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 30년 직장 생활 노하우가 담긴 엄마의 다이어리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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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후에는 바로 취직을 해서, 또 이직을 하는 와중에도 어떻게 운이 좋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일복이 있다고 해야할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연이어 새 직장에 취직하고 하는 식으로, 결혼하면서 퇴사하기까지 단 하루도 쉬어보지 못했다. 각 직장마다 내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나, 힘든 일은 어디에서고 있었다. 직업 특성 상 여자들이 주로 일하는 직장에 많이 근무했지만, 처음에 입사했던 회사는 남자가 더 많은 일반적인 근무 환경이었다. 최악의 상사를 만난 피해자?라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그 직장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바로 위 사수였던 남자 직원이 철저히 나를 조종해 팀의 상사를 몰아내기 위한 분위기 조성을 뒤에서 했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소름이 끼친다. 여자도 아닌 남자들이. 공감을 해주는 척 하면서, 사실은 자신이 편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싶어서 햇병아리인 나를 마음껏 조종했다는 것. 선배 뿐 아니라 같은 여 직원 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첫 사회생활이고, 수시 지원으로 들어간 상태라, 입사 동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끊어진 동아줄 마냥 고립되어있던 내게, 그 사실에 대해 알려준것은 경력사원으로 나보다 늦게 입사한 또다른 여자 직원분이었다. 회사를 옮기는 것은 괜찮지만, 상사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신중해야 하며, 또한 친구라 믿었던 네 동기가 어떻게 뒤에서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까지도 말이다. 첫 사회 생활은 그래서 꽤 충격으로 시작했다.

 

이후의 직장에서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그렇게 이상한 (사실 독불장군 안하무인이었던 상사가 그때는 미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상사보다도 그 속에서 간계를 꾸몄던 남자 직원과 동기라는 타이틀로 무장했던 여자 동기가 더 끔찍했다.) 사람들과 일했던 그 짧은 순간이 더 최악으로 느껴진다. 일이 고되긴 해도, 일에만 집중하는 것은 사실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은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그런 책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업무를 하는 30년 베테랑의 경향신문 부국장 겸 기자이자, 자신도 외동딸이었고, 또 외동딸을 두고 있는 유인경님의 이야기. 20대 후반의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의 딸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새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며, 혹은 사회 생활에 막막한 벽을 느끼고 힘들어할 수많은 여성 후배들에게도 들려주고자 책으로 펴낸 것이었다. 분량을 채우기 위한 원고가 아니라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정말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심정으로 물보다 빠르게 흡수가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내 직장 생활때의 추억과 그때 그 상황들이 바로바로 떠오를 정도로 말이다. 아, 그때 이런 책을 읽었더라면 힘은 들었을 지언정, 그래도 위로도 받고,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등을 참고하기 좋았을 텐데.

 

상사는 나와 잘 맞는 사람만 만날 수는 없는 상황. 사실 그 반대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자신이 또한 상사가 되도 부하 직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또한 어려울 것이다. 나 역시 두 가지 일들을 모두 겪어봤고 말이다. 자신의 부족함이 많다고 말하는, 하지만 꽤 똑부러져 보이는 저자 또한 피를 말리는 상사를 만나 참으로 힘겨웠던 순간들이 많았다 한다. 배배 꼬여서 하나하나 약을 올리듯 말하는 그 상사때문에 사표를 던지고 싶은 순간이 많았어도, 사랑하는 딸을 떼어놓고 나와서 일하는 이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허투로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꾹꾹 참고, 버텨가며 오늘날의 자리에 올랐다 한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주목할만하다. 여성들은 유난히 고통에 민감하기도 하고, 감정 조절을 잘 하지 못한다. 그리고, 참을성이 부족한 면도 있다. 견디기 힘든 상황을 오래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박차고 나가기도 한다. (나의 경우도 그랬다.) 그런데 남자들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버틴다 하였다. 그것이 여자와의 가장 큰 차이. 게다가 남자가 일에 매진하고 여자가 감정에 충실한듯 하면서도 정작 직장내 관계에서는 반대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능력있는 여성들이 탁월한 업무 능력을 보이고, 워커홀릭으로 일에만 매진해도, 남자들에게 승진의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자, 그 이유를 물었더니 남자 직원들은 대인관계도 중시하고, 부하 직원, 상사들과도 원만하게 지낸것에 반해 그 여성직원은 자기 일을 하느라 바쁘고 부하 직원들도 일만을 위해 닥달하다보니 어느 부하 직원도 그 상사와는 일을 하기 싫다 해서, 승진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혹은 담배 피우는자리에서, 남자들만의 그 잠깐의 수다타임 같은 그런 시간 속에서도 회사 생활은 진행중이었고, 거기에서 자연히 빠지게 되는 여성들은 그들의 세계에서 자연히 배척이 되는 것이었다.

 

직장 여성 자신의 문제점, 혹은 남자와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해서 겪게 되는 난항 등, 직장 여성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는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읽는 내내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책이었다. 전업주부인 나마저도 이렇게 바로 공감하게 되는데, 지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 읽는다면, 한 수십 쪽은 적어두고 밑줄 치고 하게 되는 책이 아닐런지. 엄마이자, 30년 베테랑 사회생활 선배로써의 저자가 들려주는 "속 깊은 이야기", 직장 생활을 위한, 혹은 워킹우먼을 위한 수많은 책들이 있겠지만 이 책은 기대 이상의 그 무언가를 품게 해주는, 그래서 벽에 부딪혀 답답해했을 당신을 한 계단 더 성장하게 해주는 그런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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