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가 불야성 시리즈 3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하세 세이슈의 불야성 시리즈에 대해, 난 왜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것일까? 꽤 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사실 편독이 심한 편이라 좋아하는 장르,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 책을 읽기에 다른 작가의 책에 눈길을 돌릴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 일본 작가의 이름이 분명한데 미스터리물도 아니고, 느와르 물이란다. 하드보일드 느와르. 느와르라는 말은 어릴 적에 봤던 홍콩 영화 등에서나 접하던 단어였는데, 일본 소설에서 만나는 느와르 물이라니.. 게다가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한 일미즐 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야성 시리즈를 재미난 책으로 손꼽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편이라, 도대체 어떤 시리즈길래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원래는 불야성, 진혼가, 장한가로 완결이 되는 책인데, 앞서 두권을 미처 읽지 못한 상태에서 3권인 이 책을 읽었는데? 웬걸 한권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재미가 있었다. 거의 600페이지 가까이 달하는 꽤 두꺼운 두께였는데 엄청난 몰입도로 읽혀서, 새벽에 잠이 안와서 깨었다가 뒤척뒤척하다 집어 들었는데 그 자리에서 두시간 반 만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앞선 두권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장한가보다 더 재미나다네? 오. 이런 괜찮은 시리지를 만났단 생각에 앞선 두권도 순서는 뒤바뀌었을지언정 얼른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불야성, 진혼가를 내리 읽었으면 어떤 사람이 주역인지 감이 오는데 아무런 정보 없이 백지상태에서 시작해 읽다보니 그냥 책이 주는 느낌 그대로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한때 가부키초를 주름잡았던 양 웨이민이 자신이 거둬들였던 류젠이의 측근에게 결국 살해당하는 것부터 시작을 한다. 양웨이민 역시 반격을 가하려 했으나 너무 쉽게 당하고 말았다.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뒀어야했는데.. 처음엔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읽다가 나중에 찾아보니 아! 싶었다. 시리즈를 처음부터 안 읽으니 (나 스스로)이런 허점을 보이게 된다.

 

일본에 건너가 살고 싶었기에 가짜 족보를 사들여, 반은 일본인인것으로 (잔류고아인것으로) 위장을 하고, 일본에 넘어온 리지, 일본 이름으로는 타케 모토히로. 일반 회사에 취직해 평범하게 잘 지내다가, 회사가 도산하면서 결국 가부키초로 흘러들어와 중국어와 일본어를 다 잘 쓰는 잇점을 활용해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거짓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마약 단속반인 야지마에게 꼬리잡혀서 그의 끄나풀로 목숨을 건 정보원으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가 숨기고 싶은 과거, 그는 철저히 일본인으로 살고 싶었지만 일본 속에서도 중국을 떠나 살 수가 없었다. 중국 출신 조직들에서는 그런 리지를 보물처럼 여기다 시피 하였다. 일본어가 아주 능숙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일본인이나 다를바가 없으면서도 중국어도 자유롭게 통하니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 조직원들에게는 그야말로 보물 같은 존재가 아닐수 없었을듯.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 바닥을 떠나고 싶어서 전전긍긍하는 처지였다.

 

그가 망을 보는 사이에 그가 임시로 몸담았던 조직의 보스가 살해당하고, 거래중이던 상대편 야쿠자 조직 역시 살해당하였다. 거의 몰살에 가까웠는데 그는 운좋게 빠져나왔으나 양쪽 조직 모두에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캐묻기 위해서라도 리지를 찾느라 난리일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로써 한건 크게 무는게 아닐까 싶은 야지마 역시 리지를 또다른 조직에 넣어 좀더 고급 정보를 캐내기 위해 노력을 하고, 리지는 여기저기 정말 상처투성이로 물리고 뜯기는 비참해보이는 신세가 됨에도, 참 여러모로 운 좋게 살아남는다. 어쩌면 머리가 좋으니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승진 야욕에 불타는 야지마의 협박과 보스의 복수를 하려는 한하오 조직 부하원들, 그리고 토메이카이의 무라카미 이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한하오와 그 무리를 죽인 사람들을 수소문해가기 시작하는데, 이 바닥 최고의 정보원이라는 류 켄이치를 만나게 된다.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그를 아는 아니 그의 소문을 들은 모든 이들이 악마라 일컫는 그 류 켄이치와 엮이면서 어둠의 모든 일을 다 꿰뚫고 있는 그의 시선과 정보력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게 된다. 나의 덧칠된 과거, 야지마만 알고 있던 그 약점까지 알고 있는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류 켄이치에게 의뢰금을 내고, 정보를 얻어가면서 사건을 이중 삼중 자기 나름대로 수소문해가는 리지. 단독으로 활동하는 사람 치고 꽤나 영리하게 (물론 그게 다 그물망에 걸려들게 되는 결과지만)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사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그 정도 여기저기 치이고, 이용되었으면 아마 갈갈이 마음이며 몸이 찢긴 상태가 되었을텐데..리지는 참으로 용케 살아남는다 싶은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가 삶의 이유를 찾기 시작하였다.

고향에 두고 왔던 여인을 술집에서 만난 것이었다. 일을 하기 위해 갔던 그 곳에서 자신과 어릴적 소꿉친구였던, 그래서 일본으로 가도 꼭 데리러 가마 했던 그녀를 만나고 이제 그녀가 리지의 삶의 이유가 되었다. 미안한 마음에서라지만, 그동안 외면하고 살았던 고향에 대한 미안함에 그랬다 하지만 무모할 정도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리지가 왜 갑자기 그렇게까지 되었을까 싶은..

잊고 살았던 여인이라면 아무리 깊은 정을 주었던 사람이라도 그렇게 모든 걸 다 걸 필요까진 없었을텐데 싶었던 이해 안가는 구석도 있었지만..그럼에도 책의 가독성은 끝까지 훌륭하였다.

 사실 리지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 류 켄이치긴 했지만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 이 두꺼운 책을 두시간 좀 남짓하게 다 읽어버리고.

나도 모르게 그 옛날 홍콩 영화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마도 첩혈쌍웅이나 천장지구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야기를 다시 곱씹고 있었다.

정말 딱 그 영화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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