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4
선자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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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고 좀 으스스한 느낌을 받긴 했는데 너무 무서우면 어떡하나 (요즘 들어 아주 겁이 많아져 버렸다. 예전엔 일부러 공포영화도 찾아보고 그랬는데 요즘은 하도 혼자 늦게 자는 시간이 많다보니 별게 아니더라도 자꾸 생각나고, 오죽하면 얼마전에 본 태국 코미디 호러 영화 -장르가 모호- 웃기는 영화였는데도 귀신 분장이 섬뜩해서 자기 전에 자꾸 생각나 힘들 정도였을까. ) 걱정이 되었는데 다 읽고 나니 그런 공포는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 좀 겁은 나도 귀신이나 무서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일부러 찾아 읽던 나와 지금의 나는 참 많이 달라진게 아닌가도 싶다. 오히려 어른이 되어 이렇게 소심해지다니.

 

이 책은 어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이다.

밖에서도 착한 아이로 손꼽히고, 단짝 친구에게도 모든 걸 다 양보하고 맞춰줘가면서 살아왔던 알음이.

갑자기 생긴 짝사랑 소년과의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고 빈집에 들어가 귀신소환을 하겠다는 단짝 친구 소희덕에 엉뚱하게 알음이에게 계약자가 나타나버렸다.

 

끈적끈적 때로는 거미같은 괴물로 때로는 곰돌이의 모습으로, 때로는 그 누군가의 모습으로.

 

계약자는 알음이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면서 정작 바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외동딸이었던 알음이네 가정. 그 행복을 깨뜨린건 아빠의 외도였다. 아빠는 아빠의 아들인지 아닌지 모를 어린 아이를 데려와 그 아이의 엄마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었다면서 단 한달이라도 이 아이를 거두어야한다고 말을 한다. 엄마도 알음이도 원치않는 아이를 말이다. 알음이가 집에서 불안함을 보이기 시작한건. 그리고 그녀에게 계약자가 나타난건 바로 그 이후부터였다. 그 아이가 나타나고서부터.

 

아이는 너무나 어려서 말도 하지 못했고, 알음이가 사이렌이라 부르는 울음을 종종 터뜨리곤 했다.

사실 알음이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알음이의 소원이 이 아이를 없애 달라는 거라니.

어린 아이에 대한 것으로는 좀 많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당장은 내 눈앞에서 없어져. 이런 의미였겠지만. 착한 아이였던 알음은 자기도 모르게 그 아이를 베게로 눌러 버리는 상상을 해버리곤 하였다. 아니, 누군가가 나타나지 않으면 정말 베게로 덮어버릴 지도 모를 상황이 두번이나 있었다. 상황이 그랬다곤 하나 알음은 그렇게 변해갔다. 착한 아이에서 더이상 착하지 않은 아이로..

 

심지어 소희가 짝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처음에는 재수없게 느꼈던 그 아이 율에게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처음에 갖고 싶었던것은 율이 아니라 율의 베어브릭이었다 생각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계약자에게 율을 갖고 싶다, 그리고 나비라는 새 친구를 사귀고 싶다라고 말해버리고 만다. 아니 계약자와는 굳이 입밖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것이 곧 소통이 되었으니까.

 

자기 생일이라고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갖다 바치기를 바라는 공주같은 소희. 그리고 늘 하녀처럼 그녀의 뜻대로 따라주었던 알음이

알음이도 이제 소희의 그런 변덕스러움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소희를 더 좋아할 줄 알았던 율이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고마웠고, 돈에만 눈뜬 괴짜인줄 알았던 아이가 사실은 그 너머의 아픔을 간직한 소년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을 좀더 너그럽고 편하게 대해준다는 것 등등이 소희 보란 듯이 율이와 가까워지고 싶은 알음이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갑작스러운 엄마의 부재.

그런데 알음이는 정말 중요한 것은 잊어버리고 계약자와 자신 주변, 특히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등에만 치중하다보니 집에서는 온통 그 보기 싫은 아이 생각만이 남아있었다. 저 아이를 치워버리고, 안 보이는대로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기에 알음이의 소중한 엄마가 어느새 보이지 않아도 몰랐던게 아닐까.

 

갑작스러운 가정의 붕괴로 사춘기 소녀가 겪게될 정신적 혼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가 파괴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사실 실제로 나비처럼 삐딱하게 나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그 이상의 충격을 받은게 아니었을까. 이미 머릿속으로는 가상의 살인까지 할뻔했으니 말이다. 어린 소녀가 계약자와의 계약에 의한 나홀로 고민같은 곳에 휩싸여 주위 사람들이 입는 상처 같은 것을 염두에 두지 못하는게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전체적으로는 꽤 뒷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몰입해 읽고 또 어느 정도 재미났다 싶은 만족스러움도 있었지만.

이후에 읽은 책의 재미가 워낙 커서, 이 책이 묻히는게 좀 미안하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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