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케이스 속의 소년 니나보르 케이스 (NINA BORG Case) 1
레네 코베르뵐.아그네테 프리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레네 코베르뵐과 아그네테 프리스가 공동 집필한 <니나 보르 시리즈>는 단숨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니나 보르 시리즈>는 적십자 소속의 간호사 니나 보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릴러로, 전 세계 30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1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베리상> <하랄드 모겐센 최우수 범죄소설상> 등을 휩쓸며 평단의 찬사를 받았고, 뉴욕 타임스의 '주목할만한 범죄소설'에 선정되었다. - 작가 설명 중

 

스릴러 소설의 주인공이 범인이나 피해자 혹은 흔히 등장하는 형사, 수사관이 아니라 간호사라고?

적십자 소속이라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는건 알겠지만 자신의 가족까지 뒷전으로 미뤄두고, 발벗고 나서는 가녀리지만 여장부인 니나의 활동은 다소 의외의 활동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 간호사가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에 처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그녀의 행동은 정말 그녀의 모든 것을 다 건 사활을 건 활동이었다. 그래서 니나를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은 사회 활동을 가족보다 더 중시하는 아내에게 상처를 받고, 늘 걱정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남자들은 사실 사회생활에 좀더 적극적인 경우가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보기 힘들었기에 니나 보르 시리즈의 이런 전개는 정말 의외라는 느낌을 강력히 주었다. 그럼에도 나는 무척 재미나게 이 책을 읽었다.

 

무거운 슈트 케이스.

제목에 떡 하니 박혀있는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이라는 말때문에, 옷 가방에 절대 들어갈리 없는 소년의 체형을 생각하며 시체인 것인가 하는 오그라드는 공포가 있었는데, 전혀 의외로, 슈트 케이스 속에는 살아있는 소년이 나체의 상태로 들어있었다. 가능했던 것은 소년이 너무 어린 세살남짓한 아기였고, 무릎을 오므리고 마취된 상태로 들어있어서 가능했다는것. 사실 스릴러 소설을 보면 더 심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유아 유괴나 납치 등에 대한 끔찍한 소재나 이야기들이 무성해 어쩌면 그보다는 좀 약한 소재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심장이 떨려오고 두려운 마음으로 읽었던 것은 나 역시 한 아이를 둔 엄마이기 때문이리라.

 

니나 보르가 여성의 힘으로, 아이의 안전을 생각하며 끝까지 지켜낸것은 자신의 모성애가 발현되었기때문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갑자기 친구 카린이 니나에게 연락을 해서, 락커 안의 슈트 케이스를 찾아 달라 말을 한다. 그리고 네게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니나는 그런 불쾌하고 이상한 상황에서 벗어날수도 있었지만 락커를 열고 슈트케이스를 꺼내, 그리고 그 안의 내용물을 확인해보았는데..

놀랍게도 살아있는 어린 소년이 있었다. 어떤 마취제를 썼는지는 몰라도 그대로 두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말이다.

경찰에 신고해볼까도 생각했지만, 락커를 찾는 덩치 큰 남자와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아이를 차에 태우고 그대로 피신을 하고 말았다.

 

자신의 직장,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채 오로지 혼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니나.

친구인 카린처럼 여성적인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빼빼마르고 다소 중성적인 몸매를 가진 그녀였음에도 카린은 갖지 못하는 가정을 갖고, 아이를 둘이나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라고해야하는데 사실 그녀는 가정에 충실하지는 못한 엄마였다. 이타심이 깊어서인지 네트워크, 적십자 활동에 매진하고 위기의 이들을 돌보느라 애쓰기 위해 자신의 가정을, 어린 아기를 남편에게 맡긴채 아무 허락도 구하지 않고 홀연히 외국으로 떠나기도 했던 그녀였다. 이번에도 그녀는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남편이나 경찰과 상의해볼 생각을 못하고 혼자서만 전전긍긍하며 무시무시한 추격에서 벗어나 아이를 지키려 노력을 한다.

경찰이나 남편과 상의해서 좋은 의견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니나를 걱정하는 남편은 아마도 어쩌면 그녀가 경찰에게 아이를 인계하고 손을 떼길 바랬을 것이다.

또한 경찰은 아이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채 난민 캠프 등에 보내, 아무나 아이를 데려가게 만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그녀가 모두를 믿지 못하고 스스로 행동하게 된 것은 그래서기는 하였다. 하지만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는 정말 최악의 선택일수있었는데..

