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1 기황후 1
장영철.정경순 지음 / 마음의숲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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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학창 시절의 역사 수업시간을 통해서였다. 우리나라 공녀 출신으로 다른 나라의 황후 자리에까지 오른 여인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놀라운 사실이었는데 안타까운 것은 그녀와 그녀의 오빠의 이후 행각들이 자신의 고국 고려에 대해서는 그리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역경을 딛고 오른 자리인만큼 고국인 고려에 애국심을 보이고, 고려를 위하는 마음이 애틋하게 남아있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기록으로 남아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고 하나, 고려사절요에 나온 바에 따르면 기황후와 기철 등이 고려의 왕을 좌지우지하고, 지나치게 간섭한 세력으로 소개가 된다.

그러기에 기황후에 대한 아름다운 미화는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살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드라마 기황후는 그녀가 애국심을 보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고려를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한 여인이면 좋았을 것을이라는.. 가설을 설정해둔 역사적 환타지물로 생각하고 읽어내려가기로 하였다. 역사 속 기황후가 고려를 위하는 여인이었으면 하는 바램만으로 사실을 묻어두고라도 쓰여진 그런 환타지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어가기로 말이다. 마치 고구려가 차지했던 만주 땅을 토대로, 삼국 통일을 이루어 지금의 축소된 한반도 지형보다 훨씬 넓은 한국의 역사가 쓰여졌다면 하는 바램이 있듯, 기황후의 역사도 그런 환타지로 소설속에서 다시 쓰여진게 아닐까 싶었다.

 

이민족 출신의 여인에게 주도권을 빼앗겨야만했던 중국의 봉건적인 시각에서 기술된 역사서가 그녀를 좋게 묘사할 리도 없었다. 또한 황후가 된 후 공녀 차출을 금지시키고, 교역을 통해 고려의 문화와 물품을 대륙에 전파했으며, 원나라가 고려의 국호를 없애려했던 입성론을 막아 낸 결정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킬리 만무했다.

그녀는 우리 역사의 문제적 인물이다. '기황후'라는 이름 석 자에 명과 암이 공존하고 선악이 혼재되어 있다. 그 베일에 가려진 문제적 인물의 삶이 뜨거운 작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사학자들의 논문으로 살점을 붙이기엔 그녀를 둘러싼 역사적 사실의 뼈대가 너무도 앙상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숱한 소설과 드라마들이 그렇듯 개연성 있는 작가적 상상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했다. - 5P 작가의 말 중에서

 

역사적 환타지 소설이라 생각하니 소설은 정말 빠르게 읽혔다.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는데 아주 간간히 기승냥, 기황후 역의 하지원 이야기를 들으며 소설 속 주인공들을 떠올려볼수있었다. 책을 주로 읽어서 티브이나 영화는 잘 보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최근에 친정에 갔다가 우연히 돌렸던 채널에서 기황후가 나오고 있었다. 도망을 치던 하지원이 업고 있던 아이를 군사에게 빼앗기고, 그 병사는 아이와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하지원은 정웅인에게 화살을 맞고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이었다. 엄마가 되고 나니 그런 장면들이 어찌나 섬뜩하던지.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는데 책 속에서 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두 권의 책은 MBC 드라마 기황후의 원작소설로 <대조영>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돈의 화신>등의 작가로 유명한 장영철, 정경순 부부작가의 글이었다.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는 않았지만 드라마의 원작소설과 비슷한 얼개로 진행이 되다가 세세한 부분은 조금씩 틀을 달리해서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듯 하였다.

예를 들어 내가 봤던 기승냥의 아이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나온다. 절벽에서 떨어진 것은 화살을 맞은 임산부인 기승냥이었고, 다행히 목숨을 건진 승냥이 그 후에 나중에야 아기를  낳는 것으로 나온다. 닮은 듯 다른 얼개를 찾아가는 소설과 드라마 비교하기는 제법 재미가 있었다.

 

드라마로는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책 속에서는 기승냥이 어릴 적에는 공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남장을 하고 자라며 아버지에게 무술을 배워 본의아니게 원의 황태제인 타환의 목숨을 지켜야하는 상황부터 소개가 되었다. 당시 고려의 왕이었던 충혜왕은 너무나 유약해보이는 타환에게 대단히 실망을 하였다. 약해보였던 타환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뜻을 숨겨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겉보기처럼 그렇게 아무 생각도 없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얽힌 양이, 기승냥.

