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배진수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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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무서운 공포라기보다 기이하고, 괴기스러운 이야기라는 표현이 맞을 책. 금요일.
웹툰 연재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이 작품을 나는 단행본으로 모아서 읽게 되었다. 겁이 꽤 많은 편인데도 이 책은 수월하게 읽혔고, 기이함에 대한 흥미까지 샘솟은 책이었다.


어릴적에 환상특급이라는 티브이 시리즈물을 방영해주었었다. 꺄아아악. 비명을 지르게 하는 괴물, 살인마, 귀신 등이 등장하는 그런 공포물이 아니라 현실과 환상의 그 어디쯤에 놓인 사람들의 방황과 두려움, 그 자체를 겪게 해주는 시리즈물이었고 몇편 보지 못했지만 잠깐의 그 공포가 더욱 서늘하여, 내 뇌리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금요일은 바로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실제하지 않으나 있을법한, 그러나 현실이라 하기엔 너무나 괴기스러운, 현실과 환상 속 그 어딘가의 균열 같은 이야기

히키코모리로 몇년을 살아온 남자가 있다. 거의 방안에서 은둔하며 생활하고 배달한 피자 등으로 연명하고 인터넷 게임상에서만 실재하는 자신을 느낀다. 그러던 그가 외출을 결심한 날이 드물게 오니 바로 담배가 떨어져서였다. 담배를 사러 문을 열었는데? 방문 밖에 또다른 방, 온 사방이 방으로 갇힌 공간에 감금되고 말았다. 인터넷과 시계는 끊기고 방안에 있던 그대로 피자와 생쌀은 그대로 있었다. 처음에 미쳐버릴 것 같았던 그는 방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골몰하게 된다. 생쌀을 씹어먹고 운동을 하며 그림도 그리고 자기나름의 시간을 보내며 오히려 건강해진 삶을 얻는다. 그렇게 무한정의 시간을 보내다 다시금 세상으로의 문이 열렸다. 그런데, 자아 성취가 된 지금 세상 밖으로 굳이 나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 다시 문을 닫으며 그는 건강한 몸을 잃고 다시 패스트푸드와 인터넷 게임 중독으로 얼룩진 비만한 삶으로 되돌아온다. 다만 다시 문이 닫히지 않도록 문마다 장치를 해두었는데 그럼에도 그에게 시련은 다시한번 닥쳤다. 처음보다 강한 상태로 말이다. 평범한 삶이 지옥으로 전락되는것이 한순간의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굳이 지옥의 악마가 되살아나 사람의 몸을 갈갈이 찢고 고통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가 얼마든지 지옥 속에 감금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만화.

그리고 수많은 책, 드라마, 영화 그 어디에서고 만났던 소원을 들어주는 누군가의 이야기. 그 대상은 사탄이 될 수도 있고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신이나 신령이나 그 어떤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동화 속에서 소원을 부탁하는 사람들조차 너무 많은 것을 바래 무엇을 부탁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는 상태가 된다. 그런 간접 경험을 하면서 나라면 어떤 부탁을 할까? 어떤 소원을 빌까? 그런 생각을 안해봤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세가지 소원에서 소시지를 배불리 먹게 해주세요. 저 바보 같은 소시지가 남편 코에 붙게 해주세요. 제발 이 소시지를 떼어주세요. 라는 식으로 세가지 소원을 낭비해버린 그런 바보같은 이야기를 접하면서 소원은 특히나 한가지 소원이라면 신중하게 빌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이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 똑똑하게 굴어야지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그 소원들이 모두 등장하였다.

-현재의 어른의 기억과 경험을 모두 가진채로 어린 시절 행복했던 그 시절로 되돌려주세요.
- 평생 내 곁에 있으며 내 모든 소원을 다 들러줘, 이게 내 소원이야.
-나를 행복하게 해줘. 완벽한 삶을 내게 선사해줘.

돈, 명예, 젊음, 건강 그 모든 것을 아우르며 이야기하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에 위의 세가지 소원이라면 그 어느 것이라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저자는 그 허점을 짚어준다. 실제 그렇게 소원을 말한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 궁극의 고통을 제대로 되돌려준다. 어쩌면 소원을 빌지 않고 이대로 노력을 하며 사는 삶이 최고의 삶이 아니겠냐는 질문을 되돌려 준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다들 인상적이라 읽은지 며칠이 지나도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이야기들이었다.
세상 어딘가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 나의 기억을 갖고 있는 그는 도플갱어. 다만 도플갱어와 실제로 마주치게 되면 둘다 죽게 된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쌍둥이와는 별개인 또다른 나의 이야기.
그 도플갱어를 만나는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이런 식의 발상 참으로 신선하다 아니할 수 없었다.

인류의 진화과정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도 몹시 흥미로웠다. 아니 이 이야기는 자꾸만 생각이 났다.
앞부분만 읽었을 적에는 제노사이드라는 소설이 떠올랐고, 다 읽고 나서는 2058 제너시스라는 책이 떠올랐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자꾸 오버랩되는 책들이 있다. 참신하고 파격적인 내용의 책들은 유독 인상이 깊다.
알파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에서 먼미래의 지구로부터 2012년을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2012년 지방의 어느 산부인과에 그럴리가 없어를 외치는 어느 산모가 들어왔다. 산모는 다모증의 아이를 출산하였고, 산모가 죽고 행방불명 처리가 된 이 아이는 사실 국가기관의 어느 연구소로 보내진 것이었다. 놀랍게도 아이는 골격이나 체형 뿐 아니라 DNA 염기서열마저 바뀌는 그런 존재였다. 절대 바뀌어서는 안될 것들이 바뀌고 있는 아이는 매일매일 성장하는 것이 아닌 진화를 하고 있었다. 700만년전의 원시인의 상태에서 출생한 아이는 2년 6개월 후, 인간 나이로는 스물 다섯살의 몸, 그리고 진화단계로는 700만년을 넘긴 현생 인류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 상태에서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인류로의 진화를 거듭화한 인간. 그 끝이 궁금하지 아니한가?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너무나 이상해 보이는 상황, 하지만 나라고 다를 수 있을 거라 누가 확신한단 말인가.
가장 경악스러웠던 마지막의 리버스까지..
예상은 했지만 눈으로 확인하니 더욱 끔찍했던 리버스를 회상하며 금요일의 독특함과 기괴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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