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찢어지게 가난해서 스스로 학비와 생계비를 벌어야하는 이경, 남들처럼 편의점이나 카페 알바 등을 하고 싶지만 키도 작고 외모도 볼품 없는 그녀를 뽑아주는 데가 아무데도 없었다. 하는수 없이 아빠가 하던 특수 청소를 이어 하게 되었다. 20대의 그녀가 하기에 그 특수 청소란 녹록한 직업이 절대 아니었다. 시체가 있던 곳, 자살하거나 살해당한 현장을 청소하는 것이 그녀가 속한 용역 업체의 주요 업무였다.

토할것 같은 악취, 남자들도 참아내기 힘든 그 일을 그녀가 하게 된 것은 제대로 된 직장을 갖기 전까지였지만 알바와 마찬가지로 취업 역시 늘 면접을 보면 백전백패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부터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한.

게다가 꿈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아주 늘씬하고 예쁜 부잣집 명문대 여대생. 엄마와 하루종일 쇼핑하고 치장하고, 늘씬한 몸매에 외모까지 빼어난 그녀는 현실의 이경과 너무나 차이가 나 보였다. 꿈을 꾸면서도 이경은 생생히 그녀를 기억했고 놀라운 것은 꿈속의 그녀인 다운 역시 이경의 현실을 꿈으로 꾸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로의 꿈 속에 중첩되는 두 사람. 이경과 다운. 외모와 학벌, 생활 모든 것이 너무나 차이나는 두 사람이었다.

둘은 왜 서로의 꿈에 맞물려있는 것일까. 더 놀라운 것은 동일한 시간대가 아닌 이경은 과거의 다운을 꿈꾸고 다운은 미래의 이경을 꿈꾼다는 사실이었다.

 

아주 재미나 보이는 소재였다. 소재를 떠올린다 해도, 그 소재의 빼어남에 비해 그 진가를 살리는 작가 혹은 연출가는 그리 많지 않아보였다. 헐리웃 영화들도 사실 첫 시작은 웅대하게 펼쳐놓고서 수습을 못해서 어영부영 이상하게 급 마무리를 하고 말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끝까지 후회시키지 않을. 작가의 최고의 상상력이 발휘된다.

 

추녀와 미녀가 서로 꾸는 꿈, 아주 약간은 어디선가 비슷한 소재가 있을법도 한 그런 내용이었지만 주된 이야기는 절대 어디에서고 보지 못했던 그런 색다름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표지도 그렇고, 띠지의 내용들로 추론해보기에는 불투명한 미래 속에 암담하게 살고 있는 현재의 이경이 꿈속의 미모의 다운을 동경하며 대리 연애를 해본다거나 하는 그런 식상한 내용으로 이어질줄 알았는데..

이거 내가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표지의 빨강은 그런 의미의 빨강이 아니었다. 절. 대.로.

 

 

 

아뭏든 물건을 만난 느낌이다.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 압도적 1위.

네이버에 연재되었던 소설인가보다. 찾아보니 따로 웹툰소설 표지도 있었다. 이 책과는 다른 웹툰 형식으로 말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미모의 명문대생의 죽음은 당연하지 않다.

어떤 의미에선 이 또한 돌연한 기적일 터였다. 만약 그녀에게 선택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어떨까. 그래도 명 짧은 미녀를 택할까. 아니면 이류 대학 졸업반에 특수청소나 다니는 추녀의 삶을 택할 수도 있을까. 천국의 이십년이냐. 지옥의 팔십년이냐. 고민할 가치도 없는 질문임을 깨닫자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18p

 

웹소설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웹소설에 싣지 않은 더욱 충격적인 진실을 단행본에 실었다 한다. 나야 단행본으로 읽었으니 어디까지가 웹소설의 결말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입이 간질간질하다는 작가님의 말씀마따나 나 역시 이 책은 이렇고 저렇고 하고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재미나게 읽었다. 라는 말로만 표현할까 한다.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니 너무 많은 이야기가 물밀듯 터져나올 것 같아 , 이후에 읽을 분들을 위해 자제함이 마땅할 것 같다. 다만, 재미나다 강추하는 것은 미처 제목만 보고, 표지만 보고 연애물인줄, 착각하고 넘겨버리실 독자분들이 안타까워 한마디 하고 싶었음이다.

 

사실 책이란, 취향이 다 제각각이라 내가 재미나게 읽은 것도 남은 재미 없게 읽을때도 많고, 맛집 역시 마찬가지라 추천하는게 사실 좀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이 책은, 나와 비슷한 독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재미나게 읽을 (단 예외적으로 비위가 약한 분이나 임산부 같은 분들은 좀 자제하시길 바란다고 부탁드리고 싶다.) 책이라고. 대부분은 그렇게 인정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론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