃을 피운다는 월악산 은약사의 꽃을 취하러 떠나게 되었다. 그 꽃을 먹으면 남자는 여자로, 여자는 남자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믿을수는 없지만 실낱같은 희망 하나를 안고. 설희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엄마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또 남자와 동침했다는 불명예를 안게된 설희의 비구니행을 막기 위해서는 그 수밖에는 없었다.

 

월악산의 산신이었던 망량과는 그렇게 이연이 만나게 되었다. 우연히 이연이 망량의 피리를 불어 망량을 봉인에서 일시 풀려나게 해주었고 망량은 이연의 소원을 들어주어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 와중에 웃기는 오해도 많아서 참 내가 끼어들어가서 참견이라도 해주고 싶은 상황도 여러차례 있었지만, 딱 한번 꽃 피우는 그 꽃을 기다리기 위해서는 며칠을 같이 기거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뭐랄까 드라마를 보면서 기분이 막 말랑말랑해지려는 그 느낌을 느끼게 되었다. 망량과 이연의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숨길 수 없는 그 이야기들.

이연을 남자로 알고 있는 망량은 스스로가 남자취향이었나 싶어 아주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연은 이연나름대로 망량이 자신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는 줄은 모르고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고 자신도 모르게 실망하는 그런 모습을 보인다.

 

이연의 비밀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고마운 서생 백현은 이연을 없애려는 김무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희와 함께 월악산으로 찾아나서고 그 일이 사실 또 빌미가 되어 김무원의 추격을 받게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이복 동생을 없애야 장손이 된다는 욕심에 서출의 한을 풀기 위해 또 어머니와 삼촌의 과욕의 허수아비로 동생과 친구를 죽여야하는 상황에 놓인 김무원의 갈등.

갈수록 도력이 약해져서, 제때 피리의 봉인을 풀지 못하면 아예 그대로 소멸될지 모르는 운명에 처하게 된 망량.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또 중간에 구미호 계향과 그녀의 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가득할. 아니 사실은 사랑 이야기가 더욱 빛이 더해질 그런 스토리가 아니었나 싶다.

 

로맨스소설의 기본답게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난 것도 (몇편 안 읽어봤지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고, 사실 그 죄값을 치르게 된 김무원의 이야기가 꽤나 농밀하게 뒷 이야기로 전해져서 그것도 놀라웠다. 뭐랄까. 이연과 망량이 행복하게 된 것은 너무너무 다행이었지만 끝에 김무원의 이야기가 길고도 길게 이어지니 결말상 주인공이 김무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

 

죄를 지은 이는 당연히 그 죄값을 치러야하겠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행복하게 끝났던 그런 소설이었다.

달달한 초콜릿 한잔을 마신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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