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호랑이처럼 - 2013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피리 부는 카멜레온 120
메리 로그 글, 파멜라 자가렌스키 그림, 강형복 옮김 / 키즈엠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좋은 나라 우리나라.

그런데 우리 아이는 참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네요. 유치원 처음 다닐 적에는 긴장해서인지 일찌감치 일어나 준비하고 그랬는데 요즘엔 출발 직전에 일어나 우다다다 뛰어가곤 해요. 심지어 어제는 차를 놓치기까지 했다죠.

 

밤에 잠자기 힘든건 사실 엄마인 저도 이해해요. 저도 어릴적에 밤에 잠자기가 참 싫었거든요. 잠자지 않고 마음껏 놀고 싶었어요.

낮에 놀기보다 밤에 집에서 편히 노는게 더 즐거웠고 재미났어요 잠이 좋다는 것을 깨달은건, 잠을 잘 시간이 없는 고등학생 이후?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잠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깨닫기 시작했지요.

 

그러니 아직 어린 아이가 무얼 알겠어요 잠이란 그저 소모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잠자지 않고 내내 놀고 싶은 것이겠지요.

게다가 밤에는 아빠도 있는 걸요. 엄마보다 레고로 더 잘 놀아주는 아빠가 밤에만 있는 걸요. 그러니 아이 마음도 이해가 되지 않는건 아닌데, 그래도 밤에 잠을 자야 다음날 일정에 맞춰 생활할 수 있으니 자자~ 자자~를 애원하게 됩니다.

 

그림책으로도 밤에 잠을 잘 자는 습관 등을 다룬 재미난 책들이 많아요. 밤에 잠 못 자는건 우리 아들 뿐이 아닌가 보지요.

그 중에서도 이 책은 그림책에 주어지는 상 중 거의 최고라 할 수 있는 칼데콧 상을 수상한 책이예요.

읽어보니 정말 그림도 멋지고 글들도 시적이면서도 아름답더라구요.

작가 소개를 읽어보니 글을 쓴 메리 로그는 실제로 시인으로도 활동하시는 분이시더라구요. 읽어보면 정말 내용이 시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답니다.

 

 

 

주인공 소녀는 왕관을 쓰고 있어요. 엄마 아빠도 모두 왕관을 쓰고 있죠. 하지만 어디에고 소녀가 공주라거나 엄마 아빠가 왕이라거나 하는 이야긴 나오지 않아요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해는 고이 쉬고

달과 별이 빛나는 밤,

소녀는 아직

잠들고 싶지 않았어요.

 

엄마, 아빠도 굳이 소녀를 억지로 재우려 하지 않아요.

짜증을 내지도 않아요. 다만 부드럽게 타이르지요. 소녀는 엄마 아빠 말씀대로 밤하늘의 별빛이 박힌 잠옷으로 바꾸어 입고 별처럼 반짝이기 위해 깨끗이 씻고 나서 기분이 좋았졌어요.

 

포근한 침대 위로 올라가

다리를 쭉 뻗고 이불을 덮었지요

소녀는 고요한 강 위에 떠 있는

수달처럼 얌전히 누웠어요.

 

엄마, 세상 모든 것은 잠을 자나요? 소녀가 물었어요.

 

엄마는 대답해줍니다. 우리집 강아지 슬리프도

아빠도 대답해줍니다 고양이 도즈도 자고 있다구요.

그리고 소녀는 박쥐며 고래며 작은 달팽이며 도무지 잠을 잘 것 같지 않은 동물들 핑계를 대며 물어봅니다.

 

엄마 아빠는 참으로 근사하게 대답을 해주시네요.

졸리다고 자기 직전 아이에게 짜증난 목소리로 자라고 나무라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집니다. 사랑스러운 내 아이, 공주보다 왕자보다 소중한 내 아이에게 더 잘해야겠다 생각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책은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환상적인 세상으로 이끄는 재주를 갖고 있습니다.

이 책 속의 그림들도 그랬어요.

소녀의 머릿속의 아름다운 그림들처럼 그렇게 꿈결같은 그림들이 현실과 꿈을 넘나들며 아름답게 표현됩니다.

재미난 것은 그림 하나하나들을 눈여겨보면 바퀴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었어요.

 

소녀와 아버지의 발에도, 호랑이의 발에도, 심지어 고래의 입에도 바퀴가 등장합니다.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예요.

바퀴는 움직임과 시간을 동시에 의미하는 걸수도 있겠네요.

 

엄마 아빠 말씀을 듣고 소녀는 호랑이의 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혼자서 동물들의 잠을 생각하며 자신도 그렇게 잠에 빠져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고양이 도즈처럼 꿈틀꿈틀 이불 속으로 움직이고, 박쥐처럼 두 팔을 모으고, 고래처럼 둥글게 돌고, 호랑이처럼 깊은 잠에 빠졌답니다.

 

이 이야기를 나긋나긋하게 읽어주면 아이들도 그렇게 환상적인 꿈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지 모르겠네요.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깊은밤 호랑이처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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