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달콤한 재앙
케르스틴 기어 지음, 함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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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여주인공 나정은 무심한듯 하지만 그녀에게만 유독 배려심 깊은 쓰레기 오빠와 동갑내기로 귀여운 외모에 자상한 성격까지 돋보이는 칠봉이 두 남자주인공 사이에서 시청자들도 고민이 될 선택의 기로에 놓인 듯 하다. 물론 마음은 첫사랑이자 짝사랑인 쓰레기 오빠에게 먼저 가 있겠지만 시청자의 한사람인 내 눈에는 쓰레기보다 지금은 칠봉이가 더 좋아보인다. 둘다 다 선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순 없는 노릇이고.

 

여기, 나정이와 같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여자가 하나 더 있다.

카티, 그녀는 중간 정도의 미모에 다소 허술해보이는 그런 모습이지만 완벽해보이지 않는 그런 모습이 오히려 남자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모양이다.

그녀에게 깊이 빠진 남자가 하나, 아니 둘이다. 그녀가 사랑에 빠져 결혼했으나 5년이 지난 지금은 서로 권태기에 접어든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달뜬 감정은 사라진 것 같은데, 그럼에도 그녀는 남편 펠릭스에게 자신이 의리를 다하는게 맞다고 믿고 있었다. 절대 한눈 한번 팔지 않았던 그녀에게 절대 최강의 미남이 나타나 눈을 잡아 끌었다. 그것도 그녀의 마음이 끌리기도 전에 남자가 먼저 강하게 그녀를 유혹하기에 이르른다. 여전히 따뜻하고 성실한 남편이었지만 바깥일로 너무나 바쁜 신랑은 늘 일에 지쳐 그녀와의 행복한 시간을 갖기 힘들었다. 거기에다가 시댁의 오지랖은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고, 그러던 찰나 자신을 다시 "아름다운 여성"으로 인식하게 해준 매력적인 남자에게 그녀 또한 자꾸만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주 우연한 사고로 철로에 떨어진 그녀는 5년 전, 바로 그녀가 남편을 만나기 바로 직전의 그날로 되돌아가는데..

 이휘재의 인생극장을 본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빠밤빰빠밤빰빠밤빰 빰빠라빰 하는 bgm이라고 깔아줘야할 것 같은 그 상황.

 

아! 그러고보니 요즘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가 또 있었다. 윤은혜, 이동건, 정용화 주연의 미래의 선택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드라마에 대한 개략적인 스토리만 접해서 알고 있었다.)

이동건과의 결혼생활을 힘들어하던 미래(윤은혜)가 25년전으로 되돌아가 자기 자신을 프로듀싱해서라도 재벌과 결혼하겠다 마음먹는 상황.

이 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미래의 선택에서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가 공존하는 (?) 상황이라면.

이 책에서는 딱 5년전으로 되돌아간 나만이 존재한다. 5년전의 사람들은 미래를 모르고, 과거로 되돌아간 나만이 5년동안의 미래를 알고 있다. 그리고 책 속 주인공 카티는 현재의 남편도 사랑하지만 운명처럼, 기적처럼 다가온 마티아스를 선택하기 위해 남편과 만날 인연을 끊어내려하는 것이었다. 참, 잔인해보이는데.. 카티에게는 나름 그녀만의 고민도 있었다. 100% 공감하기는 힘들지만 현재의 상황, 남편과의 평안한듯한 상황이 단조롭게 느껴지고 시댁의 간섭은 더더욱 참을 수 없다. 남편의 친구라는 사람의 갈굼도 견뎌내기 힘들다. 그런데 브래드 피트의 전성기 시절 모습처럼 생긴 마티아스가 나타나, 다른 여자 모두를 물리치고 나만 좋다고 하는 이 상황. 게다가 그는 능력있는 ceo이기까지 하다. 어찌 카티가 그에게 끌리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우리나라에 비해 서구 사람들의 결혼 문화는 지나치게 개방적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결혼을 했어도 아무렇지 않게 (?) 바람을 피우고, 결혼 생활을 쉽게 파탄내고.. 평범하게 결혼을 존중하며 사는 사람들이 없어보였다.(실제로는 그런 사람들이 많을텐데 아마도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영화나 언론 등의 소재가 되지 않기에 내가 몰랐던 건 아닐까?) 언론과 책, 영화 속에서만 만난 그들의 일상이라 편견이 심어졌던 것일까? 아주 조금이라도 카티가 자신은 기혼여성이라며,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서는 안된다고 자책하고 마티아스의 연락을 거절했을 적에는 서구에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동안 책 등에서 그런 극중 인물의 심리 묘사를 무시하고, 극중 재미를 높이기 위해 치명적인 사랑, 불륜 등에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도 영화나 책 등에서는 그런 일들이 제법 일어나지 않는가.) 심취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놨기에 카티같은 여성의 고민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편견을 가져왔는지 모른다. 몇번이나 밀어내려했던 그 마음이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마티아스를 향해 가던 카티.

 

그녀는 마티아스와 극적으로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려던 그 순간, 그들의 스파크가 정점에 달하던 순간, 어느 술주정뱅이에 의해 같이 지하철 철로에 떨어지면서 5년후의 과거로 되돌아가버리고 말았다. 왜 하필 5년전이지? 하고 의아해하던 그녀. 바로 운명의 여신의 장난으로 자신이 남편을 만나기 직전 날로 되돌아왔음을 깨닫고, 이것이 운명의 장난이라면 어차피 현실이 아닌거 (그녀는 그렇게 생각해버린다.) 달콤한 마티아스를 선택해 자신의 인생을 새로이 프로듀싱하려 한다. 남편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마티아스를 5년 일찍 만나기 위해 마티아스의 스케줄만을 검색해 일정을 만들어 나간다. 게다가 결혼 피로연날 최악의 경험을 한 친언니를 위해 과감히 예비 사돈에게 전화를 해서, 결혼 피로연 하객 명단을 수정하고, 피로연 준비를 수정하는 등,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래의 최악의 피로연을 막아 내기 위해, 카티는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책 표지만 보고서는 이런 영화와 같은 스토린줄 미처 몰랐다. 에세이나 20대 격언집 뭐 이런 정도의 책이 아닐까 하는 편견을 가졌는데.. 웬걸. 이거 무척 재미난 소재이고 책이었다. 게다가 결과마저 마음에 든다.

 

현재의 결혼생활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과거의 내가 어떤 선택을 해서 다른 길로 갔더라면 더 행복했을 거야. 하고 확신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 사실은 그 전에도 아주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보긴 하는데..결론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라는 것이다. 게다가 내 팔을 베고 누워 새근새근 잠이 드는 소중한 내 보물은 신랑을 만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만날 수 없었을 그런 아기지 아니겠는가. 지금의 생활도 그렇고, 내 아기도 그렇고.. 지금의 선택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잔소리 등으로 날 좀 귀찮게 하는 면이 있는 신랑이지만 그래도 다시 7년전 그날로 돌아간다면 난 당신을 고르겠어. 그렇게 신랑에게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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