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스 테일 1 스토리콜렉터 20
마크 헬프린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1983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이 쓰여진 이래로 뉴욕 타임스 선정, 25년간 최고의 미국소설이라는 칭호를 받았고, 2014년 바로 올해 아키바 골즈먼 감독, 러셀 크로우, 콜린 파렐, 제니퍼 코넬리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 윈터스 테일.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들에 많은 관심이 있지만 그보다도 나를 더 강하게 이끌었던 이유는 이 작품이 범상치 않은 백마와 남자 주인공이 백년 뒤의 세계로 타임슬립을 하게 된다는 소재 때문이었다.

 

최근에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들인 "별에서 온 그대"나 "신의 선물"같은 작품들도 타임 슬립이라거나 타임 워프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현실도피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환타지만이 줄 수 있는 그 매력, 그렇다고 아예 이 시대와 전혀 무관한 세계의 이야기가 아닌 현 시대를 인정하면서도 타임 워프 등의 소재를 이용해 현실과 환상의 적절한 안배를 이용한 그 재미가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사실 난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책을 통해 그런 기쁨을 더욱 크게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도 그런 기대감으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문체가 상당히 유려하고 아름다운데 반해, 내용이 쏙쏙 쉽게 눈에 들어오는게 아니라 고전의 강한 느낌이랄지, 쉽게 다가가기 힘든 그런 문체의 느낌으로 편하게 읽히는 책을 선호해왔던 내게는 좀 처음에는 진부하고 어렵게 느껴졌던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처음 부분을 읽어내려가는데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중반부부터는, 백마가 타임워프를 하게 된 바로 그 순간부터는 엄청 빠른 속도로 읽어가기 시작했지만 (어제 늦게 자서 오늘 낮잠을 좀 자고 싶은 와중에도 그것을 꽉꽉 눌러 참으며 궁금증에 끝까지 내려 읽게 만들었다.) 첫 부분을 감내하기까지의 시간이 참으로 오래걸렸다. 하지만 그 부분을 견디고 나니 이야기를 완벽히 이해하지 않아도 마구 호기심이 생기며 얼른 얼른 읽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었달까.

 

작가가 서술하는 방식은.. 그 단어의 깊이있는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만끽하며 읽어내려가는 독자들에게는 환상적인 재미를 줄것이지만, 단어의 유려함보다 스토리에 집착하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미사여구가 좀 많이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표현들이었다.

어렵게 읽혔지만, 읽고 나니 아, 이런 책을 읽었다니 하는 행복감이 드는 그런 책.

게다가 스토리도 읽을수록 매력적인, 그러니까 첫 부분의 느슨함에 일찌감치 포기하지 말라 당부하고 싶은 책이었다.

 

영화로는 아직 못 보았지만 위대한 개츠비를 영화로 먼저 보고 책으로 나중에 읽은 그 느낌과 비교해보자면, 딱 그런 느낌일 터였다.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중에 만족했다는 분들도 계셨지만, 읽기 지루했다 느낀 사람들도 있었던 반면, 나의 경우에는 보통은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는데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봤더니 이해도 재미도 둘다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아마도 이 윈터스 테일도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위대한 개츠비같은 영상이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압축되어있긴 하겠지만 영화를 보고 책을 보면, 나같은 사람들은 좀더 이해하기 쉬웠을 그런 스토리였을것이다.

어쨌거나 책을 먼저 봤음에도 1권 중반부부터는 상당히 재미있어졌으므로 본문의 이야기로 들어가보자면.

 

세상에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정말 많겠지만.

뉴욕이라는 도시를 그리면서, 이 세상에 전혀 없는 놀라운 곳을 새로이 그려낸다는게 더 흥미로웠다.

책의 주요 장소로 언급되지만, 지도 상에도 , 그 지역 주민을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수수께끼 같은 곳 코히어리스 호수, 바로 그 곳의 이야기였다.

 

주인공 피터 레이크(콜린 파렐)는 습지 사람들이 호숫가에 떠밀려온 작은 배 모형에서 발견한 아기였다. 그래서 그의 성에 레이크를 붙인 것이었다.

습지 사람들은 근처 다른 지역의 사람들, 특히 도시의 사람들과는 전혀 달랐다. 마치 원주민처럼 살아갔지만 어린 소년 하나도 사무라이를 무찌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무예에도 능한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 속에서 속세와는 인연을 끊고 살던 피터 레이크가 애초에 이방인이었다는 이유로 습지 사람들에게서 도시로 보내지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습지에서 배운 지식과는 전혀 다른 도시의 복잡한 논리와 생활 방식 등을 어려웠지만 조금씩 익혀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나름대로 존경했던 이를 잃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 도시의 최고 악당 펄리 솜즈 (러셀 크로우)의 100인의 부하 무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펄리 솜즈는 정말 최고의 악당이었다.그의 명령을 따르고 사는데 큰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으나 자신을 길러준 습지 사람들을 공격할 거란 소식을 접하고, 피터 레이크는 하는 수 없이 펄리 솜즈의 계획을 습지 사람들에게 미리 누설해서, 그들을 지켜낸 대신, 펄리 솜즈가 100인의 부하를 모두 잃게 만들고 말았다. 그렇게 당대 최고의 악당에게 찍힌 피터 레이크. 이야기의 시작은 피터 레이크와 전설의 백마 애산설과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펄리 솜즈 부하들에게 쫓겨 목숨이 위태로운 피터를 우연히 만난 백마가 구해주고, 백마는 놀랍게도 너무나 힘차고 빠르게 달리면서, 간간이는 두세 블럭 정도는 날아오르기도 하는기염을 토하는 명마였다.