 

다행히 아이의 의식은 금새 돌아왔지만 말이 통하질 않았다. 덴마크에 사는 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와 의사소통을 위해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의외지만 현명한 방법이었다.

 

니나의 이야기에서 다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넘어와서.

사실 처음에 니나가 슈트 케이스를 열고 경악하는 이야기기 시작되자 마자 이어진 것은 얀이라는 덴마크 거부의 이야기였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고, 특히나 아내의 어린 시절부터 행복하고 여유롭게 살아온 그 가정의 모습을 열망하였기에 아내 안네에게 그 모든 행복을 안겨주려 최선을 다하는 얀.

하지만 그는 아내와의 현 결혼 생활에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돈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 그리고 그는 급히 어딘가로 무엇을 받기 위해 아내에게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채 비행기를 타게 되고, 정시에 출발하지 못한 비행기때문에 그의 뭔지 모를 계획은 틀어지기 시작하는데..

 

연이어 나오는 유차스라는 남자

그 역시도 아주 평범한? 행복한 가정을 꿈꾼다. 지금 같이 있는 자기보다 9살이나 더 많은 바르바라를 너무나 사랑했고, 그녀와의 사이에 남매를 두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미래를 설계한다. 그렇게 간절히 살고 싶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또 한명의 사람.

어린 아기,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미카스, 그 아기를 바라보는 싱글맘 시기타의 모습이 비춰진다.

정말 여러 명의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와서, 처음엔 다소 헷갈릴 수 있었으나 이내 그 얼개가 맞춰지는 구조 속에 퍼즐이 채워져가면서 끔찍한 현실 앞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이제 그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이 누구인지, 짐작을 하게 되었으리라.

그리고 그녀의 아이가 왜 유괴가 되었는지, 재수 없이 우연히 걸려든 유괴라 하기엔 그보다 더 치밀한 무언가가 있었다.

간호사인 니나는 처음에 나체의 어린 아기를 보고, 소아 성애자들의 변태적인 즐거움을 위한 악랄한 유아 거래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것도 너무나 소름끼쳤지만 (도대체 이 세상의 사람 아닌 것들은 왜 평범히 살아가는가. 짐승은 짐승대로 따로 격리를 해놨으면 좋겠다. 사람이 아니니, 사람 주위에 머물지 못하도록 ) 다른 누구도 아닌 미카스여야만 하는 그 진실 역시 너무나 욕지기가 나올 것 같은 그런 진실이었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평범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었다는게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리고, 금발에 백인이라는 이유로 러시아나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에서 어린 소녀, 그리고 아이들이 납치가 되고, 혹은 헐값에 부모에 의해, 혹은 스스로가 팔려와서 부자나라인 덴마크나 다른 나라 등에서 끔찍한 일을 겪고 있는 것들이 소름 끼쳐왔다. 어린 아이 유괴, 어린 소녀들의 납치와 성매매 등은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이겠지만. 읽기만 해도 욕지기가 올라와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리투아니아에서 어렵게 살아온 싱글맘인 시기타는 부자나라인 덴마크에 와 겪는 이야기가 나 또한 믿기지가 않았다.

리투아니아에서 덴마크까지 날아오는 비행기 값보다, 100km정도를 달린 택시비가 더 비싼 나라.

그런 나라에서,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사들이고, 농락하고.

끔찍하게도 우리나라도 일본을 따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일부 사람들도 그런 행동을 하고 있을 지 모르기에..더 소름이 끼쳐온 이야기들.

 

평범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돈이 많건 적건 간에 그 안에 평범한 행복을 얻은 이의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니나네 가족이 그나마 가장 평범해보였달까? 물론 엄마인 니나가 겉돌고 있어서 아이들도 아빠도 가정에 안주하기가 힘들어보였지만 말이다.

니나의 적십자 활동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했던 나타샤는 이번 편의 끝에서도 다시 등장을 한다. 끔찍한 가정 폭력, 그 안에 노출된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과 아이들.

그리고 3부에 이어질 나이팅게일의 죽음 편에서는 나타샤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등장할 듯 하였다. 그나저나 3부에서는 혹시 니나의 죽음이 예견되는 것일까?

 

페이지 터너로 훌륭한 책이었기에 끔찍하고 오싹함을 느끼면서도 강렬히 몰입해 읽었던 책이었는데.

주인공과 소재의 문제로 독자들간에는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였다. 나의 의견은 재미나다에 한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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