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한 하루 담푸스 그림책 10
마리케 블랑케르트 글.그림, 이승숙 옮김 / 담푸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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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은 육아서에서 아들에게 정말 헌신적으로 잘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나왔다.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던 그녀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서 아이 먹는 식사는 물론 간식까지도 직접 준비하며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신경쓰며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어느날 그녀는 몸살이 나서 너무 아파 누워있느라 아이의 간식을 준비하지 못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이 그녀의 품에 파고들자, 엄마는 생각했다. 엄마가 이렇게 아프니, 엄마의 건강을 더 염려해주겠지? 하지만 아들은 엄마에게 호통을 쳤다. 엄마, 내 간식도 안 만들고 누워서 지금 뭐하는 거야? 엄마는 청천벽력같은 아들의 말에 눈앞이 까마득해졌다. 저자는 중국인 저자였지만 사실 중국의 소황제들만큼이나 우리나라의 자녀들도 못지않게 자라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좀 극단적인 예긴 했지만 엄마가 아플때 아들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좀 염려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정말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들이 나온다.

엄마가 아프시다고 일어나지 마시라 하고 자기가 엄마의 집안일을 온통 다 해내기로 한다. 그런데 이 꼬마, 모든걸 다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마음만 앞선 꼬마이다. 그럼에도 엄마를 위해 과감히 나선 것이었다.

 

아프고 힘든 와중에 아이의 이런 예쁜 마음이 엄마에게 고스란히 전해지지만, 사실 그 뒷처리는 다 엄마의 몫.

그런데 엄마도 아들도 참 대단한 것이 그렇게 나서서 엄마를 위하는 아들의 마음도 예뻤지만, 막상 현실에서 아들이 다 그렇게 엉망으로 해놓을때 내색한번 안하고 괜찮다 하며 다 치우고 다니며 아들을 이해하려 애쓰는 엄마가 현실에 얼마나 될까?

엄마는 아들을 끝까지 이해해주었다. 아, 나라면 중간에 버럭 화를 내버렸을텐데..

 

엄마가 열이 난다며 나오시지 말라고 한 사랑스러운 아들.

자, 여기까지만 사랑스러울뿐 이후의 아이의 행동들은 정말 사랑만으로 감당하기엔 힘든 현실적인 부분들이지만 책속 엄마는 꿋꿋이 참아낸다.

아이는..놀랍게도 아침을 준비해오고, 그러다가 와장창! 침대에 다 엎질러버렸다.

엄마가 몰래 뒷수습을 하는 동안 아들은 내려가서 설거지를... 다 해놨다는데, 이런 이런. 엄마의 한숨이 이중으로 들린다. 책속에서 한번, 책밖에서 내가 한번.

설거지를 다 한 아들은 장을 보러 갔다. 장을 대충 보고 와서 정리를 할줄 모르는 아들은 우르르 탁자위에 쏟아놓고 또 다른 일을 하러간다.

사실 효심이 지나치면 엄마가 참 힘들 수 있겠다 싶었다.

책을 읽어주며 우리 아들도 엄마 아프면 이런거 다 해줄 수 있어? 하니 아들이 난색을 표한다.

사실 책에서 아침을 차리는 것은 우리처럼 밥을 하는게 아니라 식빵에 잼만 바르는거니 어려운게 아니지만 아이는 밥할 생각에 정말 까마득했나보다.

"엄마 난 밥은 못하고 설거지는 해줄께 으흐흐..지금 당장 하러 가자~~~"

갑자기 섬뜩해진 나는 "아니아니야. 아직 엄마 안아파. 너무 아프면 도와달라고 할께."

아직 설거지는 내가 하는 걸로.

 

장을 보고 과감히 빨래를 하러 가신 지미.

허허허. 이제 그만. 하지만 엄마는 말리지도 않는다. 지미가 실망할까봐 엄마가 알고 있는것을 숨기고 몰래몰래 뒷처리만 하는 것이다.

세탁기에 옷을 아무거나 다 집어넣고 세제를 들입다 부었는데..버튼이 너무 많다. 지미는 아무거나 누르고 나가버린다. 허걱.

 

우와 하지만 사실 지미가 하고 있는 하려는 일들은 엄마가 하루종일 해야할 일들이었는데 어린 지미가 엄마가 시키지 않는데 엄마를 걱정하며 스스로 해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너무 예쁜일이기는 하였다. 지미는 사랑스러운, 바른 아이로 자라났던 것이다. 비록 그것을 다 참아내고 뒤를 보살펴준 엄마가 있어 지미가 그리 자란 것이겠지만.

이후로도 지미의 선행? 아니 만행은 계속되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훈훈한 그런 동화였다.

지미는 하루종일 일을 마치고 너무 힘이 들어서, 점심을 들고 침실까지 갈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쉬었으니 엄마도 내려오실만할 거야. 하며 엉마를 내려오시라 해서 둘이서 맛있는 점심을 먹는다.

 

어제 아이가 조막만한 고사리손으로 빵을 구워왔다.

집에서 베이킹을 많이 해본 다른 아이들과 달리 우리 아이는정말 처음 만져보는 반죽이라 좀 힘들었을것이다. 그런데 참 예쁜 귀여운 빵을 구워왔다.

점심을 많이 먹어 배가 빵빵한데도 그 빵은 들어갈 자리가 있었다. 하나뿐인 내 소중한 아기가 구워온 빵이었으니..

그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빵과도 비할 수 없는 맛이 났다.

몸이 아팠던 지미 엄마도 지미의 사랑에 아마 병이 씻은 듯이 (안 나을 수가 없었을듯 .) 나았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아들을 키워내려면 엄마의 사랑도 그에 못지 않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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