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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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술이라도 쓰는게 아닌가 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다독량은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신간을 읽은지 얼마 안되었는데 연이어 나온 또다른 신간 소식에.. 헉! 하는 소리가 나옴과 동시에 얼른 따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필력을 갖춘 드문 작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옛날 순정만화 등을 즐겨 읽을 적에는 어느 작가의 만화가 많이 쏟아져나오거나 하면, 그의 문하생이 대신 그린 거라 그림이 엉망이라는 둥의 소문도 들렸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모두 명불허전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그의 작품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다행히, 내가 읽은 작품들은 하나같이 다 평타 이상이었고, 정말 재미나다 최고의 작품이다 꼽을 작품들도 그 몇권 안되는 독서 중에 있었으니 그의 남은 작품들을 모두 다 읽어보면 어떨까 싶은 궁금증이 들 정도이다.

 

꽤나 좋아하고 너무나 읽고 싶었던 히가시노 게이고.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다작을 하는 만큼 짧게 대충 써내는게 아니라 남들은 몇년에 한권 내기도 힘든 두께의 소설을 꽤 자주 내시고 계신거 보면 밥은 드시고 일하시는 건지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게 된다. 이번 책 역시 상당히 두꺼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붙잡자마자, 어느새 진도를 쑥쑥 나가 밥먹으면서 봤는데도 1/4을 읽어버린 걸 알 수 있었다.

 

뻐꾸기라는 새는 자신의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낳아 도둑 양육을 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하는 제목을 보고 앞 부분 쯤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고민하는 바를 금새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그 사실이 꼬이고 꼬여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 결말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지만 말이다.

 

유명 스키 선수였으나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큰 수상을 하지 못했던 히다는 자신의 딸을 아주 어렸을 적부터 스키 연습을 시켜서, 유럽처럼 조기 영재 교육에 성공해서 자신의 못다이룬 꿈을 대신 이루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자신이 유럽에 나가있는 동안 혼자 배부른 열달을 보내고, 아기를 낳기까지 한 아내의 출산 소식에 그 아이가 딸이라는 이야기에 기쁨과 동시에 아버지의 딸을 통한 대리 욕구 또한 샘솟기 시작하였다. 사실 아버지의 못다이룬 꿈을 자식에게 대입시킨다는 것만큼 자식에게 부담되는 일도 없을텐데.. 그걸 잘 알면서도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아이에게 대입시키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곤 한다. 스포츠에는 전혀 문외한이고 전혀 관심도 없는 나도, 다른 방면에서 내 아이가 내 못 이룬 꿈을 이뤄주길 바라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으니 히다의 마음을 이해할 수있었다. 게다가 그의 딸이라서 그랬는지 놀랍게도 어렸을적부터 천부적인 소질을 보이며, 누구보다 발군의 실력으로 쑥쑥 커나가는 스키 꿈나무 딸을 보며 아버지는 더더욱 그런 자긍심을 드높일 수 있었다. 사랑하던 아내가 자살을 하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은 그에게 유일한 낙이자, 희망 그 자체였다. 이사를 가기 위해 대청소하던 어느 날 아내가 스크랩했던 신문 기사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천재적인 스포츠 실력은 노력 외에 유전자의 힘으로 이뤄낼수 있다 믿는 연구소의 직원으로부터 (마침 히다의 딸이 소속되어있는 회사이기도 하였다.) 자신의 딸이 그 최고의 스포츠 유전자 f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말과 함께 그러니 아버지 스키 선수 역시 f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비교 검사하게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히다는 그 요구에 절대 응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회사에서는 집요하게 아버지의 유전자검사를 요구한다.

 

그런데 히다 카자미를 대회에 출전시키지 말라는 협박장이 회사에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대회에 출전시키면 카자미의 목숨이 위태로울 거라는 협박 말이다. 그러던 때에 훈련을 하러 나가있던 히다 카자미가 마침 타려던 버스가 사고가 나는 일이 발생하였다. 경찰 조사 결과 단순 사고가 아닌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장치해놓은 사고였다 한다. 카자미는 마침 두고 온 핸드폰 때문에 버스를 타지 못하고 버스에는 기사와 카자미의 팬이라는 승객 한명이 타고 있었는데 그 승객은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부모의 우수한 유전자를 바탕으로 타고난 선수들이 잘할거라는 기대감이 있겠지만, 그렇게 타고 났기에 다른 건 하지 못하고 무조건 스포츠 선수로 키워져야한다는 것은 재능을 타고난 이들에게도 불운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피겨 퀸 김연아 선수처럼 정말 잘 해내는 선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그 길이 아이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면 타고난 유전자때문이라는 말로 아이에게 그 길을 강요하는 것만이 과연 능사일까 싶었다. 아이의 진로와 장래를 기업의 영리추구를 위한 목적으로만 쓰고자 한다면 그 아이가 유명한 선수가 된다고 해서 정말 행복했노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타고난 유전자에 대한 연구도 중요한 소재가 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인 가족의 비밀 같은 것이었다.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어떤 사정에 의해 아이가 어떻게 자라게 되었는가.

어느새 후루룩 책을 다 읽고 나니, 짧은 한숨이 내쉬어졌다. 한 가족에게는 비극으로 끝난 삶이 다른 가족에게는 그나마 행복으로 이어진거라고 보아야하는건지.

정말 재미나게 읽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제 질풍론도를 읽어야지. 읽는 속도보다 신간 나오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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