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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려 마음 먹었던 까닭은 작가가 내가 좋아하는 오소희 작가님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어릴때부터 단둘이 세계 여러 나라 (편안한 여행보다 오지 등을 찾아다니며)를 오랫동안 여행하고 기록한 여행 에세이를 벌써 몇권째 써냈는데 그 전권은 아니지만 몇권을 읽고 정말 그녀의 글재주와 용기, 그 여행의 생생함을 전해주는 감동에 단단히 반하고 말았다. 그녀의 아직 못 읽어본 여행기들조차, 나처럼 그녀의 글솜씨에 반한 아빠를 위해 사드렸다. 시간이 날때 나도 읽어봐야지.
그랬는데 이번에 그녀가 낸 책은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어린 왕자와 길을 걷다란다.
아이가 어린 이유로, 아니 덕분에 아이와 함께 많은 그림책을 보고 있는 나로써는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그림책의 진정한 재미들에 흠뻑 빠져있는 때라 작가의 그림책 다시 읽기는 어떤 내용일까도 궁금하였다.

작가의 글은 서평이나 독후감이라기보다 책과 관련된 또다른 그녀의 에세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다시 말하자면, 글을..책을 읽고 싶은데 어른 책에 쉽게 도전이 안된다는 엄마들이 참 주위에 많다. 읽고 싶은 욕구는 있는데 시간도 없고, 읽으려 해도 잘 읽히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내가 책을 무척 많이 읽는것을 부러워하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그럴때 나는 사실 부끄러워진다. 지금 난 이렇게 책을 읽을때가 아닌데. 정작 그녀들처럼 자신의 아이에게 가장 소중히 대하고, 집중해야할 때인데 작가도 그 무엇도 아닌 내가 왜 이리 책에 집착을 하고 있는 건지. 거의 병적인 이 편집증을 내려놔야하는게 아닌가 싶어 반성이 되고 울적한 심정마저 든다. 다만 그녀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자면 나 역시 어릴 적엔 책을 무척 좋아했지만 어른이 되면서 내려놨던 책 읽기는 (아니 사실은 중고등학교때 책을 얼마 읽지 못했다. 교과서가 아닌 책은 공부가 아니라는 이야기에 책을 마음껏 볼 기회를 박탈당했다고나 할까.) 그러고나니 대학생이 되어 다시 책을 재미나게 읽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협지 몇편이나 보고 말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을 간혹 읽었지만 쉬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토록 좋아했던 책인데 앞 몇장을 넘기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런데 책도 버릇인것 같다. 그 처음의 지루함? 혹은 처음의 몰입이 힘든 그 상황을 견뎌내고 나면, 정말 진정한 책의 재미에 금새 빠져들게 된다. 뭐랄까 책 읽기도 익숙해지고 버릇이 되고 나니 이제는 몰두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어디서고 책을 펼치면 바로 그 세상에 빠져들고 만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소설 장르에 한해서 말이다.
아뭏든 쓸데없이 내 이야기를 늘어놓은 까닭은 책을 읽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은 아이와 함께 읽던 그림책부터 시작해도 좋고, 아니면 이 책처럼 그림책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에세이를 접해봐도 좋겠다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이엄마의 이야기기에 공감하기가 더 좋다. 아이엄마면서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한 그녀의 이야기가, 동화를 이야기하면서 살짝 살짝 드러난다. 그렇게 그녀의 하고 싶었던,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재미난 동화와 연계해 들으니 또 색달랐다.

그녀가 들려준 동화들은 동화의 일면에 지나기 않는다. 고로 먼저 동화를 읽어보고 그녀의 이야기를 접해보면 더욱 좋을것이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얼굴 빨개 지는 아이, 어린 왕자, 안녕 나의 별, 강아지똥, 마당을 나온 암탉, 100만 번 산 고양이, 나무를 심은 사람, 눈사람 아저씨, 좀머 씨 이야기, 작은 집 이야기, 행복한 청소부, 꾸뻬 씨의 행복한 여행, 창가의 토토, 마지막 거인, 이기적인 거인, 나는 달랄이야, 너는 ? 등의 책이 소개가 되었다. 이중 귀에 익은 제목의 책이 대부분이었으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어릴 적에 만화로 조금 보다 말았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얼굴빨개지는 아이, 강아지똥, 마당을 나온 암탉, 100만번 산 고양이, 작은 집 이야기 등만 읽어보았다. 읽어보지 않은 다른 책들은 저자분이 소개해주었기에 또 미처 읽어보지 못했으나 관심이 있던 책들이었기에 찾아서라도 읽어볼 생각이다.

책읽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친구와 수다를 떨듯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책 읽기란 이래야 해. 내가 읽는 책이 쉬워보여서 남들이 뭐라고 하진 않을까? 등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즐기고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래서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권해주고픈 생각이 들었다. 참 예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도 책속의 이야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