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주는 더글라스 케네디.

빅 픽처 이후로 이 작가의 작품은 꼭 읽어야해. 라는 나만의 작가 리스트에 올려두고 그의 작품들을 꾸준히 찾아 읽고 있는데, 남성 작가임에도 여성, 남성 모두의 심리 묘사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어서 여성 독자로써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작품이라 생각이 된다.

그의 작품 중에서는 <빅 픽처><위험한 관계><템테이션>과 함께 이번 작품 <더 잡>을 읽었고, <리빙 더월드> <행복의 추구> <파리 5구의 여인> 등을 읽으려 책장에 모셔둔 상태이다.



몇권의 책을 읽다보니 그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분위기가 비슷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재미있는걸.











컴퓨월드 잡지의 광고 책임자인 네드는 탁월한 세일즈 능력을 갖춘 인물이었다. 회사내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자랑하고 있었고, 휘하 부서원들을 감싸고 아끼는 마음 또한 보통의 회사원들보다 훨씬 각별한 것이었다. 심지어 직속 상관이 회사에 자꾸 누를 끼치는 이반을 잘라버리자고 몇번이나 강권을 해도, 그가 나서서 온몸으로 막아설 정도로 부하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그 못지않게 실적을 잘 올리는 텔레마케팅 팀의 수완가 데비에 대한 그의 애정도 각별하였다. 어려운 가정 형편 등을 고려해 그녀를 뽑아내자, 그녀는 놀라울 정도의 수완을 발휘하며 텔레마케팅 팀의 독보적인 에이스로 떠올랐다. 노모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사는 싱글맘이어서, 그녀가 더욱 열심히 일을 해 아이의 뒷바라지를 해야하는 가정형편도 그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 리지와의 결혼 생활도 꽤 괜찮았다. 아내는 그의 능력에 기대기보다 좀더 그가 마음을 열고 자신에게 중요한 의견들을 논의해주길 바란다는 것을, 그가 자꾸 잊어버리고 자기 혼자 해결해려했던 것만 빼면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척 자누시 그의 직속 상관의 이상한 행보가 눈에 띄었다. 불안한 그의 행보.

그리고 연이어 들린 소문, 그들의 컴퓨월드가 독일 회사에 매각되었다는 것이다. 타 회사에 넘어가면서 보장되기 힘든 고용 불안으로 인해 직원들은 술렁이고, 네드 역시 불안감을 감출수없는데, 놀랍게도 새 회사의 크레플린이라는 상관이 척 자누시를 해임하고, 네드를 지국장으로 삼겠다고, 대신 절대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척에 대해선 미안한 일이었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는 무척이나 다행인 일이었다. 갚아야할 빚이 있었고, 해임도 아니고 승진이라니 이보다 달콤한 유혹이 어디있겠는가. 그런데 단서는 절대 비밀.

아내에게도 털어놓지 말아야하는 절대 비밀.











기분이 좋아진 그가 아내와의 여행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해서 퍼스트 클래스를 예약하고 아내가 갖고 싶어하던 시계를 선물하고 리조트까지 오션뷰로 돈을 펑펑 써대자 아내는 불안해하고 무언가 말하지 않은게 있는가 묻는다. 그가 뒤늦게 승진 이야길 하자, 아내는 어떻게 자기에게 그런 중대한 일을 비밀로 할 수 있냐고 단단히 화가 나고 말았다. 남편 네드로서는 자신이 승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기에 아내가 이해해줄 거라, 그렇게만 생각했지만 아내에게는 그의 이런 독선적인 행동들이 하나하나 쌓이고 쌓여 불신의 탑을 만들고 말았다.



화려한 승진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날.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잘리는 건 척 자누시라 생각했는데, 그 반대의 칼날이 그의 목을 겨눈다.

심지어 그 일 이후로 그는 어디에서도 취직할 수 없는, 그가 최고로 천직이라 여겨온 그의 세일즈 분야에서 영원히 배척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척 자누시, 그리고 크레플린, 거기에 가장 이를 바득바득 갈며 그의 모든 취업을 막아나서는 피터슨까지..



표지에서의 남자의 추락.

가방을 들고 양복을 입은 그는 끝없이 추락을 한다.




네드는 어느 곳에서도 취직이 되지 않고 심지어 그의 일방통행적인 행동에 질려버린 아내로부터 떨어져 각자 생각의 시간을 갖자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한다.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갚아야할 빚만 있고, 재기 불능의 실업자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는 찾다 찾다 못해 텔레마케터로 나서게 되었다. 그와 함께 퇴직한 다른 직원들은 이반을 제외하고 모두 재임용이 되었지만 그와 이반만 버려진 신세가 되고 말았다.



꼬이고 꼬인 상황은 갈수록 더 최악일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집에서마저 쫓겨난 그에게 집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엄청난 부까지 얻을 수 있다고 사탕발림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민 고교 동창 제리가 등장한다.






손쉽게 세상 돈을 벌 일이란 없다. 게다가 무조건적인 호의는 사실 경계하고 볼일이었지만 그는 다단계와 마약, 각종 사기 신흥 종교에 의외로 쉽게 유혹되는 지식인들처럼 현실을 냉정하게 보지 못하고 그의 입발린 말들만을 그저 굳게 믿어 버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바닥에서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희망, 그래서 아내를 되돌아 오게 하겠다는 희망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만을 취사선택해 듣고 말았던 것이다. 경고의 종이 여러번 울렸어도 그는 발을 빼내지 못했다.



그리고 친구인줄 알았던 제리는 본격적으로 그에게 이를 드러냈다.



이제 그들은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갑과 을, 그보다 더 치명적인 먹고 먹히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통쾌한 반전이 무척이나 유쾌했지만 실현되기는 무척이나 불가능한 시나리오란 생각이 들었다. 그저 통쾌한 활극 영화 한편을 보듯 그렇게 생각해야지. 현실에서 이건 어쩌고 저쩌고 말이 안되잖아 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들면 마음에 부족한 점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갑갑하게 옥죄지 말고 들려주는 그대로 받아들이니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스토리가 되었다.



돈과 권력 앞에 어느 사람이 이렇게 정직한 귀뜸을 해줄 것이며.

그가 어찌 그렇게 쉽게 물먹일 수 있는 반전상황을 만들 수 있게 해줄 것인가.

그의 추락만 이어졌다면 갑갑하게 느껴졌을 책이었을텐데..

다소 좀 무리한 시도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 통쾌하게 보복을 해주어서 뒷마무리가 씁쓸하진 않았다.

독자마다 느끼는 것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사족을 달자면 여러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그가 잘 판단을 한 것이 아내 말을 잘 듣고 아내와 상의해서 나쁠 일이 하나도 없다라는 교훈을 준다는 점이었다. 남편들이여, 중요한 바깥 일이라고 혼자서 짐을 지고 가려 하지 말고 아내와 상의를 해라. 하나의 머리보다 두개의 머리를 맞대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대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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