 

그리고 좀도둑질을 하던 피터 레이크가 대부호이자 <선>의 발행자인 아이작 펜의 집을 습격할 결심을 하고 몰래 잠입하면서, 피터와 펜의 사랑하는 딸, 하지만 폐결핵으로 죽어가던 딸 베버리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당신이 내게 주어진 전부라면,그래요, 받아들일게요." 204p

아름답지만, 죽어가던 그녀였으니 어떤 청년을 만날 수도 자유로이 연애를 할 수도 없는 그녀였다. 하지만 죽기전에 사랑을 해보고 싶었고, 그 순간이 꼭 오리라 예지력 같은 것이 있었나보다. 약했던 대신에 강한 믿음이 있었던 그녀의 바램은 자신의 눈앞에 기적처럼 나타난 좀도둑 피터로 인해 실현이 되었다. 멋진 하버드 청년도 아니었고, 깔끔하고 평범하기는 커녕 최고의대부호의 딸과는 여러모로 맞지 않는 하층민같은 그였지만 정말 진심을 다해 베버리를 사랑하고 베버리도 온힘으로 그를 사랑하기에 이르렀다. 그녀가 소원하던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고 싶다는 바로 그곳이 호시탐탐 피터의 목숨을 노리는 펄리 솜즈의 소굴같은 곳이었음에 피터가 정말 목숨을 걸고 그녀와 그곳에 방문을 하였는데 아무도 그녀 옆에 선 피터를 괴롭힐 수가 없었다. 그녀의 존재감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사랑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그냥 한눈에 보고 반하는 것이라 말하기에는 이 책에서는 다른 이가 끼어들 수 없는 운명의 빨간 실의 존재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었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이 바로 피터와 베버리만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이미 베버리는 1권 중반쯤에서 죽어버렸고, 펄리는 피터를 죽이기 위해 어마어마한 군대를 이끌고 단 한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경찰, 군대까지 조종해가며 실력을 행사해왔다. 그에게 남은건 백마 한필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고 생의 의지가 완전히 꺾여버린 그였지만, 몰아세워가는 사람들 앞에서 백마와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다리에서 강으로의 낙하. 뿐이라 생각했는데.. 그 순간 말이 날아 오르고 말았다.

 

이후의 이야기가 정말 궁금했는데, 1권에서는 더이상 피터의 직접적인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고, 백마의 이야기만 나왔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 하지만 베버리 펜 일가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퍼즐조각처럼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가 난 본격적으로 흥미로웠던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언급한 것은 그 앞부분의 이야기만 조금 언급하고 말아서,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하고 궁금했는데. 이후의 이야기는 더 놀라웠다.

 

사실 현실 불가능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도시 문명의 편리한 방식, 게다가 문명화된 교육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문맹에 정규 교육이라곤 하나도 받아본 적이 없는 게임리 부인이 뛰어난 언어능력을 보이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우연을 가장해서인지 그런 기적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하물며 백마도 하늘을 날아가는데, 문맹의 부인이 천재적인 언어 능력을 보인다는게 뭐 그리 문제가 되겠냐만은) 여섯명의 언어학자가 달라붙어도 말싸움에서도 이기지 못할 어머니의 언어실력으로 인해, 딸인 버니지아가 언어에 출중한 능력을 보이게 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설정일지 몰랐다.

 

버지니아의 이야기서부터가 100년후의 삶이라 짐작되었다.

아,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않았는데 코히어리스 호수 마음 사람들이 고립이 되었다 말할 수 있는 것은 마을 주변에 처진 구름 장벽이 너무나 크고 두꺼워서, 그 장벽 너머를 뛰어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없다는데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구름 장벽이 막아놓은 것은 뉴욕 주변이라고 해야할까? 지금은 그런 장벽이 과연있기나 하겠느냐 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눈에 보이는 사실 외에도 직관을 중시하는 그리고 자신의 예지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나 저제나 피터가 나올까 하고 기다렸는데, 버지니아의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인물과의 러브라인으로 새로이 이어지고, 아뭏든 2권에서 피터의 이야기가 다시 등장될테니 그때 궁금증을 해결해보기로하였다.

 

끝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스스로 만족이 되는 책 윈터스 테일이었다.

습지 마을 사람들과 코히어리스 호수 사람들의 그 베일에 쌓인, 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이고 동시에 도시의 그 어떤 지성인보다 더욱 지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매력적이었기에 백년을 뛰어넘는 백마에 대한 호기심도 사그라진채 몰두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2권을 곧 마저 읽어야겠다.1권처럼 오래 걸리지는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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