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당하고 싶은 여자
우타노 쇼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집에서 읽을 적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막상 밖에 나가 읽으려니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걸렸던 바로 그 책. 하지만 워낙 내가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터라, 얼굴에 두툼한 철판을 깔고 그냥 전철에서도 읽고 기차에서도 읽었다. 다만, 표지가 되도록 안 보이도록 눕혀서 읽었다는 소심함만을 전하면서 말이다.

제목부터가 자극적이고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싶은 그런 느낌이 든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문의 여자"를 떠올리게도 하는 제목이지만 뭔가 좀 다르다. 이 여자 도대체 왜?

세상 어느 여자가 납치를 당하고 싶어한단 말인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애정의 납치? 그런 의미도 아니고 말이다. 궁금증을 안고 읽어내려간 우타노 쇼고의 작품

 

놀랍게도 처음부터 제목 그대로 자신을 납치해달라는 여인의 이야기부터 시작이 된다. 여인은 대형 카페 체인의 사장의 아내. 상당히 아리따운 외모에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그녀가 갑자기 심부름센터에 들어와 자신을 납치했다며 (진짜 납치는 아니고 남편을 자극할 정도로만) 남편에게 거짓으로 전화해달라고 의뢰를 한다. 사실 가장 이상한 부분이 바로 그 사건의 개연성 부분이었다. 납치 사유가 사장의 식어버린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 그것도 어머니의 사장에 대한 사랑의 질투로?

고부 간의 갈등인가 싶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좀 미심쩍다. 하지만 심부름센터 직원은 파리 날리던 근황이었던데다가 생각보다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는 의뢰에 고액의 비용까지 접하고 나니 사건에 구미가 동하기 시작했다. 그냥 전화 정도만 해달라 했는데, 이 남자 생각보다 주도면밀하다. 너무 앞서나갈 정도로 사실 좀 머리가 상당히 좋은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의 납치에 불안해하는 사장.

그가 아내가 잘못될까봐 전전긍긍하며 돈을 마련하고 떨면서 약속장소로 찾아 가는 사이.(사실 직접 전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 접하는 신기한 메시지 사서함 같은 걸 이용하고 있었다. 절대로 경찰 추적이 따라잡기 힘들 그런 사서함을 말이다. 지금은 없어진 그런 제도들이라는데 아예 생소한 제도여서 신기해하며 읽은 부분이기도 했다. 이런게 남아있다면 정말 이런 범죄에 악용될까봐 두렵기도 하고 말이다.)

주도면밀하게 그와 경찰을 따돌린 범인은 허를 찌르며 집에 있던 그의 누나를 협박해 거액의 돈을 빼돌려 버렸다. 거기에 아내의 생사 여부도 더이상 확인이 되지 않고, 사장은 더욱 불안해 어찌할바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그저 의뢰받은 돈에 만족하지 않고, 여자에게 빼낸 정보로 아예 그 부잣집의 거액의 돈을 털어낼 궁리를 하고 이에 성공한 심부름센터 직원은 희희낙락했지만 갑자기 그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가족의 가벼운 (?)납치극에 장단 맞춰주는 정도로 끝내지 않고, 그들의 뒷통수를 쳐서 돈을 빼내다니 참으로 나쁜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사건은 전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게다가 그는 돈 앞에선 참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었지만 적어도 사람의 목숨 앞에서는 숭고한 생각을 갖는 그런 정의감에 붙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목차에 등장한 단 두 음절로 이루어진 짧은 제목들. 그 소 제목들은 짧고 간결한대신 꽤 자극적이면서도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그런 제목이기도 하였다. 처음엔 그냥 그렇게 읽어내려가던 이야기가 갑자기 급 진전? 전혀 다른 상황으로 발전되면서 제목과 관련해서 어떻게 진행이 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어 가게 되었다. 나란 독자는 작가가 마련해놓은 장치에 내가 보기좋게 걸려든 모양새였다. 끄트머리 부분에선 거의 정신을 다시 수습해야할 정도로 말이다. 갑자기 어어? 이게 무슨 이야기야? 하면서 말이다. 

 

역시 재미난 추리소설 한권이면, 여행길이 짧게 느껴진다. 이 책과 함께 한 여행은 그래서 심심한 줄 모르고 넘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띠지에도 허를 찌르는 반전이라는 멘트가 적혀 있어서 반전에 대한 언급을 해도 될 것 같긴 하지만, 자꾸 말을 하다보면 더욱 많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입은 그만 다물어야할 것 같다. 우타노 쇼고를 직접 읽어봐야할 애독자들을 위해 너무 많은 스포는 금물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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