 

고려를 위해 타환의 목숨을 구하려다가 승냥의 아버지가 죽게 되고 승냥은 원에 환관이 되어 끌려갈 처지가 되었다. 그런 승냥을 구해낸건 음모에 의해 폐위된 충혜왕의 최선의 몸부림이었다. 승냥은 환관이 되지 않기 위해 다시 본모습인 여인의 차림으로 되돌아왔다가 아버지의 밑에 있던 염병수에게 도와달라 청을 했다가, 배신을 일삼는 염병수 탓에 (나중에 승냥의 아기를 죽이려 하고 화살을 쏜 이도 바로 염병수였다.) 이번에는 공녀의 신분으로 원에 끌려가게 되었다.

 

황제의 후궁으로 선출된 여인을 제외하고 공녀들에 대해서는 원의 관리들이 초야권을 행사하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원나라 최대 권신으로 타환을 제거하고 왕권을 장악하려 하는 연철의 고려 쪽 세력이었던 왕고는 자신의 일을 사사건건 막아선 양이가 공녀로 와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양이의 처녀성을 자신이 빼앗으려 하였다. 이를 안 충혜왕은 자신이 초야권을 행사하겠다며 양이를 왕고에게서 구해내고, 양이는 그런 충혜왕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처음으로 바치게 되었다. 그렇게 충혜왕과 양이는 서로를 마음에 둔채 틀어진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었다. 절대 같은 하늘에 뜰 수 없는 두개의 군주의 상으로.

 

염병수가 얼마나 미운짓만 일삼는지 책 속에서는 현빈 박씨의 회임을 자신과 정을 내통한 결과라고 모함하며, 그녀를 죽이며 현빈 박씨 밑에있던 양이까지 죽이려 했던 장면이 있었고, 염병수가 쫓아와 현빈 박씨를 죽이고 양이를 위험에 빠뜨리게 한 그 장면이 바로 그 이후의 이야기였다. 내가 드라마에서 봤던 절벽위의 장면이 바로 그 연장선이었나보다.

 

드라마의 내용에선 어떻게 나왔을지 모르지만, 드라마 속에서 하지원이 잃어버린 줄 알고 거의 실성할 지경에 이르렀던 그 아이는 바로 양이와 충혜왕의 아이였던 것으로 나온다. 기승냥은 그 사실도 모르고 자신의 아이가 죽은 줄 알았지만 아이는 놀랍게도 책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산채로 현 황후인 타나실리의 아이로 탈바꿈되어 세상을 살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 사실을 아이가 알게 될까? 어떻게 될까? 그 모든 이야기는 다 책 속에 담겨 있었다.

 

현재 50부작 중 26화 정도 나온 이야기라 그런지 2권의 책 중 정확히 한권 분량의 이야기가 진행되어 있었다.

그리고 드라마 중반 쯔음에 이미 난 두권의 책을 다 읽어서 어느 정도 결말을 예상하고 있으니 남들은 궁금해할 드라마의 결말을 아는 기분이 들어 신기하기도 하였다.

이런 재미가 바로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읽는 재미로구나.

 

책은 정말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갔다.

2권에서는 더더욱 손에 땀을 쥐게 할 장면들이 많았다. 아마도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더욱 실감이 날 그런 이야기들.

역사적 팩트 면에서 보면 말도 안된다고 광분하게 될 부분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역사가 아니라 생각하고 그냥 소설이다 생각하고 마음 편히 읽었더니 소설에 철저하게 몰두할 수 있었다.

 

주색잡기에 빠져 원에 의해 폐위되었다는 충혜왕은 기황후 소설 속에서는 기황후의 진정한 사랑을 받은 고려를 진심으로 사랑한 비운의 왕으로 그려져 있었다.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지만 그 여인을 원의 황제에게 빼앗겨야 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왕을 지키려는 아랫사람의 선택때문이었지만 말이다.) 또 그 여인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었음을 아주 뒤늦게 알고 자신이 죽일뻔했던 그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한걸음에 내달려간 아비기도 하였다.

 

타환이라는 원나라의 왕은 기황후를 곁에 두었으나 그녀의 진심을 얻을 수 없어 힘겨웠던 왕으로 그려진다.

너무나 사랑하고 자신의 힘을 세워주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그녀였지만 그녀의 눈길은, 그녀의 진심만은  늘 고려의 충혜왕을 향해 있어서 견디기가 너무나 힘들어 한다.

 

정이라는 드라마 속에서 정이와 광해군과의 없었던 로맨스가 생겨났듯이, 기황후에서도 충혜왕과의 로맨스 때문에 원의 왕이 애닲아하는 삼각관계의 이야기가 나온다. 극 중 재미를 높이기 위한 요소가 되면서 역사적 사실에서 어긋난다는 면에서 많은 화살을 받을 장면일 수도 있었다. 역사적 팩트는 많이 빠졌을지라도 다만 소설은, 그리고 아마도 드라마는 재미만으로써는 손색없는 그런 내용이었다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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