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앉는 자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츠지무라 미즈키의 <열쇠 없는 꿈을 꾸다> <오더메이드 살인 클럽> <물밑 페스티벌>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등을 읽어보았다.

아닌 책들도 있지만 많은 내용들이 청소년 성장기를 주로 다루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이번 책 역시 그런 내용의 책이었다. 1980년생의 작가로써의 그녀는 10대들, 특히 10대 여학생들의 마음을 꽤나 꿰뚫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하게 자극적이진 않지만 (심지어 제목을 살인 클럽이라고 달아놓은 책 역시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선정적인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10대들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는 그녀만의 감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고, 재미 또한 떨어지지 않아서 츠지무라 미즈키의 책이라면 이제 덮어놓고 읽고 있는 중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째 반창회를 해오고 있는 친구들.

친구들의 주된 화제는 역시나 티브이에서 자주 얼굴을 비추는 스타 '교코'에 대한 것이었다.

학창 시절에 교코보다 더 예쁘단 말을 들어왔지만 현실은 작은 회사의 사무직인 사토미, 몸매도 퉁퉁하고, 외모도 뛰어나지 못해서 친구들 사이에 주목을 받지 못해 늘 예쁜 친구 들러리만 서야 했던 사에코, 세련된 옷차림으로 친구들 앞에 허세 작렬인 잘나가는 패션 업계의 이름난 디자이너라 속인 유키, 그리고 유일하게 남자의 시점으로 등장하는 지방 은행에 다니며 쭉 유키만을 좋아해온 시마즈, 그리고 지방 아나운서로 근무 중인 다카마까지..총 다섯명의 시점에서 교코를 둘러싼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외에도 마사키, 기요세, 기에 등의 친구들이 등장을 한다.

 

첫 시작은 다소 섬뜩하면서도 말 그대로 미스터리한 느낌의 프롤로그로 시작을 하였다.

한 여학생이 농구를 하고 있는데, 다른 여학생 교코가 와서 무어라 말을 하면서 스스로를 창고에 가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태양은 어디에 있어도 빛나." 10년전 학창시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며 내내 이상하게 느꼈던 점은 344p를 읽으며 (반드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야한다.) 이해가 되지 않아, 읽고 또 읽고 나서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아,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았던 이야기들이 비로소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정말 재미나게 읽었는데, 이런 반전을 숨겨뒀을 줄이야. 신선한 반전때문에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였구나.

그런데, 내가 의문을 가지게 된 그 점들은 모두 복선이 되는 부분이었던 것이기에, 눈치가 빠른 미스터리 매니아라면 혹시? 하며 이미 앞뒤를 다 짜 맞췄을지도 모르겠다. 복선을 무수히 깔아놨음에도 나처럼 전혀 예상 못하고 있다가 탕 ! 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던 여학생이 오로지 '사랑' 하나 때문에 이 학교를 선택했다. 교코 스스로 친구들에게 풀어놓고 다닌 이 이야기는 그녀를 더더욱 여왕의 지위에 올려놓은 계기가 되었다. 얼굴도 예쁘고 모든걸 다 잘하고 거기에 상냥하기까지. 그런 그녀가 한눈에 반한 남자 기요세는 워낙 유명한 그녀의 짝사랑 이야기로 아무도 감히 넘보지 못할 그런 남학생이 되고 말았다.

유키는 자신이 갖지 못한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모두의 주목을 받는 여왕의 들러리가 되고 싶어하고 그런 존재가 되었다.

사에코는 어릴적부터 친구가 없이 외로운 신세였는데 유독 착한 기에만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여주면서 기에와 단짝이 되었고, 나중에 기에를 좋아하는 남자친구 마사키와 셋이서 마치 3인조처럼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이 되었다. 시마즈는 아무 생각 없이 뽑아든 우산으로 야구를 하다가, 우산을 좀 휘게 하고 말았는데 그게 나중에 힘세기로 소문난 남자친구를 둔 유키의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 유키에게 관심을 지속적으로 두게 되었다. 사토미는 얼굴이 빼어나게 예뻐 주목을 받았지만 교코 무리와 따로 어울리는 아이는 아니었다.

 

그때 그 시절의 친구들, 한 남학생에 대해 전교생이 떠들썩하게 알 정도로 애정을 드러낸 여학생, 그 여학생이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유명했다는 것, 그 여왕이 남학생과 잘 되지 않으면서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져갔다는 그 이야기들이 서서히 베일을 벗고 드러나는 그런 이야기였다. 사실 그다지 무서울 것도 큰 화제가 될 것도 없을 것 같은 이야기인데, 꽤나 흥미진진하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나 유명인 누구 알아, 그럼 나랑 어떤 사이지. 하고 허세를 떨고 다니는 사람 치고 정작 그 유명인을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친한 사람이면, 그렇게 자랑하지 않아도 될 것을 알고 있을테지, 그렇지 않기에 더욱 그렇게 허세를 부리고 다니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맞게 말이다.

이야기를 하고 나면 더욱 스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만 말을 접을까 한다.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은데.. 미리 알면 재미가 없으니 말이다. 모르고 읽어야 더 재미있는 소설,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허세 가득한 군상 속에 우리가 알던 친구들의 어떤 모습들이 숨어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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