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적게
도미니크 로로 지음, 이주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집은 늘 어수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질 않다. 우선 물건이 너무너무 많다. 인테리어도 심플하게 하고, 특별한 장신구도 거의 사지 않았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책이며 장난감이며 이것저것 늘기 시작하다보니 정말 아이짐과 엄마 책 등만 해도 체계적으로 놓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아져버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납 노하우가 있는 주부들은 집을 항상 깔끔하게 관리하겠지만 내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반면 나와 달리 또래 아기를 키우는데도 집이 무척 깔끔한 친구가 있다. 물론 늘 그렇겐 안하겠지만 친구 왈, 물건 하나를 사면 네가지는 버려야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버리는 것도 정리정돈의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 동생이 내게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려야해. 했을 적에도 놀라워했었는데 네가지나 버리라니. 사실 듣기만 하고, 늘 우리집에는 물건이 늘어날뿐, 버려지는게 거의 없기는 하였다.

아이가 그림 그린 스케치북도 작품이라며 거의 버리지 못하고 백여권 넘게 갖고 있고, 고장난 장난감들도 하도 못 버리고 끌어안고 있으니 나 몰래 동생이 와서 버려준 적도 있었다.

 

스님의 청소법이라는 책을 읽었을 적에도 마음에서고, 집안의 물건에서고 욕심을 좀 버리고, 비워내기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었는데, 생각만하고 실천을 제대로 못했었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금 그런 생각이 든다. 두 책의 공통점이라면, 일본인 저자 내지는 일본생활에 익숙해져 일본식 사고 방식이 익숙해진 사람의 책이라는 것이다. 지극히 적게의 저자는 프랑스 수필가지만 오랫동안 일본에서 거주하면서 선 불교와 동양철학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한다. 저자 이름을 읽지 않고 읽으면 이 책이 일본인이 쓴 책인줄 알았을 것이다.

 

아뭏든 뭔가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정신없이 사는 우리집보다 아무래도 뭔가 좀 간결하게 비워내고 사는 마음가짐 등이 부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뭐랄까. 마음만은 늘 그러고 싶었다. 청소와는 별개로라도, 꾸미는 것보다 지적인 것, 내 안의 내면에서 풍기는 우아함 등으로 평가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옷이나 가방이 많을 필요도 없고, 옷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 관리된 건강한 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아함은 옷이나 화장품 등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닌 내면에서 풍겨나오는 습관과 언행 등임을 강조한다.

 

바지런한 일본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도 주목할만하였다.

일본 여성은 매일 저녁 주방을 청소하고, 목욕을 하고 가운을 입는다.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잠들면 다음날 어떤 메뉴를 준비할지 계획을 세우고, 가계부를 적고 일기를 몇줄 쓴다. 일본 여성은 해야할일, 그리고 무사히 마친 일과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예쁜 글씨로 또박또박 적는다. 이는 고된 환경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찾고 빈틈없는 일상을 은밀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158p

 

어떤 이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이런 일과가 내게는 대단해보이는 일과였다.

 

또한 교토의 일본 여성들은 집앞에 내놓는 쓰레기가 적은 양일수록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하였다. 아마도, 잘 버리지 못한다 하면서도 일회용품을 마구 버리고, 음식물 낭비를 하는 나같은 사람은 쓰레기 봉투도 그만큼 크기에 교토 같은 곳에 살면 어울리지도 않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뭐 굳이 지역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내 안에서 분명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였다.

냉장고 안에 음식이 금방 상한다는 이유로 자꾸 냉동고로 보내게 되고, 냉동칸은 늘 부족하고.

매 끼니 시간에는 뭘해먹을까 몰라 늘 망설이고.

저자는 대가족이나 일반 가정에서나 사실 미니 냉장고만으로도 얼마든지 신선한 식탁을 차릴 수 있다고 말한다. 미니 냉장고는 그만큼 더 주부를 부지런하게 만들 것이다. 냉장고에 뭔가를 채워넣고 잊어버리고 할 수가 없으니 자꾸 신선한 제품을 사다 그때그때 활용해 먹게 만들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냉장고 속도 그렇지만, 내 마음과 머릿속이 참 많이 엉켜있고 꼬여있단 생각마저 들었다.

 

줄일 건 줄이고, 살것도 좀 다시금 생각해보고.

물건을 자꾸 늘리고 싶어 늘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무래도 꼭 사야할 것들이 생긴다.

그런 물건을 사기를 포기하기보다, (어쩔수없는 것들은 사야하니 ) 자꾸 늘어가는 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정리할 것을 정리하고 하는 것이 효율적인 일인가를, 마음의 욕심을 좀 버리고 다시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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