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1
스테파니 배런 지음, 이경아 옮김 / 두드림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똑똑한 지성을 지닌 스물 일곱의 여성.

오늘날로 보자면 커리어우먼으로도 잘 나갈 수 있고, 결혼을 앞둔 나이로도 많기는 커녕 오히려 딱 적당하다 싶은 그런 연령대의 여성이건만.

제인 오스틴 작가가 살던 시절에는 스물 일곱은 노처녀의 나이였고, 부와 미모를 갖지 못한 이상, 머리가 좋다고 해서, 결혼하기에 더 좋은 조건이 되는 것도 아니었나보다.제인 오스틴의 아버지는 부유하지 않은 교구 목사였는데 당시에는 모든 재산을 다 장남에게 물려주도록 되어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재산과 교구마저 장남에게 모두 물려주고, 아주 작은 곳으로 이사와서 가족들이 북적북적 살게 되었다. 그 곳에서 살았던 그 오년의 시간이 제인에게는 참기 힘든 시련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미혼의 두 딸, 제인과 카산드라 언니는 의탁할 곳이 없었다.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가 그녀의 소설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취급될 수 밖에 없는 것은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 여성의 경우 부가 전제되지 않는 한 생존의 위기에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런 꽉 막힌 시대가 아닌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 태어난게 얼마나 다행인지.

뭐 오늘날에도 부와 미모를 겸비한 여성들이 지성을 갖춘 여성보다 더 인기가 높음은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처럼 그렇게 절박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오만과 편견>으로 유명한 제인 오스틴. 그녀 자신은 결혼도 하지 못하고 독신으로 살다가 41세에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고, 그녀의 인생에 대한 기록도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않은데다가 생전보다 사후에 더 많이 유명해진 그녀의 작품들로 인해 작가 제인 오스틴에 대한 궁금증은 더더욱 높아지고 있는가보다. 다른 작가들에 대한 가상의 책은 사실 많이 읽어보지 못했는데 작가 자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약간은 로맨스 같기도 한 그런 책을 읽어본 게 바로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이라는 시리 제임스 작가의 책이었고, 이번에 또 그런 작가의 책이 나와서 뭐지? 하고 보니, 이번에도 제인 오스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연애 이야기가 아닌, 탐정 수사물이라고 해야할까?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을 가진 제인 오스틴이 친구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기 위해 여성의 힘으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었다. 작가는 스테파니 배런이라는 또다른 작가였고 말이다. 실존했던 인물에 대한 가상의 이야기를 쓰려다보니, '실제 있었던 일인 것처럼' 쓰기 위한 설정이 뒷받침되었다. 사실인것처럼 증명이 되면 그만큼 더 높은 관심을 받을테고 재미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도, 또 이 책 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도 ..역시 숨겨졌던 제인 오스틴의 원고들이 발견되어, 이를 기록하게 되었다라는 가설로부터 시작을 하였다.

 

제인 오스틴은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지만 그녀가 워낙 가진 재산이 없던 터라, 남자 측 가족의 반대로 결혼에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연이어 사랑하지는 않으나 재력있는 남자, 그것도 한참 연하의 남자에게,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청혼이 들어와 수락을 하고 하루를 고민한 끝에 파하고 말았다. 지적인 그녀는 말 더듬도 심하고 심하게 내성적인 그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나쁜 남자일지언정 자신과 두뇌를 겨루고 자극할 수 있는 그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 여성이었다. 텅텅 빈 소리가 나는 그런 대화를 늘어놓는 그저 무도회장의 꽃같은 여성-레이디 말고 그녀가 바라는 것은 남자들 중에서도 명석하여 그녀와 어깨를 겨룰 만한 사람과 나누는 그런 대화가 행복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그런 남자를 꿈꾸었으리라. 하지만 그런 사람과의 결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뭏든 그런 그녀가 약혼을 파하고 암울한 상태에서 도피하다시피 친구인 이소벨의 초대에 응하며 그녀의 무도회 참석차, 이소벨의 저택에 머무르게 되었다.

 

이소벨은 22살의 꽃다운 여성으로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그녀의 막강한 부를 자랑하는 백작-하지만 나이는 그녀와 한참 차이가 나는 (2배 이상의 나이, 사실 그녀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하였다. ) 백작과 결혼을 하는 것은 사실 젊고 아름다운 여성과 막강한 부를 가진 남자의 재력 등의 결합으로 당대에는 그리 손가락질 받을 일은 아니었나 보다. 다만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열었던 그 무도회에서 갑작스레 백작이 사망하는 사건만 발생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피츠로이는 백작의 조카로 후계가 없는 백작의 사실상 그 다음 후계자였다. 이소벨보다 4살밖에 많지 않은 나이인데다가 훤칠하게 잘생긴 외모, 그리고 백작의 지위를 물려받게 된다는 막강한 후광을 등에 업고 수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그였다. 다만 제인이 무도회장에서 본 그의 모습은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말이 없어 보였으나, 짧지만 깊이 있게 나눠본 대화로 꽤 생각이 깊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이들이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일은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외숙모와 네살 많은 조카 사이의 사랑은 비극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백작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 다음날부터 이소벨에게는 발신인 불명의 쪽지가 도착하기 시작하였다.

제인은 그 쪽지의 내용을 바로 간파하였다. 이소벨과 그녀의 정부, 그러니까 피츠로이가 함께 백작을 죽였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협박 쪽지였다.

게다가 연이어 판사에게 신고를 하겠다는 협박까지 이어진다. 쪽지를 보낸 이는 바로 이소벨이 데리고 있던 하녀, 그녀는 바로 사라져버렸고, 쪽지만 그렇게 간간히 오게 되었다.

 

상황은 갈수록 이소벨에게 불리해졌다.

아니 피츠로이에게도 불리해졌다.

두 사람은 백작을 살해하고, 하녀인 마르게리트도 살해했다는 혐의를 입고, 감옥에 투옥된 것이었다. 이소벨은 마르게리트에게 나온 서신의 필체를 보고 피츠로이의 것이라 확신을 하였고, 피츠로이가 자신의 남편을 살해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까지했다. 다만 제인만이 아무리 물증이 확실해도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라며 피츠로이를 쉽게 범인이라 단정짓지 않고 자신만의 수사망을 펼쳐나간다.

 

돈 없는 독신 여성의 힘으로 (아, 이렇게 쓰고 나니 참 같은 여성으로써 속상하네) 홀로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자신의 가족들의 인맥을 최대한 동원해서 조금씩 정보와 단서를 모아간다. 그러면서 전혀 의외의 실타래가 풀려나가기 시작하였다.

 

<오만과 편견> 200주년 기념으로 국내에 출간된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시리즈 중 제 1권, 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친구를 위해 탐정이 되어야했던 제인 오스틴의 빛나는 지성이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이 시리즈는 영문으로는 11권까지 나왔다하니 연이어 번역되어 나올 이후의 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