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2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2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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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에서 역사 e를 방영할 적에 제대로 본 적이 거의 없지만, 책으로 만난 역사 e는 미처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가감없이 전해주어 충격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외면해서는 안될 진실들, 꼭 알고 넘어가야할 것들, 그러나 교과서에고 어디에서고 못 만나봤던 그런 이야기들. 요즘 역사 교과서 문제로 참 시끌시끌한 때라 그런지, 더욱 역사 e가 와닿는다. 역사란 너무나 중요한 사실인데도 왜곡된 역사를 배운다면 그것이 진실인줄 알고 배운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관을 갖게 되어 문제가 커질 것이다. 일반 책도 아니고 교과서는 철저히 검증된, 사실에 의한 것만 배운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누군가의 의도가 숨어있을 수 있다 생각하니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어린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란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 나온 역사 e를 읽었다. 짧고 굵게 방송되었던 내용이 임팩트있게 소개되고, 연이어 그에 대한 상세한 소개글이 덧붙여져서, 꼼꼼히 알아야할 사실들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준다. 아무리 중요한 사실이라도 일반 다큐멘터리처럼 줄줄줄 이야기해주는 것보다 임팩트있게 호기심을 키우고, 다시 부연설명을 해줘서, 더욱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해주는 역사e 방송 방식이 책에도 연계가 되니, 책으로 만나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주로 양반들, 집권층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 맨처음 등장한 책쾌에도 소개되었지만 집권층은 지식을 다른 계층과 나누려 하지 않았다. 아주 드물게 양반이 아닌 출신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예도 나오지만 정말 드문 경우이고, 이번에 소개된 천재 시인의 이야기는 정말로 금시초문의 이야기였다. 김홍도에게 영감을 주고 정약용, 박제가도 울고갈 천재라 하였던 이.

그는 노비의 신분으로 최고의 한시를 쓴 정봉, 정초부였다. 정초부는 정씨성의 나무꾼이라는 뜻이고, 실제 이름인 봉은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하였다. 노비가 감히 한자를 알기도 힘든 사회였거니와 귀동냥으로 익혔던 한자 실력으로 한시를 능수능란하게 써낸 그의 재주로, 그의 주인이었던 여춘영은 그의 노비 문서를 없애고 양인으로 만들어주었다. 부잣집 노비의 신세가 오히려 밥을 굶지않기엔 더 나은 상황이었으나 그는 가난할 지언정 나무를 하고 한시를 쓰며 살았다. 기록에 남은 아주 드문 예이지만, 기록에 남지 못한 세상에 기억되지 못할, 신분의 벽에 가로막힌 천재들이 또 얼마나 많았을까.

 

 

 

당나귀를 타고 진료를 보러갔던 조선인 최초의 여의사 박 에스더의 이야기도 눈에 들어왔다. 구순구개열을 치료받고, 정상인의 입술로 돌아온 것을 목격하고 의학도가 될 꿈을 꾸었다는 그녀. 그녀를 위해 남편인 박유산은 미국 유학 도중 아내의 뒷바라지를 위해 닥치는 대로 막일을 해가며 아내의 학업을 돕다가 일찌감치 생을 마감했다 한다. 그녀 역시도 조선에 돌아와 수많은 여성 환자들을 치료하고, 목숨을 구했지만 정작 그녀는 남편과 비슷한 30대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유학의 길이 다양하게 열려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드나들며 자유로워진 오늘날의 세계와 달리 조선 시대에 미국까지 유학을 가서, 최초의 여의사가 된다는 것은 정말 구한말이라 해도 놀라운 일대 사건이 아닐수 없었을진대, 그녀는 정말 오늘에 비해 몇십배 몇백배는 어려웠을 그 길을 단호한 의지로 남편과 함께 견뎌내고, 조선을 위한 의사가 되었다. 누군가가 다져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은 정말 너무나 쉬운 일이겠구나 싶은 안도와 함께 감사함, 그리고 죄송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세자의 유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자신이 키운 세자가 왕이 되면 육조판서보다도 높은 벼슬인 종 1품을 수여받기도 했다는 유모.

사대부 가문에서 유모를 구하려 했으나 사실 어려운 문제였기에 천민 출신 중에서 건강하고, 마음까지 유순하고 고운 사람을 골라 세자의 유모로 삼았다 한다. 유모와 아기가 맺는 관계란 참으로 끈끈한 관계이기에 세자가 유모에 대해 어머니와 비슷한 감정을 갖는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수 없을 것이다. 어릴 적에 불우한 일을 많이 겪은 왕일수록 유모에 대한 애착이 더욱 깊었다고도 한다.

 

 

 

파락호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의 다른 책에서 읽었기에 다시한번 되짚은 기억으로 남게되었고 새로이 놀랐던 것은 옛 우리 선조들은 장애를 가진 이에 대해 편견을 두지 않고 고르게 등용을 시켰다는 점이었다. 계급사회는 존재했을 지언정, 양반 중에서 장애를 문제삼기보다, 그가 가진 능력을 더 높이 샀다 하니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 조선 초기에 우의정과 좌의정을 맡았던 척추 장애인 허조,  중종때 우의정을 지낸 간질장애인 권균, 광해군때 좌의정을 지낸 지체 장애인 심희수, 영조때 대제학과 형조판서에 오른 청각장애인 이덕수, 영정조때의 명재상 체제공은 시각장애인, 기형아로 태어나 생육신이 된 권절 등 . 흥미로운 것은 조선왕조 실록에서 장애인 관료들의 신체 결함을 언급하는 내용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120p

장애인에 대한 구분을 짓고, 공정하지 않은 처우가 시작된 것은 근대 이후라 하니 아쉬움을 금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늘 뉴스에 오르락거렸던 야스쿠니 신사. 일본의 전쟁 망령등이 위패로 모셔진(?) 곳이라 들었는데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는 , 혹은 하지 않는 일본 지배층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그들 또한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는 그 곳을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서서 구경을 가고, 생각없이 참배하기도 하는 것인지.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니기에 도리가 아닌 행동을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소설 등의 재미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이 이야기에는 사건 뿐 아니라 사연이 제대로 담겨있는 책이었기에 역사 이야기임에도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역사e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고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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