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머리 묶어 주세요
유진희 글.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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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만 하나 있다보니 머리 묶어주고 치장해줄 필요가 없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부분. 꼬마 숙녀들의 머리 손질.

사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머리를 자주 길게 길러서, 엄마가 늘 예쁘게 이런 저런 머리모양을 만들어주시며 묶어주셨던 기억이 난다. 여동생까지 있어서 아침마다 우리 밥해주시고, 머리 묶어주시는 것만도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릴 일이셨을듯. 난 머리 손질해줄 필요없는 아들 하나인데도 아침에 정신없이 그냥 깨워보낼때가 많아 갑자기 반성이 된다. 어릴적에 우리를 놔두고 엄마 혼자 어디 가신 적은 거의 없었는데..아마도 엄마가 편찮으셔서 한번 아빠가 내 머리 손질을 해주신 적이 있던 것 같다.

 

 

그때의 기억은.. 머리 감겨 주실 적에는 한번도 안해본 남의 머리, 특히 어린 아이 감기기셨던 지라 머리털이 뽑힐 정도로 아프게 벅벅 감겨주셨던 기억이 나고, 머리 묶어줄때는 위로 깡총하게 예쁘게 묶어줘야하는데 그걸 잘 모르셔서 책 속 은수 아빠의 첫 머리처럼 정말 머리 맨 아래 꽁지에 시골 촌아이(뭐 그땐 나도 시골에 살았지만)처럼 묶어주셨던 기억이 난다.

 

여자아이들에게 머리모양은 꽤 중요하다.

어릴적에는 더더군다나 멋을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헤어스타일이다보니 되도록 여아들은 머리를 길러 남보다 더 예쁜 스타일로 묶거나 따기를 바란다. 또 각종 헤어 핀, 끈, 다양한 헤어 제품들이 인기를 끄는것도 그래서 당연하다. 중학교때가 되어서야 엄마가 복직을 하셨고 멀리 지방에 나가셔서 주말에만 오시다보니, 자연스레 초등학생 여동생의 머리 묶기 담당은 내가 되었다. 나야 단발이 규정인 중학교에 다녔으니 묶을 새가 없었지만 아직 긴 머리를 유지하던 여동생은 머리손질이 아마 큰 걱정이었을 것이다. 처음 한동안은 이런 저런 헤어로 만들어주다가, 나중에는 바쁜 아침에 여동생이 이래저래 요구하며 마음에 안든다고 하니 나도 버럭버럭 짜증을 내버렸고, 엄마같으면 몇년을 그냥 예쁘게 아이 마음에 들게 해주셨을 헤어를 여동생은 나와의 단 며칠을 경험해보고, 치사하다며 잘라버리고 말았다. 동생 미안.

 

그래서 사실 공주님 키우는 재미는 모르지만 어릴적 나와 여동생, 나와 아빠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재미나게 읽었던 책이다.

우리 왕자님은 은수네집 구경하고 은수의 표정 구경하는 재미로 재미나게 읽은 책이었고 말이다.

 

 

 

은수 엄마가 은수만 놔두고 며칠간 떠나있게 되었다. 왜지? 하고 가방을 보니, 출산용품이 가득하다. 아기 낳기 위해 산부인과에 가는 길이었나보다.

덕분에 은수와 아빠만 남게 되었는데, 은수는 아빠가 머리 묶어주는게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충 묶인 머리로 유치원에 갔더니 공주처럼 머리를 땋은 친구가 자랑까지 한다. 칫. 우리 엄마도 저렇게 묶어줄 수 있는데..은수는 속이 상했다.

 

 

 

은수 친구 엄마가 해준 머리는 사실 머리 잘 묶어주는 노련한 우리 엄마도 미처 못해주는 머리였다. 어릴적에 그 머리를 해줄 수 있는 엄마가 많지 않아 친구네 엄마가 딱 한번 그렇게 땋아줬던 기억이 나는데, 그림동화속에서 몇십년만에 만나게 되다니. 아뭏튼 은수네 엄마도 친구네 엄마도 모두 다 할 수 있는 예쁜 머리란다.

 

 

 

심통이 난 은수는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생일날 엄마 돌아오느냐 물었다.

아빠는 며칠 있으면 오는데 생일날에는 아직 안 돌아온다 하였고. 은수는 그날 꼭 자기 머리를 땋아줄 수 있느냐 물었다.

묶기도 잘 못하는데 땋기라.. 하지만 아이와의 약속이다 보니 아빠는 인형 머리를 땋아주며 땋기 연습을 한다. 집에서도 하고, 전철에서도 하고.

평범한 아저씨가 지하철에서 인형 머리 땋는건 보통의 용기론 하기 힘든 일일텐데. 사랑하는 은수를 위해서라면.

그런데 저녁 식사 준비를 하면서도 은수 머리 걱정을 하다보니 그만 손가락을 다치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아빠는 은수 머리 걱정만 한다.

 

아..이런 사랑이라니.

은수는 속상했지만, 아빠의 노력을 잘 알고 있기에 머리를 풀고 아빠선물로 받은 머리띠를 하고 유치원에 갔다.

다행히 친구들 반응이 폭발적이라 은수 기분도 풀어졌다.

공주를 둔 아빠들은 정말 머리 정도는 묶어줄 수 있는 스킬을 지니고 있음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없는 빈 자리에. 아이 머리를 된똥하게 해서 보내기보다

엄마 못지않은 솜씨로 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손가락이 다 낫고 난 아빠는 노력에 노력을 더하여, 이제 엄마만큼 예쁘게 묶어줄수있는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머리 묶는 일에 기겁을 할 소심한 아빠들을 위해 친절한 코너가 덧붙여져 있다.

우리 딸 머리 묶어주기 상세 그림 설명이 맨 뒷장에 실려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아빠들이여. 용기를 내라.

딸아이가 엄마 없는 날, 눈물 뚝뚝 흘리며 유치원, 학교에 가지 않도록 아빠들도 용기를 내보라.

그리고 이런 것도 할 줄 아는 사랑받는 아빠로 탈바꿈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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